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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5.26 20:51 수정 : 2011.05.26 20:51

권태호 워싱턴 특파원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아메리칸드림’이라 하면, 하나는 열심히 일해서 교외에 잔디밭 깔린 2층집을 장만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자녀가 명문대에 진학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두 가지 모두 흔들린다. 집값은 폭락하고, 주택담보대출을 감당 못해 집이 은행에 가압류당하고, 대학 등록금은 해마다 치솟아 중산층 가정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 되고 있다.

기숙사비, 교재비 등을 포함한 미국 사립대학의 연간 등록금은 5만~6만달러, 주립대학은 3만달러 수준이다. 경기침체로 학부모들의 수입은 줄어드는데, 등록금은 해마다 오른다. 그 결과, 명문대 입학생 중 부유층 출신이 점점 많아진다. 조지타운대가 최근 미국내 상위 193개 대학의 2010년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졸업생의 67%가 소득 기준 상위 25% 안에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문대로 구간을 좁히면, 학생 중 부유층 출신 비율은 더 높아질 것이다.

명문대에 진학한 중산층 이하 자녀들은 주말마다 파티를 즐기는 상류층 분위기를 따라가지 못해 애먹는 경우도 많다. 중산층 이하 자녀들은 출중한 성적이 아니면 집 근처 커뮤니티 칼리지 등으로 발길을 돌려, 2년 뒤 편입을 노린다. 대학 입학 지원서에는 부모의 연소득도 적어 낸다. 학부모들은 대개 조금 부풀려 적어 낸다. 대학들이 장학금을 안 줘도 되는 중산층 이상 학생들을 선호한다는 소문이 퍼져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국 대학에서도 빈부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속을 더 들여다보면 그래도 우리와는 여전히 큰 차이가 있다. 알고 지내는 동포의 딸이 지난해 명문 듀크대에 들어갔다. 그는 딸의 연간 학비로 8000달러만 냈다. 그의 소득은 연간 6만~7만달러 수준으로, 미국에서는 중산층에 못 미친다. 그는 “학비를 규정대로 다 내라고 했다면 대학 못 보냈다”고 말했다. 미국 대학의 학자금 정책은 무료연방장학금 신청 절차(FAFSA)에 따라 각 가정의 경제상황을 봐서 해당 학생이 얼마의 학비를 내야 되는지 정부기관이 판정해준다. 주립대학은 이를 기준으로 해당 학생의 등록금을 책정한다.

명문 사립대는 학비는 더 비싸지만 장학금 혜택은 주립대보다 훨씬 많다. 미국에서 가장 부자 대학인 하버드대는 지난해 합격자 60% 이상에게 1억5800만달러의 재정지원을 했다. 우리처럼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 주는 게 아니라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준다. 하버드대의 연간 학비는 5만달러가 넘지만, 연간 소득이 18만달러 이하인 가정의 학생은 학비가 가구소득의 10%를 넘지 않도록 하고, 연간 소득이 6만달러 이하인 가정의 학생에게는 학비 전액을 무료로 하고 있다.

미국 명문대가 학생들에게 주는 장학금의 상당부분은 졸업생들의 기부에서 나온다. 한인 동포의 딸도 이제 1학년이지만, 벌써부터 나중에 성공하면 후배들을 위해 자신이 혜택받은 것처럼 학교에 기부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명문대 나왔다고 자랑하는 사람은 많지만, 자신이 나온 명문대에 기부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우리나라에서 ‘반값 등록금’이 논란이 되고 있다. 모든 사람이 대학 학비를 시장에서 물건 사는 것처럼 똑같이 내는 게 정의는 아닌 것 같다.

미국의 최고 인문대학 중 하나인 애머스트대의 앤서니 마크스 총장은 2003년부터 저소득층 학생을 적극 선발해, 현재 정부로부터 장학금 혜택을 받는 저소득층 학생이 22%에 이른다. 마크스 총장은 “교육적 이유로 이 정책을 시행했다”며 “에스에이티(SAT) 과외를 받는 학생과 방과후 ‘세븐일레븐’에서 아르바이트해야 하는 학생을 같은 기준으로 볼 순 없다”고 말했다.


권태호 워싱턴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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