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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0.10 08:35 수정 : 2011.10.10 08:35

단협 등으로 맞서온 노조에
회사, 폐업·해고·손배로 압박
구조조정 뒤 비정규직 예고

비정규직 없이 정규직으로만 운영되던 기업의 노조들이 최근 1~2년 사이 잇따라 무력화되고 있다. 회사 쪽은 서로 약속이나 한듯 노조의 파업에 직장폐쇄로 강하게 대응했고,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노조가 약해지는 수순을 밟았다. 노동계에서는 노조의 힘을 빼놓은 뒤 사내하청 등 비정규직을 늘리려는 의도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속노조는 지난해 2월 산하 100인 이상 사업장의 고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126개 사업장 가운데 생산공정에서 사내하청을 한 명도 사용하지 않는 ‘비정규직 없는 공장’이 36곳이라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유성기업, 발레오만도, 케이이씨(KEC), 상신브레이크, 우창정기 등 5개 기업도 포함됐다. ‘비정규직 없는 공장’이 가능했던 데에는 노조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노조는 회사와의 단체협약에서 “비정규직을 노사 합의 없이 사용할 수 없다”거나 “생산공정을 용역 및 하도급으로 전환할 때 노사가 합의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비정규직 없는 공장’의 노조들은 회사 쪽의 직장폐쇄와 해고, 손해배상·가압류 등 강경 대응으로 서서히 무너져 갔다. 경북 구미의 반도체업체인 케이이씨 노조는 지난해 6월 타임오프 등의 문제로 사쪽과 갈등을 빚다 파업에 들어갔고, 회사는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노사 대화가 중단된 채 분규가 1년 동안 이어졌고, 사쪽은 징계 해고와 손해배상 청구로 노조를 압박했다. 올 7월에는 회사 쪽에 가까운 노조까지 생겨 기존 노조의 힘이 많이 약해졌다.

다른 사업장들도 비슷하다. 지난해 2월 발레오만도, 8월 우창정기와 상신브레이크, 올 5월엔 유성기업에서 회사 쪽이 직장폐쇄를 했고, 발레오만도와 상신브레이크는 결국 금속노조에서 탈퇴했으며 유성기업에는 회사 쪽에 가까운 노조가 만들어졌다.

노조의 힘이 약해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구조조정 움직임이 나타났다. 최근 발견된 케이이씨 사쪽의 문건을 보면, 구조조정 계획이 담겨 있다. 회사는 문건에서 “ㄱ공정은 아웃소싱으로 인원을 정리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구조조정을 한 뒤 신입사원은 3년 동안 채용을 금지한다”고 적혀 있다. 발레오만도는 2공장 군납물품 외주화를 진행하고 있으며, 상신브레이크도 지난해 7월 외주화 공장 건설 추진계획이 담긴 문건이 발견되기도 했다.

오민규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은 “이들 ‘비정규직 없는 공장’에서는 정년퇴직이 있거나 생산물량이 늘어나 인원이 더 필요할 때는 무조건 정규직을 신규 채용하는 등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그런데 사쪽은 좋은 일자리를 지켜온 민주노조를 없애고 정규직 일자리를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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