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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1.16 21:10 수정 : 2012.01.17 18:32

실체없는 트위터 괴담
‘김정일 타살설’ 트위트 전체 0.005% 그쳐 미미
트위터는 괴담천국? 보수언론의 ‘뻥튀기’요~

보수언론은 트위터 등 에스엔에스(SNS)를 ‘루머공장’, ‘괴담천국’으로 규정하는 기사를 꾸준히 보도하고 있다.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트위터에 올라온 부정확한 정보를 찾아내 드러내고, 이에 대한 규제를 촉구하는 방식이다. 이른바 ‘트위터 괴담’이 빠른 전파력을 타고 퍼져나가 기정사실로 통용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런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여러 보수언론이 최근 트위터 괴담의 대표 사례로 지목한 ‘김정일 타살설’의 실체를 살펴봤다. 소셜미디어 분석 기업 ‘사이람’에 의뢰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처음 알려진 지난해 12월19일부터 12월21일까지 작성된 한국인 트위터 계정의 모든 트위트 726만여건을 수집해 분석했다.

사흘 동안 작성된 트위트 726만6029건 가운데 김정일 사망 관련 트위트는 13만1616건이었다. 이 가운데 ‘타살’, ‘살해’ 등의 단어를 포함한 트위트는 368건이었다. 김정일 타살설을 다룬 트위트는 김정일 사망 관련 전체 트위트의 0.28%, 해당기간 전체 트위트의 0.005%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추출해낸 타살설 관련 트위트의 실제 내용도 괴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들 가운데 가장 널리 퍼진 트위트는 <오마이뉴스>(OhmyNews_Korea) 계정이 “김정일 타살설 근거 없다”고 밝힌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 기사다. 영향력 최상위 트위트 10건 가운데 3건이 <오마이뉴스>, <연합뉴스>, <머니투데이> 등 언론사가 운영하는 계정이었고, 3건은 일반 사용자들이 관련 기사를 링크해 전달한 것이었다. 이런 트위트가 괴담이라면 괴담의 진앙지는 기성 언론인 셈이다.

타살설 관련 트위트의 영향력은 ‘괴담 유포’라는 호들갑을 무색하게 한다. <조선일보>가 지난해 12월20일 온라인 기사에서 트위터 괴담의 사례로 지목한 “김정일 시신 부검을 했다는 사실은 타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증거다”라는 트위트는 단 한 차례도 리트위트되지 않은 채 2000명 미만의 팔로어(추종자)에게 전달되는 데 그쳤다. 김정일 타살설이 트위터 사용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것을 뜻한다. 반면 리트위트 등을 통해 수십만명에게 전파된 김정일 사망 관련 영향력 최상위 트위트 20건은 모두 북한 독재 종식과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거나, 사망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정보당국을 비판하는 내용, 김정일 사망으로 다른 국내 이슈들이 묻혀버릴까 우려하는 내용 등이었다.

지난해 11월 이효리, 강호동 등 유명 연예인의 사망설을 유포시켰다는 비난을 받은 “숨쉰 채 발견” 트위트도 보수 언론의 트위터 비판에 활용된 대표적 사례다. 사망사건을 보도할 때 흔히 “○○○ 숨진 채 발견”이라 쓰는 것을 흉내내 “이효리 자택에서 숨쉰 채 발견” 등으로 쓴 일종의 ‘말장난’이다. ‘숨쉰 채 발견’ 트위트는 지난해 11월13일 처음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날 24시간 동안 관련 트위트는 모두 17건에 불과했다. 이튿날에도 잠잠하던 ‘숨쉰 채 발견’ 트위트는 14일 오후 여러 인터넷 뉴스가 ‘이효리 사망설 해프닝’을 보도하면서 시간당 최대 106건까지 올랐다. 16일 오후 강호동 사망설 보도가 나오자 다시 폭증해 하루 907건을 기록했다. 존재감이 미미했던 ‘숨쉰 채 발견’ 트위트가 오히려 언론 보도를 계기로 확산된 것이다.

트위터에서 잘못된 정보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실제 트위터 사용자들은 잘못된 정보가 퍼지더라도 빠른 시간 안에 정정된다고 말한다. 지난달 28일 지하철 2호선에서 승객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11월13일부터 20일까지 8일 동안 작성된 ‘숨쉰 채 발견’ 관련 트위트 2590건의 내용을 살펴보면 대체로 짓궂은 농담에 불쾌해하거나, 이를 빌미로 트위터를 공격하는 보수언론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이 중 가장 널리 퍼진 트위트는 뉴스사이트 <위키트리>(wikitree)가 자사의 기사를 소개한 “조중동, ‘숨쉰채 발견’ 논란으로 트위터 공격”이라는 글이었다. “이효리에 이어 오늘은 강호동 사망설까지 트위터를 통해 확산된 루머라고 언론에서 계속 꼬집고 있습니다. SNS 규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확하지 않은 정보는 리트위트 자제 바랍니다”라는 글도 55차례 리트위트되며 널리 퍼졌다.

가수 이효리. 지난해 11월13일부터 20일까지 8일 동안 작성된 연예인 ‘숨쉰 채 발견’ 관련 2590건의 트위트 중 가장 널리 퍼진 트위트는 뉴스사이트 <위키트리>(wikitree)가 자사의 기사를 소개한 “조중동, ‘숨쉰채 발견’ 논란으로 트위터 공격”이라는 글이었다.
보수언론의 우려와 달리 트위터 사용자들은 잘못된 정보가 빠른 시간 안에 정정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장덕진 서울대 교수(사회학)가 지난해 8~9월 트위터 사용자 2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벌인 결과, 트위터 사용자의 63.8%는 잘못된 정보가 퍼지는 것을 본 적 있지만, 이 가운데 46.3%는 “잘못된 정보라는 것이 빠른 시간 안에 알려졌다”고 답했다. “잘못된 정보의 정정에 하루 이상 걸렸다”는 응답은 38.6%, “오랫동안 정정되지 않았다”는 응답은 15.1%였다.

정치성향에 따라 트위터 자정기능에 대한 체감이 다르다는 점도 드러났다. 열독 신문별로 구분해 “잘못된 정보가 빠른 시간 안에 정정됐다”고 답한 비율을 보면, 진보신문 열독자(52%)가 보수신문 열독자(40%)보다 높았다. 지지 정당별로 구분해 보면, 진보신당(59%), 민주통합당(46%), 한나라당(38%) 차례로 나타났다.(그래프 참조) 트위터에 비판적인 보수언론의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 자정기능 체감 정도는 리트위트 경험에서도 차이가 났다. 리트위트를 더 왕성하게 할수록 “잘못된 정보가 빠른 시간 안에 정정됐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그래프 참조) 장덕진 교수는 “리트위트 횟수는 사용자가 트위터에서 다른 사람과 얼마나 소통하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라며 “잘못된 정보가 곧 정정된다는 것을 소통해본 사람은 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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