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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1.22 18:25 수정 : 2018.11.23 09:48

황준범
워싱턴 특파원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지난달 9일 백악관에서 ‘연말 사임’을 발표하면서 두 가지 발언으로 옆에 앉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웃음 짓게 했다. 하나는 “2020년 대선에 안 나간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방카 부부 칭찬’이다. 헤일리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을 “좋은 친구”, 그 남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을 “숨은 천재”로 표현하면서 “이방카 부부가 행정부에 있기에 우리는 더 좋은 나라가 됐다”고 했다. 이 발언에서 촉발된 ‘이방카 유엔대사설’을 트럼프 대통령은 즐겼다. 그는 기자들에게 “이방카보다 더 경쟁력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을 거다. 이방카가 하면 놀랍게 잘할 것이다”라고 딸 자랑을 뿜었다. 그러면서 “하지만 네포티즘(족벌정치)이라는 비판을 받을 것 같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첫번째 부인 이바나하고 낳은 이방카와 그 남편을 취임과 동시에 백악관에 불러들일 때부터 네포티즘 논란은 거셌다.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이 동생 로버트 케네디를 법무장관에 임명한 일을 계기로 대통령 가족을 정부 직에 임명할 수 없게 하는 법이 만들어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부 산하가 아닌 ‘대통령을 돕는 인력’을 고용할 수 있는 특별고용 권한을 이용해 맏딸 부부에게 백악관 직책을 부여했다.

이방카는 각종 정상회담에도 배석하고, 올해 2월에는 평창겨울올림픽에 미국 대표단 단장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등 활발한 대외활동을 하고 있다. 11·6 중간선거 때도 아버지한테 “똑똑한 사람”이라고 소개를 받으며 지원 유세 연단에 올랐다. 최근에는 ‘퍼스트레이디’(멜라니아)와 ‘퍼스트 도터’(이방카)의 신경전 속에 백악관 참모들이 두 사람의 역할 분담에 애를 먹고 있다는 미국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대통령 가족의 백악관 근무는 위험성을 내포한다. 비영리단체인 ‘워싱턴의 책임과 윤리를 위한 시민들’(CREW)이 지적하듯이 “이방카 부부의 백악관 근무는 두 사람의 최고의 충성 대상이 헌법인지 트럼프 대통령 개인인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행정부 공직자들이 정책·인사 문제 등에서 솔직한 의견을 내지 못하게 하는 부작용도 무시 못 한다.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이방카에게 “네가 책임자인 것처럼 행동하는데, 너는 그냥 빌어먹을 참모일 뿐이야!”라며 싸웠다지만, 지금은 그럴 배짱을 가진 참모도 안 보인다.

최근 다시 터져나온 이방카의 ‘개인 이메일 계정 사용’ 문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보인 태도 또한 네포티즘의 부정적 측면을 일깨운다.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에 “거짓말쟁이 힐러리”라며 “감옥에 넣어라”를 외친 그는 “이방카는 힐러리처럼 이메일을 기밀로 분류하지 않았고 삭제하지도 않았다”며 “힐러리와는 다르다”고 했다. 이방카에 대한 무한 사랑과 힐러리에 대한 뼛속 깊은 증오가 합쳐지니 최소한의 ‘유감’ 표명이라는 염치는 들어설 공간이 없다.

특히 이방카 부부 또한 트럼프 대통령처럼 사업가여서 공무와 사익 추구가 뒤섞일 가능성도 상존한다. 이방카는 트럼프호텔 지분을 아버지와 공동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과 무역전쟁 중인 중국으로부터 지난해에 이어 지난달에도 패션 제품의 상표권을 승인받았다. 이들 모두 내년부터 하원 다수당이 되는 민주당의 조사 목록에 들어 있다. 만약 민주당이 이방카 부부를 콕 찍어 달려드는 날이 온다면, 그때가 아마 트럼프 대통령 레임덕의 본격 시작일 것이다.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핵폭탄이 터지는 것을 우리는 많이 보았다.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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