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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6.21 21:19 수정 : 2011.06.22 13:19

한겨레 in

자는 비즈니스석

래 목적보단 관광

교명분 간데 없고

훈 없는 세금낭비

지난 1월22일 이재선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자유선진당)과 같은 위원회 소속 신상진·박상은 의원(이상 한나라당)은 싱가포르항공 비즈니스석에 탑승했다. 목적지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남아공 및 스페인 지역 의료보험 및 보건의료 관련 현황을 시찰하고, 관련 주요 인사와 현안에 대한 논의와 자료수집”을 위한 보건복지위 대표단이었다. 이들을 보좌하기 위해 사무처 소속인 보건복지위 입법조사관이 동행했다.

18대국회 3년간 방문외교 121건 한해 예산 수십억…올해는 93억


싱가포르를 거쳐 케이프타운에 도착한 것은 이튿날인 23일 아침. 이들은 월요일인 24일까지 ‘문화시찰’을 했다. 25일 오전 비즈니스석을 이용해 남아공 최대 도시인 요하네스버그로 이동해 1시간여 동안 남아공 보건복지부 장관을 만났다. “한국을 방문해 의료보험제도를 배우고 싶다”는 장관에게 대표단은 한국의 의료보험제도와 관련해 간략한 설명을 하고 준비해 간 선물을 전달한 뒤 사진을 찍었다. 저녁엔 남아공 대사 관저에서 만찬을 대접받았다. 다음날엔 휴양지 선시티의 리조트 로스트시티를 ‘문화시찰’한 뒤 비행기에 올라 27일 아침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이날 역시 ‘문화시찰’을 한 뒤 28일 오전 “한국의 대학과 교류를 원한다”는 바르셀로나대 총장을 만나 “교육과학위 위원들에게 총장님의 열정을 전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어 낮엔 카탈루냐 자치정부 보건부 차관을 만나 의료보험에 관한 간단한 문답을 나눴다. 대표단은 오후에 다시 ‘문화시찰’을 하고 다음날인 29일 오전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처럼 일부 국회의원들의 ‘의원외교활동’을 빙자한 사실상의 ‘관광성 외유’에 국민들의 세금이 줄줄 새고 있다. <한겨레>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와 함께 국회에 18대 국회의원 의원외교활동 자료의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아보고 이 가운데 일부 집행내역 자료 등을 열람했다. 2008년 18대 국회 구성 이후 지난 4월15일까지 방문외교가 121건, 국제회의 참석이 69건이었다. 방문외교는 2008년 14건에 지나지 않았으나 2009년부터 크게 늘어 이해 46건, 2010년 43건, 올해 들어 18건에 이른다.

‘의원외교’ 예산은 2010년에 77억여원이었고, 2011년 예산은 20.5% 늘어난 93억여원이 편성됐다. 공무원여비규정을 보면, 장관급인 국회의원은 항공료(1등석) 외에 출장 지역에 따라 일비와 숙박비, 식비를 합해 하루 345~817달러(37만~88만여원)가 지급된다. 이와 별도로 업무추진비로 의원 1인당 800달러 및 팀당 600달러가 지급된다. 업무추진비는 대부분 현지 대사관에 대한 격려금(500~1000달러) 및 대사관 직원들이나 교민들과의 식사비 등으로 사용됐다. 의원들의 1등석 이용에 대한 비판이 많자 18대 국회 들어 사무처의 권고에 따라 의장단 외에는 상당수 의원들이 비즈니스석을 이용하고 있다.

국회 누리집에 올라온 ‘의원외교활동 보고서’들을 열람한 결과, 국제회의 참석자들은 대부분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그러나 각 상임위 차원에서 ‘자료수집’ 등을 명분으로 ‘외유성’ 출장을 떠나는 경우가 상당히 눈에 띄었고, 특히 상당수 국가 의회와 함께 구성한 ‘의원친선협회’ 차원의 ‘의원외교’는 대부분 외유성이었다.

한 예로 한-크로아티아·루마니아 의원친선협회 소속 김기현·이두아(이상 한나라당)·김용구(자유선진당) 의원 등 3명과 사무처 직원 1명이 1월6일부터 13일까지 6박8일 동안 다녀온 의원외교 일정은 7일 한-크로아티아친선협회장, 11일 한-루마니아 의원친선협회장과 외교장관 면담 외에 별다른 게 없다. 7일 크로아티아 대사 주최 만찬에 참여했고, 8~10일 오스트리아 빈에 머무르면서 9일 오스트리아 대사 만찬에 참석하고 11일 루마니아에서 두산중공업 현지 사업장을 방문한 정도가 공식 일정이다. 의원외교협의회나 의원친선협회 차원의 방문외교는 3년 동안 모두 30건에 이르렀다.

국회의원 대표단 아프리카지역 외교활동 일정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1인당 하루 37만~88만원 주고 업무추진비로 800달러 지급

이밖에 큰 스포츠대회가 열리면 상임위나 친선협회 차원에서 ‘명분’을 만들어 다녀오는 경우도 있었다.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가 열린 지난해 11월엔 한-중의원외교협의회 회장인 김무성 의원 등 한나라당 7명, 민주당 2명, 자유선진당 1명, 민주노동당 1명 등 의원 11명과 사무처 직원 5명, 의원 비서관 1명 등 모두 17명이 4박5일 동안 베이징과 광저우를 방문했다. 이에 앞서 월드컵이 열린 지난해 6월엔 이윤성·정갑윤·한선교(이상 한나라당)·강기정(민주당) 의원 등 4명과 사무처 직원 1명이 ‘한-남아공·케냐 의원친선협회 상대국 방문’ 명분으로 6박8일 동안 두 나라를 방문해 한국-아르헨티나전을 관람하고 오기도 했다. 당시 이 일행이 쓴 경비는 항공료 4300여만원, 체재비 1200여만원, 업무추진비 600여만원 등 모두 7100만원이 넘는다. 업무추진비는 남아공과 케냐대사관, 두바이총영사관 등 3곳 직원 격려비로 500달러씩 모두 1500달러, 남아공대사관과 두바이총영사관 등 2곳 직원 격려 식사비로 500여달러 등 용도로 사용됐다.

또 국회의장이나 부의장이 의원들을 수행하고 다녀오는 ‘의장단 해외방문’은 수행 의원 및 사무처 직원들이 많아 방문단 규모도 크고 예산도 많이 사용했다. 예를 들어 박희태 국회의장은 1월6~16일 9박11일 동안 프랑스, 알제리, 크로아티아를 방문했는데, 수행 의원 22명을 포함한 29명의 방문단이 항공료 1억7900여만원과 체재비 6만1386달러(6600여만원), 업무추진비 7만8748달러(8500여만원) 등 모두 3억3000여만원을 썼다. 의장단 해외방문은 2008년 3건, 2009년 5건이었으나 지난해부터 크게 늘어 지난해 10건, 올해 들어 4월15일까지 4건에 이른다.

김인현 선임기자 inhyeon@hani.co.kr

보좌진·국회직원 단기연수도 사실상 ‘외유’
사무처, 비용 안밝혀

국회의원들 외에 의원 보좌진, 국회 사무처 직원들과 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들도 ‘외유성 출장’을 떠난다.

한나라당 의원 보좌진 11명은 휴가철인 지난해 7월16일부터 23일까지 6박8일 동안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를 다녀왔다. 4급 보좌관 5명, 6급 비서관 2명, 9급 비서관 4명의 이른바 ‘단기해외연수’였다. 이들이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방문기관은 단 두 곳. 7월19일 오스트리아 빈(비엔나)시청에서 ‘교통운송발전 담당관’을 만나 자전거 정책에 대한 설명을 듣고, 22일엔 체코 관광청을 방문해 대변인한테서 관광정책에 대한 브리핑을 들은 것이 전부다. 그것 말고는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전혀 적혀 있지 않다.

이에 앞서 같은해 3월19~26일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독일을 다녀온 ‘한나라당·미래희망연대 보좌진 단기해외연수팀’의 보고서는 조금 더 자세하다. 이들은 파리에서 “에펠탑, 루브르박물관, 앵발리드, 몽마르트르 등 주요 관광시설 등을 시찰하면서 운영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듣고”, 로마에서도 바티칸 박물관, 성베드로대성당, 콜로세움, 트레비분수 등을 “시찰”했다.

이렇듯 의원 보좌진, 국회 사무처 직원들과 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들의 단기해외연수는 대부분 외유성이었다. 지난해의 경우 사무처 직원 18명으로 꾸려진 ‘실무현안과제팀’이 5월21~28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로 ‘단기연수’를 다녀왔고, 각각 2~11명으로 구성된 의원 보좌진 7개 팀이 미국과 유럽 등을 다녀왔다. 국회 사무처는 사무처 직원 및 의원 보좌진 ‘단기해외연수’에 세금이 얼마나 쓰였는지에 대해 “1인당 360만원 한도 안에서 여비규정에 따라 지급한다”며 총액은 밝히지 않았다. 여기에 쓰이는 예산은 ‘의원외교활동’ 예산과는 별도다.

다만 곽정숙 의원(민주노동당) 보좌관 2명의 단기해외연수 보고서는 스웨덴 복지제도에 대한 충실한 내용을 담아 눈에 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3~13일 10박11일 스웨덴 단기해외연수에서 일정을 빡빡하게 쪼개 사회민주당, 국제노동기구, 노인 재가서비스 파견기관인 후딩에콤문, 시민교육협의회 등 14곳을 방문하고 사용자연맹 홍보위원, 금속노조 정책위원, 장애인공동작업장 대표자 등 여러 전문가를 만났다.

김인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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