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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6.20 19:59 수정 : 2011.06.20 22:09

-여기 ○○○ 의원실입니다. 이번에 인쇄업체를 바꿔보려 하는데, 인쇄물 찍는 과정에서 저희 자금 마련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가요?

“그때그때 요구하시는 대로 가능합니다. 부가세만 처리해주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정책자료집 만들 때 1500만원 견적에 1000만원 마련도 가능한가요?

“그 정도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정책자료집 같은 경우 필요한 범위에서 200~300부만 찍는 의원도 있지만 사무처 제출용 1부만 찍기도 합니다. 얼마든지 가능하죠.”

국회가 있는 서울 여의도의 한 정치기획사 사장과 기자의 통화 내용이다. 정책개발비 등이 의원들의 ‘비자금’ 조성용으로 쓰이는 ‘관행’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겨레>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와 함께 지난해 국회 정책개발비 집행 내역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해 자료를 받은 뒤, 1000만원 이상 집행된 83건에 대한 근거자료 등을 열람한 결과, 정책자료비가 거짓으로 청구된 경우가 드러났다. 또 상당수 의원들의 정책자료집 발간비가 부풀려져 ‘비자금’으로 쓰인 의혹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이주영 의원(한나라당·경남 마산갑)의 경우 지난해 11월20일 창원의 한 뷔페식당에서 ‘주민 숙원사업 및 예산 점검을 위한 국회의원 도·시의원 정책세미나’를 열었다며 1120여만원을 청구했다. 52쪽짜리 자료집 1000부 발간비 660만원, 도·시의원 사례비 25만원씩 300만원, 식사비 149만여원 등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 의원 누리집을 보면, 이 행사는 이 의원 지역구 사무실에서 열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이 의원은 “도·시의원 간담회는 분기마다 한번씩 하는 것으로, 자료집을 제작한 적도 사례비를 지급한 적도 없다”며 “실무자가 다른 행사와 관련해 잘못 청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전날 있었던 ‘남해안 시대를 위한 의원연구모임 토론회’ 경비가 의원연구모임에서 지원한 금액으로는 부족해 정책개발비를 거짓으로 청구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또 정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허태열 의원(한나라당·부산 북·강서을)은 지난해 11월 ‘오픈프라이스제도 확대 시행 100일’이란 60쪽짜리 정책자료집 2000부를 찍었다며 1500만원을 청구했다. 그러나 이 자료집 견적서를 본 충무로의 한 인쇄업자는 “2000부를 모두 찍었다 하더라도 넉넉잡아 400만원만 받아도 충분히 이윤이 남는 인쇄물”이라고 말했다.(4면 표 참조) 이 자료집을 제작한 곳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요구하는 대로 (자금 마련이) 가능하다”고 한 업체다. 이에 대해 허 의원실 관계자는 “인쇄비가 과다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피감기관이나 지역구 등에 배포하느라 2000부도 부족했다”고 말했다.

한 전직 의원보좌관은 “현금이 필요할 때 출판·인쇄·용역 등에서 ‘깡’하는 건 관행”이라며 “보통 의정보고서를 만들면 3000만~3500만원 정도 드는데, 인쇄소와 얘기해서 수백만~1000만원 정도까지 부풀려서 결제해주고 현금으로 돌려받는 식으로 현금을 마련한다”고 말했다.

김인현 선임기자, 유신재 기자 inhyeon@hani.co.kr

정책개발비란 국회의원의 입법이나 정책개발을 위한 공청회, 토론회, 세미나, 전문가 간담회 등에 지원되는 국회 예산이다. 2005년부터 시행됐다. 지난해와 올해에는 각 91억여원씩 편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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