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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0.10 08:34 수정 : 2011.10.10 08:37

[한겨레인] 완성차 하청업체 동희오토

기계 부속품처럼 노동
“작업라인에 떠밀려간다”

오전 8시30분. 오늘도 ‘웅~’ 소리를 내며 라인이 돌기 시작한다. 한 손엔 볼트와 너트를 서너 개 쥐고, 다른 손엔 임팩트(너트를 볼트에 돌려 끼우는 공구) 등 공구를 든다. 흘러가는 라인을 타거나 라인을 따라 걸으면서 임팩트에 너트를 끼워 쏘는 작업을 몇 차례 반복하고 토크렌치로 조여 차체에 부품을 장착한다. 다음 차체가 밀려온다. 걸어서 애초 위치로 이동해 다시 작업을 반복한다. 차 한 대에 주어진 시간은 64초가량. 작업을 서두르면 5초 정도 짬이 난다. 10시30분. 라인이 멈추고 계속 귀를 때리던 소음도 멈춘다. 휴식이다. 속옷이 땀으로 흥건하다. 라인 옆 테이블에 앉는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다. 멍하니 쉰다. 야속한 라인은 10분 만에 다시 돈다. 파스를 붙인 어깨가 뻐근해지고 임팩트를 쥐는 손목이 저려온다. 계속 올려보며 일하는 이들은 목도 아프다. 낮 12시30분. 구내식당으로 가 점심을 먹고 다시 라인이 도는 1시30분까지 멍하니 쉰다. 오후도 마찬가지로 2시간 작업 뒤 10분 쉬고, 다시 1시간50분 일한 뒤 5시30분에 저녁을 먹는다. 저녁시간은 30분. 이젠 잔업이다. 2시간 더 라인을 타고 8시가 되면 라인에서 해방된다.

토요일엔 특근하고 일요일엔 쉰다. 그 다음주엔 야근이다. 저녁 8시15분까지 출근해 석회와 체조를 한 뒤 8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볼트를 조인다. 야근조의 일주일 근무는 토요일 오전 8시에 끝난다. 주야 2교대로 돌아가는 라인은 토요일 저녁 8시부터 월요일 오전 8시30분까지만 온전히 멈춘다. 불만이 높았던 토요일 야간 특근이 없어진 것도 최근 일이다.

이렇게 하루 10시간, 일주일에 60시간씩 일하면서 세금과 보험료 등을 떼고 손에 쥐는 급여는 상여금을 포함해 1년차가 연 2000만원, 3년차가 연 2500만원 정도. 지난해엔 차가 불티나게 팔렸다며 연말성과급 350만원이 나왔다.

2001년 설립돼 기아자동차 모닝을 조립하는 국내 유일의 완성차 외주 조립업체 동희오토 생산직엔 정규직이 한 명도 없다. 1300여명의 생산직은 모두 19개 하청업체 소속이다. 동희오토는 오랫동안 현대자동차 협력업체였던 동희산업과 기아차가 각각 45.0%와 35.1%의 지분을 갖고 있다. 서산에 있는 공장 부지와 건물은 현대차가 장기 임대하고 있다.

2007년엔 시간당 생산대수를 뜻하는 피치가 32였다. 1분52초 정도에 차 한 대씩이 생산된 셈이다. 그러다 2008년 9월 36피치로 올라갔다. 공정당 주어진 시간이 1분40초로 줄어든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경차붐을 타고 모닝이 연간 15만대 이상 팔리면서 회사는 지난해 10월엔 42피치, 올 2월엔 52피치, 그리고 9월엔 56피치로 라인 이동 속도를 가파르게 높였다. 애초 공정당 1분52초였던 노동강도가 공정당 64초로 높아진 셈이다. 물론 36피치였던 2008년 당시 950여명이던 생산직이 현재는 1300여명으로 늘고 일부 공정이 자동화되긴 했다. 하지만 동희오토 노동자들은 “라인에 떠밀려간다”고 표현할 정도로 체감 노동강도가 높아졌다고 말한다.

회사의 ‘2011년 공장 운영방침’엔 공정에 주어진 시간 가운데 실제 작업에 들어가는 시간을 뜻하는 편성률을 87.2에서 95로 올리는 것으로 돼 있다. 편성률 95면 100초 가운데 여유시간이 5초밖에 안 된다는 뜻이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편성률은 60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화가 많이 이뤄지고 공정별로 작업이 균등하게 배분된 선진업체의 경우 편성률이 85~90 정도”라며 “편성률이 95라는 것은 선뜻 믿기 힘들 정도로 놀라운 수치”라고 말했다. 회사 쪽은 편성률 등 노동강도와 관련된 질문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하루 10시간씩 한주 60시간
1300여명 주야 2교대 작업

높지도 않은 임금에 노동강도마저 살인적이니 이직률도 높다. 한두 명씩 떠난 자리에는 선뜻 오겠다는 이를 찾기 힘들다 보니 재중동포 등 이주노동자가 채우고 있다. 지난 6월 복직한 한 해고자는 “3년 만에 돌아와 보니 3분의 2가량은 모르는 얼굴”이라며 “현재 일하는 사람 가운데 3분의 1 정도는 이주노동자”라고 말했다.

한때 노동강도 강화에 저항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2005년 9월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가 설립됐다. 순식간에 850여명 가운데 250여명이 가입했다. 그러자 회사는 이를 주동한 조합원들이 소속된 하청업체와 계약을 해지하며 폐업시켰고, 새 하청업체는 핵심 조합원 40여명을 고용승계하지 않았다. 이후 회사는 하청업체별로 만들어져 있던 ‘유령노조’를 활성화시켜 노조 가입자만 입사시키는 유니언숍 형식으로 운영했다. 당시 노조 위원장 가운데는 소장을 거쳐 현재 협력업체 사장으로 ‘승진’한 이도 있다.

2008년 8월 32피치에서 36피치로 올라가면서 일부 조합원이 노동강도 강화에 반대하는 유인물을 뿌리고, 같은해 11월 한 하청업체에서 조합원들이 위원장을 선출한 ‘민주노조’가 들어섰다. 이에 회사는 곧바로 이 업체를 폐업시키고 유인물을 뿌린 이들을 징계 해고했다. 이런 식으로 일자리를 잃은 조합원이 모두 100여명. 현재는 각 하청업체 노조를 통합한 노조가 들어서 있지만 “추석 때 라인에 인사하러 한 번 온 것 외에는 노조 위원장 얼굴을 볼 수가 없다”고 한 노동자는 말했다. 체육대회도 예전엔 주중에 했지만 이젠 하청업체별로 휴일에 하거나 말기로 했다.

노조 꾸려 개선요구하자 폐업시키고 해고하기도

인건비가 싼데다 업체와 계약 해지 등을 통해 불온한 싹을 보이는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 및 경영 상황에 따른 유연한 ‘정리해고’가 언제든지 가능한, 자본가에는 ‘꿈의 공장’이지만 노동자들에겐 ‘절망의 공장’인 ‘정규직 0명’ 사업장. 주요 공장으로는 STX중공업, 현대하이스코 울산공장 등 두 곳이 더 있다.

생산직 가운데 관리자만 정규직인 ‘사실상의 정규직 0명’ 사업장도 있다. 현대모비스 12개 공장 가운데 울산·이화·아산·서산공장 등 4곳, 현대위아 4개 공장 가운데 창원공장을 제외한 포승·광주·반월공장 등 3곳이 이런 공장이다. 현대모비스 4개 공장은 생산직 2220명 가운데 73%인 1623명이, 현대위아 3개 공장은 1230명 가운데 86%인 1062명이 사내하청 소속이다. 금속노조가 지난 5월 펴낸 ‘나쁜 일자리 추방 2011 금속 일자리 보고서’는 “자동차부품사 가운데 매출액 1·2위인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는 매출액 10억원 대비 (정규직) 종업원 수가 각각 0.45와 0.48로 현대·기아차 등 완성사의 3분의 1에 지나지 않고, 규모가 비슷한 자동차부품사인 만도의 4분의 1, 한라공조의 2분의 1 수준”이라고 밝혔다.

김인현 선임기자 inhyeon@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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