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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0.11 20:49 수정 : 2011.10.11 20:49

[한겨레 in] 현대차 사내하청 해고자들의 오늘

‘이제 그만 날고 싶다’, ‘구름 따라 가련다’, ‘가세 가세 해방의 땅으로, 살아서는 못 가는 길 찾아가세’, ‘바람이고 싶다’, ‘일상을 지배하는 우울증 다른 이를 물들인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해고자 몇 명의 카카오톡(무료 문자메시지 앱) 별명이다. 벼랑 끝까지 내몰린 심각한 상황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들은 지난해 7월 “사내하청 노동자는 이미 현대차 직원”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울산공장 점거농성과 파업 등을 벌인 뒤 올해 2~5월 공장에서 쫓겨났다.

<한겨레>는 지난달 말 금속노조와 함께, 해고된 현대차 울산·전주·아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104명의 현재 상황 등을 알아보기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들은 대부분 현재 복직투쟁을 하고 있는 이들이며, 생계를 위해 건설 일용직 등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이들은 설문조사에 응하지 못했다. 응답자 71명 가운데 일부에 대해서는 이후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말이 많이 없어지고 혼자 베란다에 서 있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해고 뒤 얹혀사는 형 집이 12층인데, 높은 데 올라가 있으면 항상 아래를 보고 있어요. 내가 여기서 유서 쓰고 자살하면 시신이라도 제대로 보존할 수 있을까. 거의 매일 그래요.”(31살)

“우울증이 심할 땐 무기력하고 사는 게 답답하게 느껴지면서 안 좋은 생각들도 하게 돼요. 원래 잠을 잘 자는 편인데 요즘은 뒤척이면서 잠들기가 힘들어요. 사람들과 만나고 얘기하는 것도 두렵고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요.”(32살)

“와이프는 제 복직이 불명확하다고 생각하고 다른 일 찾기를 바라고 있어요. 나랑은 이야기가 안 통한다고 생각하니까 회사 사람들이랑 술 마시고, 술 먹으면서도 운다고 하더라구요. 와이프가 우울증으로 정신과에서 세달째 약 받아 먹고 있어요.”(38살)

가족이 돈을 버는 13명을 뺀 나머지 해고자들의 수입원은 80만~110여만원의 실업급여가 거의 전부였으며, 현재 전체 가구수입 평균은 116만여원이었다. 그나마 실업급여도 해고 시기에 따라 지난 8월부터 끝나기 시작해 다음달이면 모두 못 받게 된다. 해고되지 않은 회사 동료들이 월급에서 조금씩 떼어 몇십만원씩 주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는 저금해둔 돈을 모두 까먹고 빚을 얻어 생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고된 뒤 집을 팔고 전세를 얻어 처제 식구와 함께 살거나, 아들 학원을 그만두게 하고, 아들 급식비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아침은 굶고 점심은 라면으로 때우는 이가 있는 등 생계불안이 심각한 상태다.


이에 따라 대부분이 무력감과 우울증, 가정불화 등을 호소했다. “가끔”, “거의 매일”, “하루 수십차례씩” 자살 충동을 느낀다는 이도 4명이었다. 결혼한 44명 가운데 해고 이후 이혼했거나 별거중인 이가 5명, 심각한 가정불화로 “이혼 직전”이라고 호소한 이가 6명이었다.

또 “양가 부모와 왕래를 끊고 있다”는 등 부모나 형제와의 갈등을 호소한 이가 적지 않았다.

김인현 선임기자 inhyeon@hani.co.kr

이상원 인턴기자(경북대 경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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