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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1.01 21:19 수정 : 2012.01.0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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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트위플 혁명

트위플 주요 관심사 뭘까

스포츠 6.05회, 경제 3.15회…
다른분야보다 반응도 높아
정치글 리트위트 지속 시간
평균 429.04분 생명력 길어
2009년이후 정치담론 경쟁서
진보가 보수에 승리 거둔 셈

한국의 트위터는 정치 담론의 공간이다. 소셜미디어 분석기업 ‘사이람’과 장덕진 서울대 교수 연구팀은 2011년 7~9월 한국인 트위터 계정 392만7519개에서 만들어진 약 2억3000만건의 트위트를 분석했다. 국내 트위터 사용자 전체의 트위트를 망라한 이 조사에서 연구팀은 주로 작성하는 트위트 범주별로 사용자 계정을 분류하고 이들이 쓴 트위트에 대한 평균 리트위트(전파) 횟수를 산출했다.

그 결과 정치 트위트를 주로 쓰는 사용자의 트위트에 대한 리트위트(평균 25.77회)가 스포츠 관련 트위트(평균 6.05회 리트위트), 문화·연예·예술 관련 트위트(평균 5.31회 리트위트), 사회 관련 트위트(평균 3.69회 리트위트), 경제·경영 관련 트위트(평균 3.15회 리트위트)를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위터는 고립된 개인을 연결시켜 세상을 보는 프레임을 변화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정치를 주제 삼은 공적 담론이 (다른 트위트에 비해) 더 큰 공감을 받고 있다는 뜻”이라고 장덕진 서울대 교수는 설명했다.

지난해 3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이원태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정치 관련 트위트는 평균 429.04분 동안 리트위트가 지속되는 데 비해 기술 관련 트위트는 149.88분, 사회 관련 트위트는 69.56분, 경제 관련 트위트는 66.35분 동안만 지속됐다. 정치 관련 트위트가 가장 오랫동안 거듭 전파되면서 긴 생명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트위터가 ‘정치 발언대’로 부각되는 것에는 한국 트위터 사용자의 특성도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2010년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세계 트위터 사용자의 호혜성은 11%인 데 비해, 한국 트위터의 호혜성은 80.6%에 이른다. 여기서 호혜성은 사용자가 글을 작성했을 때 다른 사용자가 응답하는 확률이다. “한국 트위터 사용자는 다른 사람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있어 더 개방적이고 각종 이슈 전달을 극대화시키는 데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한국 트위터의 연결밀도와 파급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뜻이다.

지난해 11월3일 <조선일보>는 트위터 관련 기사에서 “좌파·진보 성향에 편중(된) 트위터 공간(은) 좌파·진보 진영의 아지트”라고 썼다. 장 교수 연구팀의 조사 결과는 조금 다른 면을 보여준다. 연구팀이 트위터 사용자 2000명을 대상으로 2007년 대선 투표 후보를 조사한 결과,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다는 응답자가 21.0%로 나타나 정동영(12.2%), 이회창(7.3%), 문국현(16.1%), 권영길(3.9%) 지지자보다 훨씬 많았다. 보수 성향 후보 지지자와 진보·개혁 성향 후보 지지자를 각각 합산해도 큰 차이가 없다. 응답자 2000명이 트위터 사용자 400만여명을 통계적으로 완전히 대표하지는 못하지만, 이들의 ‘원래 정치 성향’은 진보와 보수에 두루 걸쳐 있었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는 트위터 가입 시기에서도 확인된다. 장 교수 연구팀이 2007년 대선 지지 후보별로 트위터 사용자의 가입 기간을 조사했는데, 2011년 9월17일 기준으로 권영길 지지자는 평균 405.31일, 이명박 지지자는 평균 404.18일, 이회창 지지자는 평균 401.83일, 정동영 지지자는 평균 384.69일 등으로 나타났다. 가입 기간이 길수록 더 일찍 트위터 활동을 시작한 것이므로 보수·진보 사용자 사이에 가입 시기의 차이가 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한국 트위터 민심의 특성은 ‘트위트 영향력’에서 발생했다. ‘사이람’ 및 장 교수 연구팀은 같은 조사에서 2007년 대선 지지 후보별 트위터 사용자의 글이 얼마나 리트위트되는지 분석했다. 권영길 투표자(평균 17.25회), 정동영 투표자(8.85회), 이명박 투표자(2.79회) 차례로 나타났다. 2008년 총선 당시 투표 정당에 따라 팔로어(추종자)를 얼마나 거느리고 있는지도 함께 조사했는데, 진보정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 지지자(평균 36명), 중도개혁정당(민주당·창조한국당) 지지자(평균 13명), 보수정당(한나라당·자유선진당) 지지자(평균 4명) 차례로 나타났다.

정치인들도 태블릿피시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트위터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11월14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조배숙 최고위원(맨 앞부터), 이인영 최고위원이 태블릿피시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원래 트위터 민심의 이념·정치 성향은 특정한 방향성을 띠지 않았지만, 최근 2년여 동안 트위터 정치담론 경쟁에서 보수가 진보에 밀려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트위터 공간에서 진보 성향 트위터 사용자의 글이 훨씬 더 깊고 넓은 울림을 주고, 보수 성향 사용자로 갈수록 이런 울림은 빠른 속도로 줄어든다”고 장 교수는 분석했다.

트위터 담론 경쟁은 특정 정치인·유명인·조직 등에 의해 조작되지 않는다. 장 교수는 트위터 사용자들에게 “누구로부터 영향을 받는지” 물었는데, (복수 응답 결과) ‘지인·친구’라고 답한 경우가 63.6%로 가장 높았다. 전문가(52.7%), 유명인(41.1%)이 뒤를 이었고, 정치인(16.9%)은 가장 낮았다. 정치인보다 높기는 하지만 정부 또는 기업의 공식계정(27.9%), 언론사 계정(25.2%) 등에서 영향을 받는다는 응답도 높지 않았다. 전통적 의미의 ‘의견 지도자’(오피니언 리더) 그룹에 휘둘리지 않고, 온·오프라인에서 만난 평범한 사람들끼리 정치 쟁점에 대한 정보·의견·감정을 공유하고 증폭시키는 것이다.

그 결과, 현재 트위터 민심은 이명박 정부로부터 완전히 등을 돌렸다.(그래프 참조) 장 교수 연구팀의 조사에서 트위터 사용자들은 서민경제, 인권, 기업, 교육 등 모든 분야에 걸쳐 트위터 비사용자보다 더 비판적·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다만 이들이 2012년 총선·대선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는 유동적이다. 2012년 총선 때 투표하고 싶은 정당을 묻는 질문에 장덕진 서울대 교수 연구팀 조사 응답자의 50.6%, <한겨레> 새해 여론조사 응답자의 44.5%가 “투표하고 싶은 정당이 없다”거나 “모르겠다”고 답했다. 트위터 민심 가운데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부동표가 여전히 상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2008년 대선에서 에스엔에스(SNS)를 활용한 선거전을 벌인 이후 세계 각국의 주요 선거는 줄곧 ‘트위터 선거’로 직결됐다. 2009년 4월 몰도바 총선, 2009년 6월 이란 대선, 2009년 10월 루마니아 대선, 2010년 5월 영국 총선, 2010년 8월 오스트레일리아 총선 등은 트위터 민심이 선거판을 뒤흔들고, 그 민심을 장악한 정치세력이 집권에 성공하는 새로운 정치 문법을 보여줬다. 표현·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이거나 그동안 온라인 정치활동이 미미했던 국가에서 그 파괴력은 더욱 컸다.

이와 관련해 2010년 영국 총선 사례는 흥미롭다. 정치에 관심있는 일반 트위터 사용자에게 각종 정치 정보를 제공해온 영국의 ‘트위트민스터’(tweetminster.co.uk)는 200만개의 트위트 내용 등을 분석하여 트위터 민심에 기초한 총선 결과를 예측했다. 예측치는 보수당 35%, 노동당 30%, 자유민주당 27%, 기타 8%였다. 실제 투표 결과는 보수당 37%, 노동당 30%, 자유민주당 24%, 기타 10%였다. 거의 완벽하게 일치한 것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2012 트위플 혁명

▷ ‘트위플 혁명’ 선거를 점령한다
▷ [트위터 민심] 안철수엔 호감·지지…박근혜엔 반감·비판
▷ [주요 관심사] 140자의 정치발언대, 평균 리트위트 26회 ‘교감의 용광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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