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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6.20 20:06 수정 : 2011.06.20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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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비·부수 등 부풀려/예산 타내 업체에 주고/일부 되받아 비자금화
지난해 2303건 66억원 집행/과다청구 의심사례 여당 다수/특수활동비는 내역조차 봉인

정책개발비는 지난해에는 전체 예산 91억여원 가운데 86억여원이 집행됐다. 의원 299명 각자에게 1500여만원 한도에서 지원하고 이를 소진하면 800여만원 한도에서 추가 지원한다. 이밖에 특수활동비로 책정된 20억원 가운데 17억원은 매달 균등 지급되고, 나머지 3억원은 입법활동 실적 등에 따라 차등 인센티브로 지급된다. 이를 환산하면, 지난해 의원 1인당 평균 2900여만원이 지급된 셈이다. 국회는 사용 근거자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특수활동비 내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를 제외하고 국회가 공개한 정책개발비 집행내역은 모두 2303건, 66억여원으로, 건당 평균 290여만원이 쓰였다.

■ 요지경 청구 실태 정책개발비로 현금을 마련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자료집 인쇄비 부풀리기다. 뻥튀기된 견적서와 세금계산서를 이용해 정책개발비를 타내고 이를 업체에 지급한 뒤 이 가운데 일부를 현금으로 되돌려받는 수법이다. 단가를 부풀리기도 하고, 부수를 부풀리기도 하며, 이 두 가지를 함께 하기도 한다.

한번에 1000만원 이상 청구한 건들에 대한 근거자료를 열람하는 과정에서 이런 의심이 드는 경우가 상당수였다. 장광근 의원(한나라당·서울 동대문갑)은 10월28일 ‘CM(건설사업관리)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정책세미나’를 하면서 52쪽 자료집 600부 발간비로 1334만여원을 청구했다. 부당 단가가 2만2000원이 넘는 셈이다. 박상천 의원(민주당·전남 고흥·보성)은 11월22일 고흥에서 ‘농수축산물 유통 활성화를 위한 전략모색 심포지엄’을 하면서 자료집 400부 발간비 1007만원, 초청장 제작비 330만원, 플래카드 제작비 269만여원 등 모두 2055만여원을 청구했다. 추미애 의원(민주당·서울 광진을)은 12월21일 ‘한반도의 현대정치에서 찾아본 유산과 21세기 비전’이라는 강연 내용을 엮은 36쪽 자료집을 무려 6만부 찍었다며 1996만원을 청구했다.

또 원유철 의원(한나라당·경기도 평택갑)은 4월2일 국회의원회관 간담회실에서 전문가 8명을 초청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제고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했다면서 사례금 없이 포스터·현수막 및 정책자료집 500부 비용으로만 1022만여원을 청구했다. 지난해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안경률 의원(한나라당·부산 기장을)은 같은해 12월 ‘녹색산업 국가전략과 글로벌 네트워크’라는 56쪽짜리 자료집을 1만1000부 찍었다면서 2110만여원을 청구하기도 했다.

이춘식 의원(한나라당·비례대표)은 2월2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6명이 토론자로 참석한 ‘북한의 비핵, 개방, 경협 진단과 대책에 관한 토론회’를 하면서 ‘자료집 제작 등’ 비용으로 1300만원을 청구했다. 그 내역을 보면, 초대장 8000부와 봉투 제작에 300만원, 우편료 및 발송작업에 250만원, 포스터 300부 제작 및 부착에 150만원, 현수막 2개 제작·설치에 30만원, 60쪽 자료집 1500부 제작에 300만원 등이다. 국회에서 소규모 토론회를 하는데 이렇게 많은 초청장과 포스터, 현수막 등이 필요했을지 의문이다.

황진하 의원(한나라당·경기 파주)은 호텔에서 좌담회를 하면서 2064만여원을 청구했다. 정책개발비 신청 마감 이틀 전인 12월27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황 의원과 서재진 통일연구원 원장 등 9명이 ‘2010년 대한민국 외교·안보·통일 결산과 과제’ 송년좌담회를 연 것이다. 여기에 쓰였다는 돈이 44쪽 자료집 400부(국문 300부, 영문 100부) 발간비 900만원, 포스터·현수막 등 홍보물 제작 250만원, 8명에 대한 사례금 200만원, 행사장 대여료 275만원, 통역부스 설치 44만원, 속기료 40만원, 동영상 촬영 88만원, 식대 187만원, 다과료 52만원 등이다. 1000만원 이상을 청구한 83건 가운데 한나라당 55건, 민주당 21건, 자유선진당 4건, 창조한국당 1건, 민주노동당 1건, 국민중심연합 1건 등을 차지했다.

■ 모범 사례는? 정책개발비를 본래 의미에 맞게 알뜰하게 사용하는 의원도 많다. 유원일 의원(창조한국당·비례대표)은 모두 42건에 2515만여원을 청구해 건당 평균 59만여원을 썼다. 각 분야 전문가들을 의원실로 불러 20만원가량의 사례금을 주고 간담회를 하고, 세미나 장소도 대여료가 없는 국회에서 하고, 상당수는 다른 당 의원들이나 노동조합 등과 공동으로 주최해 비용을 분담했다. 자료집도 참석자 수에 맞춘 최소한만 준비했다.

이밖에도 김춘진 의원(민주당·전북 부안)이 37건에 2566만여원(평균 67만여원), 송민순 의원(민주당·비례대표)이 36건에 2641만여원(평균 73만여원), 조승수 의원(진보신당·울산북)이 31건에 2687만여원(평균 86만여원)으로 정책개발비를 알차게 사용했다.


김인현 선임기자 inhyeon@hani.co.kr

자료집·보고서는 재탕·자기홍보

국회의원들이 정책개발비로 펴내는 자료집·보고서의 수준은 어떨까.

국정감사 질의자료, 상임위 회의록, 심지어 이미 발의한 법률안 등이 엮여 ‘정책·입법자료’로 둔갑한 경우가 적지 않다. 민주당 송훈석 의원은 지난해 12월 ‘농림수산식품분야 주요 과제 및 정책제언’이란 이름의 국정감사 자료집(403쪽)을 펴냈다. 정책개발비 1557만원을 받았다. 자료집 앞부분은 국정감사 때 낸 보도자료와 질의 내용이고, 352~403쪽은 ‘보도실적’이다.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도 같은달 ‘2010 국정감사정책자료집’(363쪽)을 3000부 찍었다며 정책개발비 1694만원을 받았다. 손 의원의 국감 보도자료와 이를 보도한 신문 기사, 방송 화면으로 책 얼개를 구성했다. 당시 보도자료는 손 의원의 누리집에도 올라와 있다. 한나라당 강석호 의원의 1314만원짜리 ‘2010 국정감사 활동보고서’엔 ‘강석호 의원이 걸어온 길’, ‘사진으로 보는 강석호’가 포함돼 있다.

2005년부터 시행된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정책개발비를 입법 및 정책개발 활동에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이를 사실상 자신의 홍보비로 유용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 김우남 의원은 지난해 받은 2696만원의 정책개발비 가운데 2400여만원을 12월에 펴낸 ‘2010년 국정감사 정책자료’와 ‘2010년 발의법안 모음’(3권)에 사용했다. ‘발의법안 모음’은 김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국민연금법,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51개 법안을 정리한 자료다. 제목과 달리, 2009년 발의했던 44개 법안까지 담았다.

국회 운영지원과 실무자는 “(홍보성 자료를 낼 경우) 솔직히 좀 그렇다. 다음엔 하지 말라고 말하지만, 무조건 거부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인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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