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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6.20 20:27 수정 : 2011.06.20 21:57

지난해 9월13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이 2011년도 정부예산안을 심의하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운영위서 증액관행 매해 반복 …기재위서 깎여도 예결위 복원
국회예산 증액률, 정부 웃돌아…감사원의 회계감사도 ‘한계’

“국회사무처 소관 예산안에 대해서는 10억4700만원을 감액했고 나머지 부분은 좀 증액해서 수정 의결했습니다. … 2011년도 국회 소관 예산안을 소위원회에서 심사 보고한 대로 수정 의결하고자 하는데 이의 없으십니까?”

“없습니다.”

“없으시면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지난해 11월26일 국회 운영위. 정부 예산안 가운데 국회 예산 5142억원을 172억여원 늘리기로 의결한 장면이다.

국회는 애초 올해 예산으로 5564억원을 요구했다. 기획재정부는 이 가운데 421억여원을 깎아 정부안을 확정했다. 삭감된 41개 항목 가운데 국회가 이의를 제기한 항목은 단 하나였다. 현재 의원들에게 매달 180만원씩 지급되는 입법활동비를 313만6000원으로 늘리자며 59억여원 증액을 요구했으나 기획재정부에서 55억여원을 깎은 부분. 나머지에 대해서는 모두 “이의 없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국회 예산은 다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32억여원 늘어났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전체 정부예산안 215조9138억원에서 4240억원이 늘어나 0.20%가 증액됐으나, 국회 예산은 정부안보다 0.62%가 증액된 셈이다.

한정된 재원을 놓고 각 부처가 치열하게 다투는 예결특위에서 상당부분 깎이긴 했지만(표 참조), 국회 운영위 단계에서 국회 예산을 마구 증액하는 관행은 해마다 되풀이된다. 올해 예산을 두고 애초 운영위에서 증액 의결한 내용을 보면 자신이 쓸 예산을 심의하는 의원들의 태도가 여실히 드러난다.

의원실마다 2명씩 두고 있는 인턴 근무기간을 연간 10개월에서 1개월 더 늘리고 월급도 120만원에서 130만원으로 늘리겠다며 17억여원을 요구했다가 기획재정부에서 삭감된 예산을 되살렸다. 또 의원실당 1200만원씩 지원되는 의원정책 홍보유인물비를 2000만원으로 늘리는 데 23억여원, 의원 보좌직원 시간외수당 지급기준을 월 32시간에서 35시간으로 늘리는 데 4억여원이 필요하다며 되살렸다.


또 한-일 의원교류사업을 세계 모든 국가 의회로 확대하겠다며 1억5000만원, 국회도서관 보존서고 확충을 위해 65억여원을 신규 계상하고, 국회도서관 보존서고 신설에 따른 서가구입비도 24억여원을 증액했다. G20 서울 국회의장회의와 관련해서는 “그 위상에 맞지 않게 과소 편성된 측면이 있고, 회의장 설치비 등 사업 추진 과정에서 증액 요인이 발생했다”며 애초 예산안 9억2500만원에다 7억4400만원을 증액하고 이와 별도로 회원국 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비 1억5000만원을 신규 계상했다.

운영위에서 의결한 증액안은 예결특위에서 일부 제동이 걸렸지만, 이런 태도는 지출에서도 방만한 운영이 일어나는 요인이 된다. 게다가 사후통제장치인 감사시스템도 느슨하기만 하다. 중앙 행정기관들은 지난해 7월 제정된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자체 직원이 아닌 외부 전문가의 지휘를 받는 독립 감사기구를 둬야 한다. 그러나 국회와 대법원 등은 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국회는 감사원의 직무감찰도 받지 않는다. 감사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이어서 삼권분립 취지에 따라 입법부와 사법부는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회에 대한 직무감찰은 내부기관인 국회 감사관실에서만 맡고 있다. 감사원의 회계감사를 받기는 하지만 이도 느슨하다. 감사원 예산 역시 심의에 따라 증액되거나 감액될 수 있는데다 매년 국정감사를 받아야 해 국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국회 예산은 인건비가 50.8%, 기본경비가 4.4%, 주요사업비가 44.8%를 차지한다. 인건비는 국회의원과 보좌진, 국회 직원들에게 지급되는 보수이며, 기본경비는 전산망 운영, 위원회나 부서 기본경비 등에 쓰이는 비용이고, 주요사업비는 본회의와 위원회 운영, 의원외교 및 국제회의, 국회 활동 관련 단체 지원, 국회 청사 확보 및 시설관리, 국회방송 운영 등에 쓰인다. 특히 사업비 가운데 예비금은 행정부의 예비비와 같은 개념으로 예산 편성 때 예상하지 못한 지출에 쓰라는 용도이지만, 국회는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그 지출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예비금은 국회의장이 해외출장을 떠나는 의원 1인당 1000달러씩을 격려금으로 지급하는 등 사실상 국회의장의 ‘쌈짓돈’으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정책개발비 91억여원 가운데 20억원 등 예산 항목마다 일부는 특수활동비로 책정돼 있는데, 이 돈은 지출내역에 대한 증빙자료를 제출할 필요가 없어 실제 사용처를 알 수 없게 돼 있다.

김인현 선임기자 inhyeon@hani.co.kr

국회 예산 정보공개 거부대법이 판결해도 ‘모르쇠’

필자는 우리나라에 정보공개법이 도입된 1998년부터 정보공개운동을 해왔다. 그동안 수많은 기관들과 부딪혀봤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불투명한 기관을 들라면 국회를 꼽겠다. 국회는 연간 5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사용하면서도 가장 감추는 게 많은 기관이다. 감사원의 감사나 결산검사도 국회 앞에서는 ‘무딘 칼’이다. 법률을 만들고 예산을 심의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국회 앞에서 감사원이라고 눈치를 안 볼 수 없다.

국회에서 쓰는 예산 가운데 가장 불투명한 부분은 예비금, 특수활동비, 업무추진비 같은 명목의 돈들이다. 모두 어디에 사용하는지 베일에 가려져 있는 예산이다. 예비금은 ‘국회 의장의 쌈짓돈’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정해진 용도도 없고 대략적인 사용내역도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수활동비의 경우에는 영수증도 없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무추진비도 용도가 불분명하기는 마찬가지다.

액수도 적지 않다. 올해 예비금이 13억원이고, 특수활동비는 88억원, 업무추진비는 107억원이 넘는다. 도대체 이 많은 돈들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

최근 이런 예산항목들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그런데 국회는 “고도의 정치활동과 특수한 의정활동에 사용되는 경비여서 상세 내역이 공개되면 국회 본연의 기능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말도 안 되는 이유다. 국회가 국가정보원도 아니고 국회의원들은 정보요원이 아니다. 그런데 국회가 어떤 비밀스런 의정활동을 하기에 예산의 사용내역을 밝히지 못하는 것일까?

게다가 국회가 정보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대법원 판결조차 무시하는 것이다. 이미 대법원은 2004년도 국회에서 쓴 예비금과 특수활동비, 업무추진비의 상세한 사용내역이 공개돼야 한다고 판결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국회의 비밀주의 행태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국민에게 폐쇄적인 국회는 존재이유가 없다. 국회가 예산을 방만하게 낭비하면서 행정부의 예산 낭비를 제대로 감시할 리도 없다. 예산도 똑바로 사용하지 못하는 국회가 국민의 입장에서 의정활동을 하리라고 기대할 수도 없다. 결국 이로 인한 모든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이제는 국회 예산부터 어두침침한 밀실에서 햇볕 아래로 끌어내야 한다.

하승수/ 변호사·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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