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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5.31 09:55 수정 : 2011.05.31 10:28

[한겨레 in]
돌아오지 않는 강-4대강 사망자 19명 전수조사
① 대통령 자전거 타던 날

4대강 사망자 19명 추적조사 해보니

2009년 여름 4대강 공사 준비 단계부터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2009년 8월16일 낙동강 24공구 보트 전복으로 지질조사원 이아무개씨가 숨졌다. 최근 사망자는 지난 5월16일 낙동강 18공구에서 작업을 준비하다 심근경색으로 숨진 이병득씨다. 지금까지 공사 참여자 가운데 모두 21명이 숨졌으나, 이번 취재는 공사현장에서 숨진 19명에 집중했다. 지난 4월1일 휴무일에 공사현장 밖에서 심근경색으로 숨진 박아무개씨, 4월2일 공사일을 마친 뒤 고철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숨진 김아무개씨는 취재 대상에서 제외했다.

■ 올해 들어 급증한 사망자 장마철을 앞두고 공사를 서두르면서 사망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2009년 이후 4대강 사망사고 18건(사망자 19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0건(사망자 11명)이 올해 발생했다. 1월 2명, 2월 1명, 3월 3명, 4월 4명, 5월 1명 등이다. 국토해양부가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에게 제출한 ‘4대강 공사 월단위 누적공정률’ 자료를 보면, 공사가 본격화된 2010년 3월부터 올해 4월까지 월평균 공사 진척률은 4.25%다. 이 기간에 모두 16건의 사망사고가 일어났는데, 12건의 사망사고는 공사 진척률이 평균보다 높은 달에 일어났다. 3명의 노동자가 숨진 올해 3월 공사 진척률은 6.4%,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4월 공사 진척률은 5.1%였다. 공사를 서두를수록 더 많이 숨진 셈이다.

‘국제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인 지난 5월25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서 ‘산재사망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캠페인단’이 4대강 공사중 사망자를 상징하는 신발을 늘어놓았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사망자 평균나이 53살 나이 든 노동자가 많이 숨졌다. 사망자 19명 가운데 5명은 60대 이상이다. 다른 직업이라면 이미 정년을 넘긴 나이지만, 단기계약으로 노동자를 고용하는 건설현장의 관행 때문에 사고에 취약한 고령자들이 대거 공사에 투입되고 있다. 젊은층일수록 고된 건설노동을 꺼리는 세태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 중 30대 이하는 2명뿐이었다. 60대 이상 사망자 가운데 2명은 농업 등 다른 직업에 종사하다 집 근처에서 4대강 공사가 시작되자 부업을 하러 현장에 나왔다가 사고를 당했다.

■ 3명중 1명꼴 이혼·별거 결혼 여부가 확인된 18명 가운데 6명은 이혼을 했거나 부인과 별거중이었다. 집에서 가까운 공사현장을 골라 일할 수 없으므로 건설노동자 대부분은 현장에 마련된 컨테이너 숙소나 현장 근처 여관에서 생활한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길수록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사망자 중 2명만 2주에 1번꼴로 집에 다녀왔고, 나머지 사망자는 대부분 한달 이상 가족을 만나지 못했다.

■ 보상금 최저 1억, 최고 5억원 유족들에게 지급된 보상금은 최저 1억원에서 최고 5억원이었다. 포클레인 등 장비를 보유하거나 자격증이 있는 경우엔 보상금이 높았다. 특별한 건설기술이 없는 막노동자일수록 보상금이 적었다. 2억원 미만의 보상금을 받은 6명 가운데 5명은 자기 소유 장비가 없었고, 3명은 전문적 기술이 없는 신호수였다. 중장비의 이동을 수신호로 안내하는 신호수 3명 모두 덤프트럭에 치여 숨졌다.

■ 저학력 노동자 사망자들의 최종학력도 낮다. 대학을 졸업한 이가 2명인데, 모두 지방대에서 공부했다. 고졸은 7명, 중졸은 2명이었고, 초등학교만 다닌 이도 4명이나 됐다. 사망자 19명 가운데 4명은 유족·동료 등이 최종학력을 알지 못하는 경우인데, 고졸 이하 학력자로 추정된다. 학력이 낮은 사람들은 보상금도 적게 받았다. 2억원 미만의 보상금을 받은 6명 가운데 3명은 초등학교만 졸업했고, 2명은 각각 중학교와 고등학교까지 마쳤다. 권오성 박수진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사라진 사람, 살아난 이름

불법체류자·파산자 2명은 남의 이름 빌려 일하다 숨져

사망자 19명 특징
사망자 가운데 2명은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숨졌다. 4대강 공사현장에서 일하려고 남의 이름을 도용한 것이다.

박명섭(59)씨는 재중동포다. 지난해 6월17일 낙동강 13공구에서 현장사무소로 쓸 가건물을 짓던 중 추락해 숨졌다. 8년 전 한국에 온 그는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다. 그 사실을 숨기려고 남의 신분증을 구해 다른 사람 행세를 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사고 직후 박씨의 유족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이 찾아낸 유족은 박씨의 부인이었는데, 그 역시 재중동포다. 부인은 정기적으로 중국과 한국을 오가면서 체류기간을 연장했지만, 남편은 그럴 여력이 없었다. 박씨의 부인은 서울 장안동의 한 갈비집에서 월 150여만원을 받으며 지금도 일하고 있다.

김정태(51)씨는 파산자였다. 지난 4월18일 금강 6공구에서 포클레인을 몰다 덤프트럭에 치여 숨졌다. 김씨는 다른 포클레인 기사 박아무개씨의 면허증에 얼굴사진만 바꿔 붙이고 공사장에서 일했다. 그가 포클레인 기술을 익힌 1980년대에는 중장비 면허증 관리가 허술했다. 김씨는 면허증 없이 중장비를 몰았다. 이후 공사현장에서 면허증을 확인하는 경우가 늘었고, 나이가 들어 새로 면허증 취득 시험을 치르는 일도 쉽지 않았다. 3년 전 파산을 신청한 김씨는 면허증을 따는 대신 다른 사람의 면허증을 도용했다. 어차피 빚독촉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사람 행세를 해야 할 판이었다. 김씨를 기사로 고용한 포클레인 차주와 현장 동료는 물론 그의 친구들조차 김씨를 가짜 이름으로 알고 있었다.

4대강 사업 공사 중 사망사고 발생 현황

■ 어떻게 취재했나

50일간 100여명 인터뷰…19명 전수조사

4월 초부터 50여일 동안 4대강 공사중 사망사고 18건(사망자 19명) 전부를 추적 취재했다. 편집국 탐사보도팀(유신재·송경화)과 디지털국 디지털뉴스팀(박수진·권오성)으로 구성된 온·오프 공동취재팀은 경찰서·소방서·노동청 등이 작성한 사건기록을 검토하고, 유족, 동료, 목격자, 담당 경찰, 노동청 감독관, 건설사 관계자 등 100여명을 인터뷰했다. 부산, 인천, 광주, 경기 양평·여주, 경북 의성·상주·구미·안동, 경남 김해·창녕·창원·거창, 전북 군산, 전남 영암·담양 등 전국의 4대강 공사현장과 관계기관, 유족들의 집을 직접 찾았다. 유족이 요청한 경우 기사에 등장하는 사망자 및 가족은 익명으로 처리하거나 가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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