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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2.30 15:27 수정 : 2010.01.03 11:34

[2010 새해특집|두근두근 월드컵] 남아공의 실험
인종 화합 이루고 연 6% 성장 목표
빈민문제·높은 범죄율이 ‘넘을 산’

“외국인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람을 만나면 늘 넬슨 만델라 이야기를 한다. 이제 투자, 관광과 같은 다른 이야기를 테이블에 올려놓을 때가 됐다.”

대니 조단 남아공월드컵조직위원장은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월드컵을 통해 “(만델라 개인이 아닌) 남아공이라는 나라 자체에 세계인들의 관심이 맞춰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 폐지 뒤 15년 동안 남아공은 민주적 선거를 네 차례 치렀고 흑인 중산층도 성장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단 위원장의 바람처럼 남아공이 오는 6월 아프리카 대륙에서 최초로 열리는 남아공월드컵을 통해 비상할 수 있을까? 남아공은 아프리카 54개국 전체 국내총생산의 23%를 차지하는 아프리카 최대의 경제대국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2006년 독일월드컵 뒤 다음 월드컵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치르겠다고 공언했을 때부터 개최 능력이 있는 몇 안 되는 후보였다. 당시 최후까지 경합을 벌였던 나라로는 모로코·리비아·이집트가 있었지만, 흔히 블랙 아프리카라고 이르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로는 남아공이 유일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개요
남아공의 최근 경제성장은 꾸준하다. 백인 정권 시절의 흑백 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가 유지되던 1994년 이전까지 평균 1% 수준에 머물던 경제성장률은 2005년 5%, 2006년 5.3%, 2007년 5.1%, 2008년 3.1%에 달했다. 케이프타운대학 연구 결과를 보면, 아파르트헤이트 때까지 전무했던 흑인 중산층(월소득 1000달러 이상의 안정적 직업을 가진 흑인 기준)은 2007년 초 260만명으로 늘어났다. 남아공 정부는 월드컵 효과를 통해 2010~2014년에는 평균 6%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남아공 정부는 이번 월드컵을 위해 경기장 5곳을 신축하고 5곳은 개조했다. 또 요하네스버그와 케이프타운 공항을 현대적으로 개조하고, 대중교통 인프라 개선을 위해 요하네스버그와 행정 수도 프리토리아를 연결하는 가우 고속전철(Gautrain)을 부분 개통할 예정이다. 조단 위원장은 <비비시>(BBC)와 한 인터뷰에서 “남아공 정부가 월드컵을 위해 애초 32억랜드(약 5018억9000만원)를 책정했으나 실제 예산 집행은 이보다 10% 이상을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적으로는 공식언어가 11개가 될 만큼 다양한 인종과 종족을 스포츠를 통해 통합한다는 목표다. 남아공 출신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데즈먼드 투투 대주교는 남아공이 다양한 인종이 화합하는 ‘무지개의 나라’(Rainbow Nation)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만델라 전 대통령은 아파르트헤이트 철폐 이듬해인 1995년 럭비 월드컵 개최를 통해 인종 간 화합을 시도했다. 그는 남아공월드컵 홈페이지를 통해 “월드컵이 사람들의 화합을 도울 것”이라며 “지구상에서 사람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스포츠는 바로 축구”라고 말했다.

열악한 사회기반시설과 높은 범죄 발생률 때문에 남아공월드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이런 우려의 기저에는 대다수 남아공 흑인들의 빈곤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월드컵 경기장 건설이 한창이던 지난 7월 벌어진 건설 노동자들의 파업 사태가 단적인 예다. 당시 건설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한달에 2500랜드(약 36만원)밖에 받지 못한다며 13%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열흘 동안 일손을 놔버렸다. 결국 정부는 이들의 임금을 12% 인상해줘야 했다.

그나마 이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남아공의 실업률은 살인적이다. 올해 3분기 정부의 공식 실업률은 24.5%였다. 정부가 일부 빈민가를 철거하고 경기장 주변의 노상 음식 판매를 금지한 것도 ‘눈 가리고 아웅’ 식이라는 비판을 낳고 있다. 현지 신문인 <소웨탄>의 칼럼니스트 앤다일 음응시타마는 “월드컵 때 외국인들은 남아공 보통 사람들은 결코 꿈꿀 수 없는 안전과 편의를 제공받을 것”이라며 “월드컵이 남아공을 거대한 놀이공원으로 만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남아공 대통령 제이컵 주마의 자서전을 쓴 제러미 고딘은 <가디언>에 “현실과 이상은 차이가 있다. 하지만 남아공인들은 여러 문제들을 극복해온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스쿠만 주한 남아공 전 대사 “7개월 전에 준비 끝냈다”

스쿠만 주한 남아공 전 대사

스테파너스 요하네스 스쿠만 주한 남아공 전 대사는 “남아공이 월드컵을 유치할 능력이 없다는 억측은 틀렸다는 것이 증명됐다. 남아공은 모든 준비를 이미 7개월 전에 끝냈다”고 단언했다. 인터뷰는 스쿠만 대사가 한국 주재 대사직에서 물러나기 며칠 전인 12월10일, 서울의 대사관에서 이뤄졌다.

-남아공이 월드컵 개최를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남아공의 진짜 모습을 알리고 싶다. 남아공이 월드컵 같은 세계적 이벤트를 치러낼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시엔엔>(CNN) 같은 주요 매체들은 아프리카에 대해 선정적인 뉴스를 주로 내보내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남아공의 경제발전과 인프라 개선도 주요한 목표다.”

-치안 불안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남아공 일부 지역의 범죄 발생률이 상당히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남아공은 1995년 럭비 월드컵, 올해 컨페더레이션스컵 같은 주요 경기를 무사히 치러냈다. 올해 초 인도가 테러 발생 우려 때문에 자국 내에서 개최하지 못한 프리미어리그 크리켓리그도 남아공에서 유치해 치렀다. 범죄 예방을 위해 해외 훌리건 명단을 주요 항공사에 배포해 항공기 탑승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할 만큼 만전을 기하고 있다.”

-백인들의 관심이 낮다는 지적도 있다.

“유로 아프리칸(남아공 백인을 지칭하는 말)은 상대적으로 축구에 대한 관심이 낮지만, 남아공인들 전부가 워낙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축구 붐도 빠르게 일고 있다. 올해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남아공인들이 보낸 성원이 그 증거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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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한겨레 2010 새해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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