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12.31 15:14
수정 : 2010.01.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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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들은 체면 차리지 않는 망치부인의 속시원한 말펀치에 열광한다. 공중파 방송에선 볼 수 없는 직설적인 방송을 지난 2년여간 260만명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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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0 새해특집] 누리꾼 세상|웹방송
시청자 여러분 오늘도 안녕하십니까
피디로 앵커로 해설가로 변신한다
체면 차리지 않는다
하고싶은 말은 참지 않는다
희망을 짓밟는 현실에 강펀치를 날린다
누리꾼은 단순한 정보의 수용자가 아니다. 블로그로, 미니 홈피로, 트위터로 유목민처럼 돌아다니며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를 생산해낸다. 얼굴을 드러내는 데 망설임 없는 누리꾼들은 심지어 방송국까지 만든다. 마이크와 카메라, 컴퓨터만 있으면 피디로 앵커로 해설가로 변신한다. 채널만 수백개가 존재하는 다매체 시대에 누리꾼은 왜 굳이 자신의 방송국을 차리는 걸까? 그들을 움직이는 힘은 ‘참여의 욕구’다.
소시민의 하소연 듣는 ‘감성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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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택시에 오르면 자연스레 이야기가 쏟아진다. 기분 좋으면 누리꾼이 택시비도 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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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 방송은 서울 곳곳의 풍경을 보여주는 감성택시입니다.”
거리에 어둠이 내려앉자 택시기사 이선주(46)씨의 목소리가 나지막이 흘러나온다. 인터넷 방송을 통해 그의 목소리를 듣는 누리꾼들은 익숙한 듯 인사를 주고받는다. “안녕하세요. 지금 어디 계신 거예요?” “지금 태릉 입구를 지나고 있습니다.” 화면에는 퇴근을 서두르는 직장인들의 모습이 비친다. 이씨의 택시에 달린 카메라가 잡은 것이다. 그는 이렇게 택시 운전을 할 때마다 손님들을 초청해 인터넷 방송을 즐긴다.
이씨는 지난해 5월부터 ‘택시 방송’을 시작했다. 택시를 소재로 인터넷 방송을 시작한 건 그가 처음이다. 그런 도전정신이 그를 웹방송 스타로 만들었다. 미국의 한 언론도 그를 조명했을 정도다. 그의 나이는 올해 47살. 중년의 나이에 ‘얼리 어답터’가 된 셈이다.
그는 방송을 하기 위해 마이크와 노트북, 와이브로 장비 등을 사서 택시에 붙였다. 150만원. 소통의 비용이었다. “택시에 탄 손님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어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자장면 배달하는 사람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잖아요. 공중파 방송에 소개되기엔 재미없지만 우리가 듣기엔 재미있는 그런 것요.”
그는 방송에서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몫을 더 즐긴다. ‘정보 생산자’보다 ‘정보 전달자’에 가깝다. 이 때문에 이씨의 택시에 오르면 자연스레 속에 품었던 이야기가 쏟아진다. 누리꾼들은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한다. 듣다가 웃고 싶으면 웃고, 울고 싶으면 운다. 기분 좋으면 누리꾼이 택시비도 대신 내준다. 택시판 ‘아침마당’이다.
‘감성택시’는 이렇게 사람 냄새가 묻어나는 방송으로 누리꾼들을 사로잡았다. 시청률 경쟁에 휘둘리지 않는 인터넷 방송이기에 가능한 성공이었다. 이씨는 “앞으로도 하소연할 것 많은 사람들을 위해 방송을 계속하겠다”고 다짐한다.
꼴통 두들기는 ‘망치부인’
“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은 소환하지 않는 거야. 안원구에게 돈 달라고 했다잖아.”
이경선(40)씨의 호통이 스피커를 쩌렁쩌렁 울린다. 이씨는 누리꾼들 사이에서 ‘망치부인’으로 알려진 유명인사다. “희망을 짓밟는 ‘꼴통’들을 두들기는 망치 같은 방송”을 하는 그에 대한 찬사다. 밤 9시가 되면 어김없이 수백명의 누리꾼이 그의 호통에 귀를 기울인다.
그는 시사 전문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는 ‘소셜 방송인’(BJ)이다. 매일 꼼꼼하게 주요 신문을 섭렵한 뒤 밤이 되면 누리꾼들과 수다를 떤다. 그리고 맘에 안 드는 사람들을 대놓고 ‘씹는다’. 이명박 대통령도 예외는 없다. 누리꾼이 요청하면 이런 노래도 부른다. “뻥박이~뻥박이~ 입만 열면 거짓말.”
누리꾼들은 체면 차리지 않는 그의 속시원한 말펀치에 열광한다. 공중파 방송에선 볼 수 없는 직설적인 방송을 지난 2년여간 260만명이 함께했다. 웬만한 시사평론가 못지 않은 인기다. 2007년 12월 ‘삼성중공업 태안 기름유출 사건’이 있었을 때 언론들이 ‘삼성’이 아닌 ‘봉사’에만 집중하는 것에 발끈해 시작한 방송이었다.
망치부인이 인터넷 방송국을 차려 우리 사회를 향해 망치를 휘두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할 말은 하고 싶어서”라고 답한다. “기성 언론들은 체면 차리느라 속시원한 얘길 못해주잖아요. 정신 나갔다고 욕먹는 얘기도 할 수 있는 게 인터넷 방송의 매력이죠.” 그의 인터넷 방송에선 생생함과 다양성이 넘친다.
누리꾼이 직접 만드는 웹방송은 요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누리꾼 방송인들의 최대 집결지인 ‘아프리카’(afreeca.com)에는 실시간 7만여명의 누리꾼이 모여 난장을 벌인다. 유행을 넘어선 사회현상이다. 송경재 경희대 교수(인류사회재건연구원)는 “방송은 가장 전문적인 보도 분야인데 여기에 누리꾼이 진출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라며 “누리꾼이 뉴스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발전하고 있음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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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키’란?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는 사람을 흔히 ‘자키’라고 부른다. 인터넷 공간에서 자키라는 단어가 붙은 방송 진행자로는 웹 자키(WJ)·인터넷 자키(IJ)·사이버 자키(CJ)가 있다. 최근엔 방송 자키(BJ)라는 말이 많이 쓰인다.
웹 자키는 인터넷 방송 진행자를 뜻한다. 인터넷 방송을 통해 뉴스와 기타 오락 정보 등을 전달하는 사람이다. ‘사이버 앵커’라고도 한다.
인터넷 자키나 사이버 자키도 넓게는 웹 자키에 속하지만, 인터넷 자키는 보통 상업 인터넷 방송의 진행자를 가리킨다. 사이버 자키는 집에서 혼자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는 사람을 한정해 가리킨다.
사이버 자키가 한국에 등장한 것은 1999년이다. 본격적으로 대중의 눈에 들어온 것은 2000년부터다. 초기에는 중·고등학생이 주로 많았다. 최근엔 초등학생부터 주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과 계층의 사이버 자키가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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