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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1.16 21:35 수정 : 2012.01.16 22:38

2012 트위플 혁명 ⑤ 트위터 이데올로기

열린 소통의 장 맞지만
나와 다른편엔 공격적

법철학과 인권법을 전공한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는 ‘트위터 초보’다. 지난 7일 저녁, 홍 교수는 타임라인(자신의 계정에 올라온 트위트 모음)에서 시사평론가 진중권씨와 <나는 꼼수다> 일부 팬 사이에 벌어지는 논쟁을 발견했다. 정봉주 전 의원 판결과 관련해 “나꼼수의 주장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취지의 진씨 주장을 놓고 반박·재반박 글이 오가고 있었다.

흥미롭게 논쟁을 지켜보던 홍 교수는 진씨의 글에 대체로 동의했지만, 사실관계의 잘못을 발견했다. 트위트를 썼다. “진중권씨가 (BBK 관련 의혹을) 입증할 책임이 정봉주씨에게 있다고 한 것은 소송의 성격을 잘못 이해하신 듯. … 허위사실 유포죄로 처벌하고자 하는 형사소송이었기 때문에 입증책임은 검찰에 있습니다.”

이후 홍 교수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그의 글은 나꼼수 팬을 중심으로 모두 256차례 리트위트되며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홍 교수를 응원하는 글도 초 단위로 올라왔고, “진중권이 발린 듯”, “홍 교수가 진중권을 제압했다” 등의 반응도 있었다. 200여명에 불과했던 홍 교수의 팔로어(추종자)는 나흘 만에 5000여명이 됐다.

“제가 진 교수 논리에서 대단한 약점을 (발견해) 공격했다고 그것만 리트위트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취지 전혀 아니고요. 저는 진 교수 문제제기에 거의 대부분 동의합니다. 다만 그의 주장에도 몇 가지 오류가 있다는 것을 지적했을 뿐.” 당황한 홍 교수는 다시 트위트를 올렸지만 이는 16차례 리트위트 되는 데 그쳤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영미문화)는 최근 ‘김어준(딴지일보 총수)의 남성중심주의’, ‘박정근(사회당 당원) 구속 사태에 대한 나꼼수 팬들의 무관심’ 등을 지적하는 글을 트위터에 계속 올리고 있다. 언론 인터뷰에서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나꼼수가 표현의 자유를 용인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교수에 동의하는 트위트들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가 더 많다. “혀만 놀린다”, “가카가 좋은가 보다” 등 인신공격성 반응도 돌아다닌다.

비비케이 의혹을 파헤치고 있는 나꼼수는 새로운 소통·표현의 장을 열어젖힌 대안 언론이다. 그러나 나꼼수에 대한 성찰적 문제제기가 트위터에서조차 변방으로 몰리는 분위기에 대해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트위터의 개방성·민주성을 지키려는 한국 트위플 400만명 모두에게 던져진 숙제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소통의 공간 막는 ‘배척의 폭력’, 새 미디어 흔드는 ‘낡은 권력’

이념대결·증오 부추기는 글만
퍼나르며 선동하거나
극단적 주장에 동시다발 공격
스팸·차단 설정 ‘계정 폭파’도

취재가 한창이던 지난해 말,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를 만났다. 1960·70년대 반독재 투쟁의 주역이었던 그는 트위터 사용자 등에 대해 “아래로부터 올라와 수평적으로 확산하며, 서로 얼굴 몰라도 소통하고 언제든 동지가 되어 행동하는 ‘줄씨알’이 인류 역사상 최초로 등장했다”고 말했다. 민중을 ‘씨알’이라 불렀던 사상가 함석헌의 개념을 원용해 ‘줄’(네트워크)을 통해 연결되는 트위터 사용자를 ‘줄씨알’이라 이름붙인 것이다. 그는 “줄씨알이 주도하는 대단히 중요한 변혁의 시대가 왔다”고 강조했다.

변혁을 두려워하는 기성 권력은 ‘괴담·루머의 진앙지’로 트위터를 지목하며 그 영향력을 축소시키려 든다. 과거 오프라인 정치의 관성에 치우친 현행 법·제도 또한 트위터의 자유와 창의를 옥죈다. 그러나 가장 큰 위협은 트위터 내부에 있다. 개방적 소통 공간을 극단적 정치 대결의 장으로 변질시키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기성 권력·언론에 대한 불신에서 시작한 트위터 정치담론 자체가 또다른 불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트위터 하는 줄씨알, 트위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지난해 12월20일 저녁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비비케이(BBK) 사건 관련 대법원 최종 선고를 앞둔 정봉 주 전 민주당의원 응원 영상 녹 화 행사 를 찾은 시민들이 인터넷 팟캐스트 프로그램 <나는 꼼수다>출연진의 모습을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찍고 있다. 김정효 기자

팔로어(추종자) 4만5천여명을 거느린 강재천 민주화보상법개정추진본부장은 보수 트위터 진영에서 제법 유명하다. 더 많은 보수 인사들이 트위터에 참여해 “종북, 친북, 촛불군중을 척결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그의 트위터 계정 첫 화면에는 “간첩·빨치산·살인범·폭력범 등이 민주화 인사로 둔갑해 있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공격적인 그의 주장은 종종 또다른 공격에 노출된다. ‘계정폭파’다. 지난해 여름 강씨는 한진중공업 관련 ‘희망버스’에 거액의 활동자금이 투입됐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보니 그의 트위터 계정이 사라졌다. 그가 올린 글도 모두 사라졌다. 그는 “좌파 거짓세력들이 진실세력을 몰아내려고 동시에 스팸 신고를 한 결과”라고 말했다.

특정 이슈·상품을 무차별 선전·홍보하며 ‘스팸 트위트’만 올리는 계정이라 판단되면, 트위터 사용자는 ‘차단’을 하거나 ‘스팸 신고’를 할 수 있다. 스팸으로 판단될 경우 미국 트위터 본사는 계정을 강제로 삭제할 수 있다. 트위터 본사는 다수가 차단하거나 스팸으로 신고한 경우를 그 판단 기준 중 하나로 소개하고 있다. 매초·매분 단위로 비슷한 글을 올리면서 다른 사용자에게 불쾌감을 주는 이는 트위터에서 추방당하게 된다.

한국에선 친북세력 척결을 주장하는 강경우파 인사들의 계정이 이런 일을 겪고 있다. 강 본부장은 “2010년 이후 지금까지 8차례에 걸쳐 계정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가 주도하는 트위터 ‘당’이 있는데, “가입자 143명 가운데 19명이 계정폭파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강 본부장은 말했다. 보수적 트위터 사용자 중에는 “강 본부장 등을 보니 ‘폭파’가 두려워 의견을 직접 남기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해당 글을 보고 싶지 않으면 ‘언팔로’하면 되고, 극단적인 주장일수록 트위터 영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굳이 ‘스팸’으로 신고하는 일이 자연스럽진 않다. 장덕진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상대의 말할 권리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의도적 계정폭파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계정폭파가 상대를 배척하는 폭력이라면, 계정폭파를 겪는 강경우파의 트위트에도 배척의 폭력이 어른거린다. 강 본부장을 팔로하는 보수 성향 트위터 계정 4개를 임의로 선정해 분석한 결과, “‘종북좌빨’이라면 게거품을 품는 자. 그는 종북좌빨이다”, “북한으로부터 돈 받은 운동권 출신 정치인이 있다”, “당당한 빨갱이와 비열한 빨갱이” 등 대다수의 글이 이념대결·증오를 부추기는 내용이었다.

그 가운데 한 계정의 타임라인에 지난 11일 하루 동안 올라온 24개의 트위트를 보면, 23개가 조갑제닷컴·조선닷컴·리버티헤럴드·뉴데일리 등 보수언론 인터넷 기사의 제목을 그대로 따서 인용한 것이었다. 직접 트위트를 쓰기보다는 강경보수 언론의 ‘이념 보도’를 퍼나르는 데 주력한 것이다. 이들 4개의 보수 성향 계정에서 지난해 1~11월 생성된 1만9700여건의 트위트 가운데 80% 정도는 서로의 글을 리트위트한 것이었다. 정치선동을 위해 특정 기사만 기계적으로 퍼나르는 강경보수파의 트위터 활동 방식을 엿볼 수 있다.

반면 강 본부장은 진보 진영의 조직적 정치선동을 의심한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의원 글의 50%는 거짓말인데, 그걸 리트위트하라고 좌파에서 지령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야 한다는 사명감도 강하다. “트위터는 진실을 전하기 위해 신이 내린 선물이므로, 거짓왜곡세력의 선동을 막고 우파들이 더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2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트위터가 정치소통의 공간으로 떠오르면서 트위터를 ‘장악’해야 한다는 강박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장악의 강박은 강경한 배척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강경보수의 글은 폭넓게 전파되지 않고 저절로 걸러진다. 그러나 최근엔 널리 전파되는 글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 시사평론가 진중권씨의 사소한 잘못을 지적했다가 <나는 꼼수다> 팬들의 성원을 받은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이 일로 트위터에 대한 경험을 제대로 했다”고 말했다. 그가 보기에 트위터는 ‘조중동’ 프레임에서 자유롭고, 누구나 평등하게 논쟁에 참여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재치있는 짧은 트위트만 선호하는 분위기가 풍부하고 성찰적인 사유를 나누는 데 때로 걸림돌이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 과정에서 “같은 편 사람들끼리 팔로하고 마음에 안 든다고 차단하게 되면, 나와 다른 생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질 수도 있다”고 염려했다.

언론학 이론 가운데 ‘침묵의 나선이론’이 있다. 미디어가 지배적 의견을 반복·지속하여 제시하면, 자신의 견해가 소수라 여기는 사람들이 사회적 고립을 피하기 위해 침묵한다는 내용이다. 트위터가 각광받는 것은 기성 미디어에 의해 침묵당한 사람들이 새로운 미디어에서 자유롭게 소통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그런 트위터가 또다른 ‘침묵의 나선’을 형성한다면?

신진욱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포털 다음의 ‘아고라’에 대해 언급했다. 2008년 촛불의 진앙지였던 토론방 아고라가 특정 정치성향을 띤 이른바 ‘알바’ 활동에 오염되면서 공론장의 기능을 잃게 됐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아고라에 비해 훨씬 유동적·개방적인 트위터가 그 전철을 밟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최근 <나꼼수>의 한계를 느끼면서도 이를 트위터상에서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공론장 참여자의 동질성이 높아질수록 (이견에 대한) 배타성이 커지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트위터에서 집단지성이 구현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싱크탱크 ‘데모스’는 지난해 7~9월 유럽 전역의 극우 정당·단체 회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주류 정치와 사법체계를 강하게 불신하며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속내를 털어놓는 지도자를 신뢰하고 △나라의 미래를 비관하지만 투표를 통해 정치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 적극 활동하고 있었다. 트위터가 극단의 정치공간으로 오염될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기성 미디어 권력 비판하며
또다른 침묵 강요하는 모순
“동질성만 추구 배타성 커지면
집단지성 구현되지 못할수도”

이택광 경희대 교수(영미문화)는 “현실 정치가 격화되고 반한나라당 정서가 과열되면서 (비방·욕설·공격 중심의) 인터넷 게시판 댓글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이 트위터에 대거 진입했고, 이 때문에 다른 의견을 골고루 경청하던 트위터의 기존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난 11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면서 이견에 린치를 가하고, 소통하지 않는 권력을 비판하면서 정작 자신은 소통하지 않는 모순”이 일부 트위터 사용자 사이에 퍼져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트위터를 소통의 장으로 보고 다른 의견을 충분히 존중하는 것을 트위터 활동의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사상가 한나 아렌트는 다양한 의견에 개방적이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더 많은 사람들의 시각이 내 머릿속에 들어 있으면 내가 그들의 상황에 처한 것처럼 생각하는 능력이 강해지고, 나의 최종결론이 더 타당해진다.” 기성 권력·언론에 실망한 사람들이 트위터에 몰려든 이유이기도 하다. 그 이유가 사라지면 새로운 미디어 트위터도 낡은 권력이 될 것이다.

안수찬 송경화 기자 ahn@hani.co.kr

트위플

“우리, 트위플(Tweeple)은 좀더 완벽한 정부를 구성하고, 좀더 완벽한 소통을 확립하며, 좀더 완벽한 투명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트위트를 한다.” 미국 트위터 사용자들이 꾸민 어느 인터넷 사이트의 간판 글이다. ‘트위터’(Twitter)는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뜻하는 의성어 트위트(tweet)에서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름이다. 트위터 사용자들은 그저 지저귀는 데서 만족하지 않고 좀더 적극적인 정치참여를 도모하고 있다. 그들은 스스로를 ‘트위플’(twitter+people)이라 부른다. 트위터하는 민중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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