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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8.15 21:07 수정 : 2011.08.16 13:36

2006년 5월 미국 입국한 탈북자 6명의 삶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탈북자의 아메리칸드림 ② 미국 시민의 꿈
공화당의원들 입법 앞장
대부분 한인타운 지역구

올해 들어 미국 상·하원에 각각 ‘북한 난민 입양법안’이 제출됐다. 발의자인 리처드 버 상원의원, 에드 로이스 하원의원은 모두 공화당 소속이다. 이들을 비롯한 몇몇 공화당 의원들은 작년에도 같은 법안을 발의했다. 아직 법안이 통과되진 않았지만, 2004년 미국 의회가 ‘북한 인권법’을 제정했던 일과 비교하면 심상치 않다. 당시 공화당은 “인권을 빌미로 미-북, 남-북 관계를 위태롭게 한다”는 논란 속에서도 수차례 법안을 발의한 끝에 원안 수정을 거쳐 법률 제정에 성공했다.

‘북한 난민 입양법안’의 핵심은 고아 입증 서류가 미비해도 입양할 수 있게 하는 데 있다. 원래는 출생증명, 부모 사망 기록, 고아원 기록 등이 있어야 입양이 가능한데, “가족이 없는” 탈북 어린이·청소년은 이런 서류 없이도 입양될 수 있는 길을 열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북한 인권법’에 근거해 탈북자 관련 사업을 재정적으로 지원해왔다. ‘북한 난민 입양법안’이 통과되면, 탈북 미성년자 입양 사업도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법안을 보면 “평생 거주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나라에 살고 있는 탈북 고아”를 대상으로 삼고 있어, 사실상 전세계에서 탈북 미성년자의 미국 입양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는 한국 거주 탈북 미성년자가 포함된다. “한국 정부와 협력 아래” 추진한다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한국에 거주하는 북한 고아의 해외입양을 돕는다”는 내용이 법안에 있다. 더 나아가 법안은 탈북 여성 어머니와 중국인·조선족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고아도 입양 대상에 포함했다. 미국 비영리단체 ‘미국 난민·이민위원회’는 탈북 난민의 80%가 중국인과 함께 사는 북한 여성이고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5000~8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 사는 탈북자 2세 수천명까지 입양 대상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탈북 미성년자의 미국 입양은 탈북 ‘성인’의 미국행을 가속하는 효과도 있다. 미국 정부는 가족 구성원의 일부가 이미 미국에 거주할 경우 ‘가족 재결합’ 차원에서 다른 구성원의 난민 입국을 허락한다. ‘북한 난민 입양법안’은 “탈북 고아의 가족 재결합을 돕는다”는 내용이 있다. 미국 가정에 입양된 미성년 탈북자가 그 부모를 다시 초청하는 일을 북돋겠다는 이야기다.

세계 각국 난민에게 문호를 개방해온 미국에서 탈북자의 비중은 크지 않다. 유엔난민기구(UNHCR) 자료를 보면, 2009년 세계 난민 8만4000여명 가운데 70% 이상이 미국으로 갔다. 주로 이라크·부탄·버마(미얀마) 출신이다. 같은 기간 북한 출신 난민은 미국 입국 난민 가운데 0.03%를 차지했다. 미국 정부는 올해 동아시아 출신 난민 1만9000명을 받아들이겠다는 방침인데, 그 가운데 1만8500명은 버마 출신 소수민족에 할당했다. 북한·베트남·스리랑카 등 다른 동아시아 국가 출신 난민의 수용 규모는 500명이다. ‘북한 난민 입양법안’은 탈북자를 ‘난민’이 아닌 ‘입양 대상자’로 다뤄 미국 입국 탈북자를 늘리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런 법안을 꾸준히 제출하는 공화당 의원들이 있다. ‘북한 난민 입양법안’을 발의한 에드 로이스 하원의원이 대표적이다. 그의 지역구는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북서부다. 오렌지카운티 전체 인구 301만여명 가운데 한인을 포함한 아시아계는 20% 이상이다. 특히 로이스 의원의 지역구에는 한인이 모여 사는 풀러턴 등 중소 도시가 대거 포함돼 있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북한인권 의제를 주도하는 공화당 정치인들은 근본주의 성향의 기독교인이거나 한인 밀집지역을 지역구로 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들 의원의 보좌관 가운데 한인 출신도 있는데, 미국 내 보수 한인 단체와 교감하면서 북한 관련 법안을 마련한다고 문 교수는 설명했다.


정치인들은 북한 문제를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고, 보수 한인 단체들은 정부 지원을 받아 더 많은 탈북자 사업을 벌이고, 미국에 들어온 탈북자들은 보수 한인 단체로부터 도움을 받으며, 공화당 의원들은 미국 탈북자의 증언을 근거 삼아 북한인권 의제를 다시 부각시키는 ‘순환고리’가 있다는 것이다.

인권이라는 보편가치에 종교·이념·정치의 셈법이 섞여 들면서 미국 정부의 탈북자 정책에 대한 우려도 생겨났다. 이 분야를 연구해온 서보혁 이화여대 평화학연구소 연구교수는 “미국 정치계의 최근 논의가 북한 인권 문제 해결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단순히 인도주의적 관점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정치적 맥락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행 탈북자의 규모를 늘리는 일에만 신경쓸 뿐, 정착을 돕는 제도적 지원에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정인 교수는 “공화당 정치인들은 탈북자 의제를 통해 정치적 선동을 구사하지만, 막상 탈북자 지원 정책에선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경화 안수찬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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