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0.05 20:18
수정 : 2011.10.05 23:02
‘장군 폭행사건’ 국정원 요원 진술서 입수
폭행당한 장군 주장 그대로
상부에 보고돼 ‘살생부’ 파문
국가정보원이 현 정부 들어 현역 장교들의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행적을 파악해 상부에 보고했으며 여기서 언급된 당사자들이 진급에서 탈락하는 등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구체적인 정황이 국정원 내부 문서에서 드러났다. 더불어 지난해 연말 발생한 이른바 ‘장군 폭행사건’의 윤곽도 구체화하고 있다.
국방장관실을 담당하는 국정원 윤아무개 요원은 지난해 11월 군 장성들이 연루된 ‘장군 폭행사건’이 일어난 직후 이 사안의 전말을 담은 에이(A)4 용지 10장 분량의 진술서를 국정원에 제출했다. <한겨레>가 5일 입수한 이 진술서를 보면, 윤 요원은 사건 관련자 중 한명인 ㅈ 대령의 진급 누락과 관련해 “2차 진급에서도 탈락해 노무현 정부 시절 너무 잘나갔기 때문으로 알았는데, 외부에 노출되지 않은 특이사항이 더 있는 것 같다”고 적었다. ㅈ 대령의 특이사항으로 “2002년 대선 당시 ㄱ 장군(당시 대령)이 한나라당 대선후보인 이회창씨 아들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한 김대업씨를 고소했는데, ㅈ 대령(당시 중령)이 이아무개 국정원 국방보좌관(당시 준장), 그의 부하인 김아무개 중령(현재 준장)과 함께 저녁식사 자리에서 ㄱ 장군에게 고소 취하를 종용했다”고 설명했다. ㅈ 대령이 김대업씨를 비호하기 위해 ㄱ 장군에게 압력을 행사한 전력 때문에 진급에서 잇따라 누락했다는 것이다. ㅈ 대령은 폭행사건 뒤인 지난해 연말 마지막 진급 기회에서조차 탈락했고, 당시 저녁 자리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지목된 김 준장도 현 정부 출범 뒤 승진에서 누락돼 한직을 맴돌고 있다.
10년 넘게 국방부를 담당해온 윤 요원은 고소 취하를 종용당했다는 이야기를 2010년 초 ㄱ 장군으로부터 들었으며, 이를 상부에 보고했다고 진술서에서 밝혔다. 하지만 고소 취하를 종용한 것으로 지목된 이들은 ㄱ 장군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 전 국방보좌관(예비역 준장)은 지난해 11월 ㄱ 장군을 만나 이 문제를 항의하다 ㄱ 장군을 폭행하는 사건이 일어났다.(<한겨레> 4월22일치 3면 ‘장군 폭행사건’ 기사 참조) 윤 요원은 진술서에서 폭행 현장에 자신도 출동했으며, 당시 국방부 인사복지실장이 사안의 심각성을 주장하며 청와대 인사비서관실에 관련 내용을 구두보고 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사실관계가 불명확한 내용이 ‘신원 특이사항’으로 관리됐으며 실제 인사에도 영향력을 끼친 셈이다.
<한겨레>는 국방부 대변인을 통해 ‘ㅈ 대령 등이 김대업씨를 비호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윤 요원 진술서에 나오는 ㄱ 장군에게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ㄱ 장군은 “진술서를 작성한 해당 기관에 알아보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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