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구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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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회의원 셋이 벌인 작은 소동에
우리는 그 수천배 인력이 움직여야 했던가
2010년 10월1일 일본 자민당이 ‘영토에 관한 특명위원회’(영토특위)의 첫 모임을 당 본부에서 열었다. 위원장 이시바 시게루(당 정책조정회장)는 이 자리에서 이렇게 천명했다.
“영토는 곧 주권이다. 이것을 양보하는 것은 국가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 말에 감히 토를 달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돌이켜 보면, 한 명 있었다.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오래 헌신한 도이 류이치 민주당 의원은 지난 3월 말 ‘일본은 독도 영유권 주장을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의 한일기독의원연맹 공동선언에 이름을 올렸다. 결과는 정치생명의 위기였다. 그는 당직에서 모두 물러나는 것으로 모자라 탈당까지 했다.
민주당 정부의 각료들은 ‘독도는 일본의 고유영토’라는 자민당 정부 시절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자민당 영토특위 의원들은 기회만 있으면 정부 각료들에게 독도에 대한 소견을 물어 단속하기도 한다. 이달 초 울릉도 시찰 소동을 벌인 신도 요시타카 의원이 지난 3월 마쓰모토 다케아키 외상에게 “독도가 미사일 공격을 받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물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우리(일본) 영토이니, 방어한다”는 대답이 나오기를 바라고 한 질문이었다.
자민당은 왜 그러는 것일까? 물론 독도를 하루빨리 일본 영토로 만들자고 생각하는 자민당 의원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움직임을 보면, 그런 치밀한 계획 아래 움직이는 것 같지 않다. 관심은 ‘일본 국내 정치’다. 자민당 영토특위는 지난해 9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중국 어선이 일본 해양순시선을 들이받아 중-일 간 영토갈등이 일어난 것을 계기로 활동을 본격화했다. 중국의 강경대응에 사실상 무릎을 꿇은 민주당의 약점을 자민당은 좋은 공격 소재로 삼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여세를 몰아 손해볼 것 없는 ‘독도 건드리기’에도 나서고 있다.
물론 그것이 일본 전체의 모습은 아니다. 일본인들은 국가의 장래에 대해 별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늙고 낡은 자민당에 별 기대를 걸지 않는다. 내각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져 있음에도, 자민당의 지지율은 현재 20%를 밑돈다. 당 지도부가 변변찮으니, 몇몇 의원의 돌출행동을 제어하지도 못한다. 없다. 그럴수록 영토문제 같은 소수 우익을 단단하게 묶을 수 있는 이슈를 제기하는 이들에 자민당은 끌려가고 있다.
자민당이 나서지 않더라도, 일본 정부는 해마다 적어도 세 차례는 한국을 자극하게 돼 있다. 3월 말엔 교과서 검정 결과가 나온다. 4월 초엔 외교청서를, 8월 초엔 방위백서를 의결한다.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옳을까? “영토는 곧 주권이다”라는 이시바 시게루의 말은 한국에서도 감히 토를 달 수 없는 말이다. 하지만 독도 문제만 보면, 한국과 일본의 처지는 다르다. 일본이 뭐래도 우리나라는 독도를 실효지배하고 있다. 에너지는 현상을 타파하고 싶어하는 쪽이 더 많이 소비하는 게 정상이다. 일본 의원 셋이 벌인 작은 소동에 그 수천배 인력이 우리나라에서 움직여야 했던 것은 극히 비효율적인 대응이 아니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지난 3월 말 일본 중학 사회교과서 검정 결과가 나왔을 때, 우리는 화가 났지만 아주 침착했다. 정부는 독도에 대한 단계적 실효지배 강화 조처에 나섰다. 이것은 오히려 일본 극우세력을 당혹스럽게 했다. 그러나 그 뒤 그들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았는지, 이에 맞선 그들의 대응에 내 몸을 해칠 만큼 흥분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번 붙은 갈등의 불을 바로 끄기는 어려울 것이나, 더 기름을 붓는 것은 삼갈 일이다.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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