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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8.15 21:01 수정 : 2011.08.16 22:42

탈북자의 아메리칸드림 ② 미국 시민의 꿈
1명 자살하고 2명 한국행
미국땅 3명중 2명 대학생

2006년 5월2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항의 한 호텔에서 탈북자 6명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2004년 미국 의회가 ‘북한 인권법’을 제정한 뒤, 처음으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미국에 입국한 탈북자들이었다. 이들은 국경을 넘어 중국에 온 뒤, 다시 타이에서 난민 자격 심사를 받았다. 6명 가운데 4명은 여성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중국에 머물던 시절 ‘인신매매’ 당한 경험을 증언하기도 했다. 미국 입국 당시 갓 스무살을 넘긴 이도 2명 있었다.

이들은 미국행 탈북자의 1세대 격이다. 그 가운데 지금까지 미국 땅에 남아 있는 사람은 3명이다. 지난 5년 동안, 2명은 한국에 왔고 1명은 미국에서 자살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자살한 김기호(가명·36)씨는 미국 내 탈북자와 한인 선교단체 사이에서 갈등을 겪다가 뉴욕 자택에서 스스로 목을 맸다.

미국에 남아 있는 3명 가운데 1명은 최근 미국인 백인과 결혼했다. 현지에서 만난 탈북자는 “탈북 여성과 결혼하는 미국인은 대부분 경제적 형편이 좋지 않은 경우”라고 말했다. 다른 2명은 대학에 입학했다. 대학에 다니고 있는 김만석(가명·25)씨는 6명 가운데 성공적 정착에 가장 근접한 경우다. 그는 대학 졸업 뒤 의학전문대학원에 들어가 의사가 되는 게 꿈이다. 지난 6월, 김씨는 탈북 난민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시민권도 얻었다.

난민 지위자의 경우 입국 1년 뒤 영주권을, 5년 뒤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다. 시민권을 받으면 미국에 초청할 수 있는 가족 범위가 난민보다 더 넓어진다. 상당수 미국 탈북자들의 꿈은 시민권을 얻고 목돈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에 살고 있는 가족을 중국으로 빼내, 이들을 미국에 데려올 수 있기 때문이다.

탈북자의 미국행을 돕는 선교단체들은 10대 및 20대 초반의 탈북자에게는 미국행을 적극 권유한다. 그러나 30대 이상, 특히 40~50대의 경우, 미국보다 한국에 가는 게 낫다고 본다. 나이가 들수록 언어·문화 적응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가족의 자살이라는 충격적 사건을 겪은 이유도 있지만, 김기호씨의 어머니와 여동생은 결국 미국 생활 적응에 실패해 한국으로 떠났다. 6명을 필두로 이후 미국에 도착한 탈북 난민 가운데는 어렵게 얻은 영주권까지 포기하고 한국에 들어와 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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