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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6.06 09:49 수정 : 2011.06.06 09:49

지난 5월21일 저녁, 경남 함안군 칠서면 낙동강 18공구에서 저녁 교대 근무를 맡은 노동자들이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함안/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한겨레in 4대강편을 마치며

이병태(61)씨는 지난 1월9일 오후 7시40분께 낙동강 17공구 준설선에서 발을 헛디뎌 숨졌다. 아들 이재훈(32·가명)씨는 “다시 아버지의 죽음을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4월21일,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국회에 나와 “(4대강 사망 사고중) 사고다운 사고는 몇 건 안 되고 거의 본인의 실수에 의한 교통사고나 익사사고였다”고 말했다. 나흘 뒤, 아들 이씨가 취재팀에 전화를 걸어왔다. “도대체 뭐가 사고다운 사고인 겁니까. 뭐가 그리도 급해서, 누구 때문에 밤샘작업을 했던 겁니까.” 아들 이씨는 아버지의 얼굴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강에서 건져올린 아버지의 얼굴이 너무도 추워 보였어요.” 아들은 아버지에 대한 모든 것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14번째 사망자가 발생한 뒤인 4월초부터 취재를 시작했다. 편집국 탐사보도팀과 디지털뉴스부 기획취재팀은 공동취재진을 꾸렸다. 경찰·소방서·노동청의 사건기록을 검토하고, 유족·동료는 물론 관련 기관·기업 관계자 100여명을 만났다. 50여일의 시간도 빠듯했다.

취재팀을 만난 유족 대부분은 처음에 인터뷰를 거절했다. 건설사와 합의한 내용이 유족의 발목을 잡았다. 사고 직후, 최대한 서둘러 보상금을 지급한 건설사는 한결같이 “민형사상 일체의 법률상 책임을 묻지 않으며, 본건과 관련한 일체의 권리를 포기한다”는 문구가 적힌 합의서를 유족에게 내밀었다. “합의사항을 외부에 발설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담은 합의서도 있었다. 합의서에 서명한 유족들은 보도 자체를 회의했다. “이제 와서 기사 쓴다고 바뀌는 게 있겠느냐”고 말했다.

죽음을 다시 꺼내는 것도 그들에겐 고통이었다. 지난해 11월29일 숨진 김진국씨의 아내 강지영(가명)씨는 전화통화 내내 울었다. “지금도 멍하게 있을 때는 눈물이 나는데 다시 얘기하면 너무 힘들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집 앞에서 기다려 직접 만난 뒤에야 마음을 열었다. 지난해부터 남편과 함께 오미자 농사를 시작했다. “올해 오미자 싹이 파릇하다”고 말하며 강씨는 또 울었다.

현장 동료들은 철저한 익명을 원했다. 그들이 두려워한 것은 실직이었다. 어느 포클레인 기사는 “장비 사느라 수천만원을 빚지고 들어왔다. 2년동안 원금과 이자까지 갚아야 하는데, 취재에 응하면 여기서 더 일 못한다”고 말했다.

건설사도 익명을 원했다. 사고 공구를 맡은 원청·하청 건설사들은 연재 기간 내내, “건설사 이름이 기사에 나가느냐? 이니셜로 처리해주면 안되느냐?”고 취재팀에게 연락해왔다. 4대강 공사 사망자가 일했던 공구와 담당 건설사 명단은 인터넷 검색으로 쉽게 확인 가능한 ‘공개 정보’였다. 취재팀은 이를 숨길 이유가 없다고 보았다.

사망자 19명 가운데 8명은 경남지역에서 숨졌다. 이를 관할하는 창원지검의 곽규홍 차장검사는 관련자 기소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단순 안전사고를 일일이 파악하고 있지 않은데, 알아보겠다”고 답했다. 며칠 뒤 연락하자 “안전사고를 ‘4대강 공사 사고’로 묶는 의도가 뭔지 이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소 여부는 답하지 않았다. 노동청은 사망자의 근로시간·근로형태에 대한 질문에 “‘과로’는 추정사항일 뿐 사망과 직접 인과관계가 없다. 우리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안전’에 대해서만 조사한다”고 답했다. 몇몇 경찰서는 사고 원인에 대한 질문에 “본인 부주의 탓”이라고 자신있게 답했다. 당국이 보는 19명의 죽음은 ‘단순 안전사고’의 범주를 넘지 않았다.

죽음은 계속되고 있다. 4대강 공사현장 사망자 19명에 대한 기사를 연재하던 중 낙동강 14공구에서 안전요원 이아무개(69)씨가 덤프트럭에 치여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언론은 단신으로도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숨진 이는 19명에서 20명으로 늘었다.

박수진 유신재 송경화 권오성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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