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2.08 19:28
수정 : 2011.12.08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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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희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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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를 통제할수록
중국인은 더 의심하고
진리를 찾아 헤맨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국내총생산(GDP) 9.1% 성장은 가짜다. 실제로는 3%다. 소비자물가 성장률 6.2%도 가짜다. 최소 16%는 된다. 정부 부문 부채가 36조위안이다. 중국은 반드시 파산할 것이다.”
한국에서도 <부자 중국 가난한 중국인> 등의 저서로 유명한 랑셴핑 홍콩 중문대 교수가 지난 10월22일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서 강의한 내용이 일파만파를 일으키고 있다. 중국 경제의 실상을 신랄하게 비판한 4시간짜리 강의 녹음파일이 인터넷에 오르자마자 몇시간 만에 100만명 가까이가 내려받았다. 검열에도 불구하고 강의 내용을 정리한 글이나 논쟁이 인터넷에서 뜨겁게 확산되고 있다.
그의 ‘예언’은 이렇다. “중국처럼 증시는 계속 하락하는데 부동산·자동차·사치품·골동품 값은 계속 급등하는 곳은 없다. 경제가 중병에 걸렸기 때문이다. … 중국 제조업은 가격결정권이 없어 막대한 이윤을 남에게 빼앗기고 있다. … 미국인들이 경제위기 때문에 더이상 (중국산 제품을) 사주지 않게 되면 중국의 심각한 과잉생산 현상은 곧 폭발할 것이다. … 최근 중국 정부가 지방정부 4곳에 채권 발행을 허용했는데 나는 여러분에게 ‘끝장’이라는 두 글자를 말해주겠다. 당신들 정부는 이미 파산했다.”
경제 전문가가 아닌 필자로선 랑셴핑의 비관적 분석이 얼마나 정확한지 판단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그가 중국에서 가장 비싼 강연료를 받고, 가장 많은 논쟁을 일으키는 스타 학자라는 점이다. 국영기업 개혁 과정에서 국유자산이 일부 특권층에 넘어간 현상을 비판해 유명해졌고, 중국 제조업의 이윤은 다국적 자본이 싹쓸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주류 학계는 그가 문제를 과장하고 부자 증오 심리를 이용해 유명해졌다고 비판하지만, 일반인들은 ‘중국 밑바닥 여론의 진정한 대변자’라며 열광한다.
개인적으론 중국인들이 왜 랑셴핑에 이토록 주목하는지가 더욱 흥미롭다. 그는 강의를 시작하면서 “중국은 위에서 아래까지 거짓말을 하고 있고, 발표되는 통계 수치도 모두 거짓이며, 조금만 부정적인 내용도 보도할 수 없다”며 “내가 오늘 말하는 내용은 모두 진짜”라고 선언한다.
랑셴핑의 예언에 대한 중국인들의 열광은 정부가 통제하는 관영언론에 대한 불신과 동전의 양면이다. 3년 넘게 중국에 살면서, <신화통신> <인민일보> 보도를 입에 올리는 중국인은 만나기 힘들었다. 한 40대 중국 친구는 “신문·방송에 나오는 뉴스는 절대 믿지 말라”며 “그들은 중요한 뉴스는 절대로 보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를 뒤져보거나 불법서적을 파는 노점에서 비밀을 폭로하는 책들을 사서 본다”고 했다. 한국에 오래 유학하고 돌아온 20대 직장인은 “한국인들은 중국인들이 정부가 통제하는 대로 믿고 산다고 한심하게 생각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중국인이야말로 관영언론을 철저히 불신하기 때문에 보도되지 않는 현실을 스스로 찾아내기 위해 가장 열심히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은 정보 확산 속도가 너무 빨라 검열이 어려운 웨이보를 통해 정부가 감추려는 소식을 열심히 전파한다. 중국 당국이 최근 웨이보 통제를 강화하고 정풍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이미 자신의 ‘목소리’를 발견한 백성들은 검열로 억누르거나 기존 선전매체에 돈 좀 더 투자한다고 마음을 돌리지 않는다. 더욱 의심하고 진리의 길을 찾아 헤맬 뿐이다.
그건 그렇고, 중국의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나는 꼼수다>가 단연 최고의 화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나는 꼼수다> 규제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자, 중국 정부의 웨이보 통제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의 대대적 지원을 받은 종편들이 출범 첫날 일제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인터뷰를 내보낸 것에선 중국 관영언론의 모습을 겹쳐 본다. 중국은 한국의 미래인가?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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