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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0.07 20:12 수정 : 2010.10.07 20:12

박민희 베이징 특파원

중국과 일본이 동중국해의 무인도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를 둘러싸고 한판 겨룬 외교전의 승자는 누구일까? 일본이 중국 선장을 석방하자 대부분의 ‘관중’들은 중국의 ‘완승’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중국의 ‘판정패’로 보는 심판이 늘고 있다.

물론 일본은 민주당 정권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국제적으로 체면이 손상되는 타격을 입었지만, 실효지배 중인 센카쿠열도 해역을 침범한 중국 어선에 처음으로 국내법을 적용했다. 미국으로부터 센카쿠열도가 미-일 안보조약의 적용 대상임을 재확인받는 지원도 얻어냈다. 반면 중국은 선장을 석방시키고 국내 여론을 향해 애국적인 정부의 이미지를 과시하기는 했지만, 주변 국가들에서 ‘중국 위협론’이 급격히 확산되는 큰 전략적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이 전술적으로는 승리했지만 전략적으로는 패배했다”고 평했다.

이번 사건에서 중국이 외교관례를 무시하고 새벽에도 일본 대사를 불러 항의하고, 대일 수출입 제품과 희토류 통관을 막고, 일본인들을 체포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중국의 ‘오만’에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중국이 보여준 ‘오만’ 뒤에서는 ‘불안’이 읽힌다. 외부적으로는 강력한 발언권을 가지게 됐지만, 내부적으로 점점 통제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복잡한 문제들이 거대한 공룡을 옭아매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 정부는 분출하는 반일여론의 눈치를 봤다. 반일감정이 사회의 모순에 대한 불만과 결합해 정부에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사태를 막기 위해 반일시위를 적절히 허용하되, 비판적인 인사들에게 시위에 참가하지 말라는 경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깃발을 들고 있으나 지니계수 0.47로 심각한 빈부격차를 안게 된 사회에서, 권력자들의 부정부패에 대한 분노가 끓어오르고, 치솟는 물가와 집값이 백성들의 삶을 짓누르고 있다.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차이니즈 드림’이 희미해지자 ‘중국이 세계 최강대국으로 부상한다’는 새로운 집단적 ‘차이니즈 드림’이 주입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민감한 주권·영토 문제가 걸린 이번 갈등에서 양보하는 태도를 보이기가 힘들었다. 이번 기회에 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고히 하고,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다른 국가들에도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강경론이 힘을 얻었다.

또한 중국은 이번 사태에서 미국의 그림자를 보았다. 중국 학자들은 미국이 일본 제국주의가 점령했던 댜오위다오를 2차대전 승전국인 중국에 반환하지 않다가 1970년대 초 댜오위다오 관할권을 일본에 넘긴 것은 중국과 일본의 협력을 방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심은 ‘전략적 지뢰’라고 본다. 중국은 최근 미국이 남중국해,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 문제를 이용해 중국을 압박하려 한다고 보면서, 경제적으로 힘이 빠진 미국의 ‘초조함’이 그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 타임스>는 최근 ‘미국은 건설적인 방법으로 (아시아에) 돌아와야 한다’는 글에서 “2차대전 이후 미국이 전세계적 영향력을 확보한 것은 동맹국들과 과거의 적국들에 경제적 번영을 가져다줬기 때문인데, 최근 경제력이 약해지자 미국이 전략적 편가르기와 군사적 간섭을 통해 영향력을 유지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아세안 국가들의 주요 과제는 경제성장이므로 경제적 이익을 줄 수 있는 중국과 결별할 수 없고, 결국은 경제적 힘을 가진 중국이 미국에 승리할 것이라는 결론을 지었다.

불안과 초조에 휩싸인 세계 최강국과 세계 2위 강국은 이제 긴 경쟁의 길로 들어섰다. 한국은 균형외교를 회복하고 역사의 격랑을 안전하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박민희 베이징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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