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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0.13 21:27 수정 : 2011.10.13 22:29

사내하청 해법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권장 철회
‘좋은 일자리’ 만들때 가산점을

 사내하청은 경영권과 노동권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영역이다. 경영계는 기업이 경기변동 상황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고용의 유연성이 확보돼야 한다며, 정규직 해고가 어려운 상황에서 사내하청 활용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한다. 반면 노동계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이미 충분히 유연하다고 반박한다. 해마다 막대한 수익을 내는 대기업들이 노동시장의 양극화 등 부작용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내하청을 남발하고 있다는 게 노동계의 판단이다. 노동시장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 고용유연성 높은편 속해
집단해고 OECD 30개국중 3위

■ 우리나라 고용유연성 수준은? 각종 통계에 비춰볼 때 우리나라는 고용유연성이 높은 편에 속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5년마다 발표하는 ‘고용보호법제 지수’를 보면, 2008년 기준으로 한국의 고용유연성은 오이시디 회원국 30개국 가운데 13위로 나타났다. 노동자 개인 해고 부분은 19위로 경직돼 있지만, 집단해고는 3위를 차지해 유연성이 매우 높은 나라로 조사됐다. 경영상 위기로 인한 정리해고·희망퇴직·명예퇴직 등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 통계로도 기업이 정해 놓은 평균 정년은 57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수 노동자들이 53살을 전후해 퇴직을 하고 있다.

근속연수도 다른 나라와 견줘 짧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소장이 지난해 발표한 ‘노동시장 양극화와 사회정책과제’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장기 근속자(10년 이상 근무) 비율은 16.5%로 오이시디 평균 33.4%의 절반가량밖에 안 된다. 반면 단기 근속자(1년 미만 근무) 비율은 37.2%로 오이시디 평균 17%의 갑절 이상이다. 평균 근속연수도 4.9년으로 오이시디 9.7년보다 훨씬 짧다.

경영계는 정규직 노조로 인한 고용경직성을 탓하기도 한다. 정규직 노조가 구조조정을 한사코 반대하니 사내하청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2010년 300인 이상 사업장 사내하도급 현황’ 자료를 보면, 대기업들은 노조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사내하청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무노조’로 유명한 삼성그룹도 삼성전자, 삼성테크윈, 삼성토탈, 삼성에스디아이, 삼성정밀화학, 제일모직 등 계열사 전반에서 사내하청을 사용하고 있었다. 현대자동차 등 일부 대기업 노조의 사례가 사회 일반적인 현상으로 과잉 해석되는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노조 조직률은 10.1%에 그치고 있다.

■ 공공부문이 모범 보여야 사내하청의 실태가 심각한 만큼, 정부의 정책의지를 반영시킬 수 있는 공공부문부터 상시 업무에 정규직을 채용하는 등 ‘좋은 일자리’ 만들기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 공기업은 75.8%가 사내하청을 활용하고 있어, 민간기업(58%)보다 그 비율이 높다. 공공부문 효율화 정책이 ‘나쁜 일자리’를 늘리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사내하청 등으로 비정규직을 늘려 인건비를 절감하면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다. ‘인건비 절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천국제공항의 경우 정규직 노동자는 993명인 반면 하청 노동자는 6배인 5936명이나 된다. 인천공항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운영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국노동연구원 은수미 연구위원은 “인건비 절감을 내세워 비정규직을 권장하는 공공부문의 지침을 없애고,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는 공기업에 점수를 더 주는 등 공공부문 평가기준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며 “공기업에서 고용친화적인 혁신을 강하게 추진하면, 최소 5년 안에 엄청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는 조달 과정에서 민간기업과 거래를 하는 만큼, 공공부문의 친고용 정책은 민간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은수미 연구위원은 “정부 사업을 놓고 경쟁입찰을 진행할 때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낸 기업에 가산점을 주는 방식을 쓰면 된다”고 설명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권장 철회
‘좋은 일자리’ 만들때 가산점을

■ 사내하청 보호방안 필요 사내하청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파견과 도급을 엄격하게 구분해 노동시장의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노동계는 정부의 기준이 느슨해 사내하청의 상당수가 불법파견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불법파견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속속 나오고 있는 만큼, 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원청의 사업장에 인력만 투입하는 ‘인력도급’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철희 노무사(노무법인 참터)는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도급계약의 성격상 하청업체가 기술력이나 생산시설 등이 없으면서 사람만 투입하는 ‘인력도급’은 애초 도급계약 취지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사내하청 차별시정 대상 포함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도 과제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 개선과 노동3권 보장도 필요하다. 기업이나 업종별로 차이는 있지만, 하청 노동자가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거나 더 힘든 일을 해도 임금 등 노동조건은 형편없이 낮다.

같은 ‘간접고용’인 파견노동자는 정규직과 차별을 할 수 없도록 법에 규정돼 있는데 사내하청은 제외돼 있으므로 차별시정 대상에 포함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노동계는 지적한다.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도 풀어야 할 과제다. 손정순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연구위원은 “근로계약은 하청업체와 맺었더라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진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사용자라는 것은 대법원 판례와 국제노동기구(ILO) 권고 등에 따라 이제 더 이상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하청이나 재벌그룹 공동 교섭을 통해 노사가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의견도 있다. 김철희 노무사는 “힘이 있는 원청과 약자인 하청이 함께 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똑같이 적용하면, 법 개정을 하지 않더라도 사내하청의 차별과 노동3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끝>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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