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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1.09 21:29 수정 : 2012.01.09 21:29

해시태그의 등장과 직접행동

관련 태그 글 모두 찾아내
관심·의견 공유자들 결집
한국선 ‘트위터 당’ 결성도
정치·사회이슈 태그 봇물
외국선 ‘월가점령시위’ 등
해시태그 잠재력 증명돼

 한진중 사태와 관련해 ‘정보 공유 → 인식 확산 → 직접행동’ 등으로 옮겨가는 결정적 분기점은 ‘해시태그’(#)의 등장이다. 지난해 8~9월 ‘#HANJIN’(한진), ‘#HOPEBUS’(희망버스) 등의 해시태그가 트위터에 출현했다. 두 해시태그의 등장은 이 시기부터 광범위한 트위터 사용자들이 한진중 사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밀도 높은 관심은 직접행동 직전의 단계다.

 원래 해시태그는 일상의 관심사를 공유하기 위한 장치였다. 트위터에서 ‘#와인’을 검색하면 와인 시음기, 좋은 와인가게 등 관련 트위트를 한번에 볼 수 있다. 이는 트위터에서 이뤄지는 일반적 검색과 다르다. 트위터 검색창에 ‘와인’을 입력하면 ‘와인’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트위트만 찾아낸다. 반면 해시태그는 해당 단어가 없어도 관련 태그(#)가 붙은 글이면 모두 찾아낸다. 그런 점에서 해시태그는 단순 정보검색을 넘어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의 정보·의견을 한데 모으는 구실을 한다.

 긴 문장으로 해시태그를 만들 수도 있다. ‘동사’와 ‘형용사’를 쓸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특정한 태도·생각을 공유하는 사람을 집결시킬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이 터졌을 때 브라질 작가 코엘류는 ‘#prayforkorea’라는 해시태그를 제안했다. 전세계 트위터 사용자들이 관련 글을 발빠르게 올렸다.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트위트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해시태그는 단순 동호회와는 차원이 다르다.

 한국 트위터 사용자들은 독창적인 해시태그 문화를 발전시키고 있다. ‘(트위터) 당’은 한국에만 있는 일종의 트위터 사용자 모임이다. ‘당원’들끼리는 같은 해시태그를 공유하며 상시적으로 소통한다. ‘당’에 가입한 뒤 미리 약속한 해시태그를 검색해 당원들의 활동을 살펴볼 수 있다. ‘(트위터) 당’의 개설을 돕는 인터넷 사이트 ‘트윗 애드온즈’는 “2011년 말 현재 트위터 이용자 가운데 약 250만명이 가입했고 4만7000여개의 ‘당’이 있다”고 밝혔다.

태블릿피시를 이용해 트위터를 하는 한 여성의 모습이 선글라스에 비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강서고 동문당’이나 ‘안양당’처럼 지역과 학교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는가 하면 ‘커피맛있당’, ‘이것이 야구당’처럼 취미 위주의 모임도 있다. “하루에 잠깐잠깐 당원들끼리 상식 문제를 내는” ‘상식당’의 경우 2639명이 가입해 지금까지 8만4690개의 트위트를 올렸다. 인터넷 카페를 닮은 ‘당’은 종종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회원 교류를 한다.

 해시태그 또는 당은 정치·사회 이슈를 불러들이고 있다. ‘남경필이당’과 같은 정치인 지지 트위터 모임이 생기는가 하면 ‘한미FTA폐기 국민행동’과 같은 사회운동 트위터 모임도 있다. 이미 트위터 공간에는 ‘#한미FTA’, ‘#noFTA’, ‘#bbk’, ‘#버핏세’, ‘#희망텐트’ 등의 해시태그가 만들어졌다. 이런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의견을 지속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버핏세와 관련한 공청회 중계 동영상이나, 쌍용자동차 해고자 ‘희망텐트’에 참여한 트위터 사용자의 후기도 볼 수도 있다.


 외국에선 해시태그의 잠재력이 여러 차례 증명됐다. 트위터가 발표한 2011년 ‘올해의 트위터 해시태그’ 1위는 ‘#Egypt’였다. 이집트 민주화 시위가 시작된 1월25일을 의미하는 ‘#Jan25’도 상위권인 8위에 올랐다. 이집트 시민은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결집했고, 전세계 트위터 사용자는 그들이 올리는 상황 중계를 트위터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이집트 정부가 인터넷을 차단하자 구글은 국제전화로 음성메시지를 남기면 해시태그 ‘#Egypt’와 함께 즉시 트위트를 올릴 수 있는 서비스를 실시했다.

 미국의 월가 시위도 빼놓을 수 없다. 캐나다의 반소비지상주의 잡지 <애드버스터스>가 제안한 해시태그 ‘#OccupyWallStreet’는 트위터에서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실제 행동으로 이어졌다. 제프 자비스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월가 점령 시위는 해시태그가 만들어낸 반란이었다”고 평가했다. 그가 보기에 “해시태그는 소유자, 지배체계, 경전이 없는 백지의 목록이며, 여기에는 누구나 자신의 공포, 불만, 요구, 희망, 원칙을 적을 수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재스민 혁명과 월가 시위 등이 다양한 에스엔에스, 특히 트위터의 해시태그를 이용해 확산됐다는 점에 주목해 “해시태그 행동주의가 도래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해시태그 행동주의조차 “현실 정치로 연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끝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다음회 예고

 트위터는 지상낙원이 아닙니다. 트위터 사용자의 다수는 중산층입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은 아직도 트위터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때로 근거없는 괴담이 등장합니다. 마케팅의 도구로 변질될 우려도 있습니다. 외국의 몇몇 나라에선 극우파가 트위터를 장악한 경우도 있습니다. 한국의 트위터는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 갈까요. 트위터를 민주주의의 전당으로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다음주에 연재될 5회 ‘트위터 이데올로기’에서 함께 살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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