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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8.16 21:21 수정 : 2011.08.16 21:21

[한겨레 in] 탈북자의 아메리칸드림 ③ 탈북과 탈남

제3국 정착을 원하는 탈남 탈북자들 가운데는 ‘위장 망명’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에서 박해를 받았다”고 주장하지 않고, 아예 한국을 거치지 않은 탈북자인 척하는 것이다. 입국 심사가 까다로운 미국보다 유럽행을 원하는 탈남 탈북자들이 주로 택하는 방식이다.

유럽 나라들도 한국 국적 탈북자의 망명을 불허해 왔지만, 탈북자의 ‘국적 위장’까지 걸러내진 못했다. 2008년부터 영국·노르웨이 등에서 위장 망명한 한국 국적 탈북자가 적발되기 시작했다.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실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영국은 2007년 410명, 노르웨이는 2008년 130명의 탈북자로부터 망명 신청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그 대부분이 한국 국적을 가진 위장망명자로 추정한다.

위장 망명이 늘자 영국 정부는 2009년부터 탈북자 수용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2000년대 초중반 한국을 거치지 않고 난민 지위로 유럽에 정착한 탈북자들 사이에서는 “한국 국적 탈북자 때문에 다른 탈북자들까지 피해를 본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탈남 탈북자의 제3국 망명이 늘자 한국 정부는 2009년,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했다. 탈북자에 대한 보호 및 정착 지원을 중지·종료시킬 수 있는 경우로 “제3국에 망명 신청한 것이 확인된 경우”를 추가했다.

탈남 탈북자 처지에서 보면, 입구와 출구가 모두 틀어막힌 셈이 됐다. 유럽 국가들은 위장 망명한 탈북자를 추방한다. 미국 역시 망명 신청이 기각되면 추방 결정을 내린다. 추방 결정에 따라 한국에 돌아가도 망명 신청 이력이 있는 탈북자는 한국 정부의 지원을 더는 받을 수 없다. 사태의 발단은 유럽이었지만 그 불똥은 미국까지 번졌다. 미국에서 망명 신청이 기각되어도 탈북자들은 ‘혜택 없는 한국’에 가느니 현지에서 불법체류자로 살아간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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