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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0.12 21:09 수정 : 2009.10.12 21:09

박민희 특파원

“마오쩌둥의 대형 초상화가 등장하고 60년 전 마오의 육성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지난 1일 천안문 광장에서 거행된 중국 건국 60돌의 성대한 기념행사를 지켜본 한 중국 젊은이는 이렇게 말했다.

1950년대 중국 국경절엔 천안문 광장 동쪽에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초상화, 서쪽엔 레닌과 스탈린의 초상화, 중심에 쑨원(손문)의 초상화가 세워졌다. 천안문 망루의 중심에는 마오쩌둥이 섰다. 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과 이념이 이들 ‘영웅’들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상징이었다.

1989년 중국 지도부는 국경절에 마르크스, 엥겔스, 레닌, 스탈린의 초상화를 등장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 중국이 마르크스레닌주의로부터 멀리 떠나겠다는 상징적 선언이었다.

1999년 건국 50돌 기념식에는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그리고 당시 국가주석이던 장쩌민의 거대한 초상화가 등장했다. 지난 1일엔 이 관례에 따라 3명의 지도자에 이어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대형 초상화가 퍼레이드를 장식했다.

중국 건국 60돌 행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극과 극이다. 중국인들은 60년 전 혁명 지도자들이 약속한 부강한 중국이 현실이 됐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20만 군중을 동원한 이날 행사가 획일적이고 민중의 자유로운 참여를 배제했다고 비판한다. 대개는 서양을 중심으로 한 외부의 반응이다. 외부인들에게 지도자들의 대형 초상화는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한 권위주의적 장치로 비쳤다. 두 시선은 중국의 현재를 바라보는 중국 안팎 시선의 거리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다시 확인시켰다.

비판적 평가를 내리기는 쉽지만, 현재 중국인들이 외세의 끈질긴 침략과 건국 이후 혼란의 역사를 극복하고 이뤄낸 성과에 자부심을 느끼는 감정을 이해하는 것 또한 우리의 과제다. 반면, 중국 정부나 사회도 ‘부강한 중국’의 실현 뒤에 감춰진 어두운 문제들을 투명하게 풀어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며칠 전 한 중국인과 건국 60돌 기념식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부강해진 중국을 실감하고 자부심을 느꼈느냐”고 묻자 그는 “국가는 부강해졌지만, 인민들의 생활은 그렇지 않다. 관리들의 부정부패가 얼마나 심한 줄 아느냐. 명·청 시대의 탐관오리와 다를 바가 없다”고 했다.


1940년대 말 공산당이 국민당에 승리를 거두는 과정을 그린 애국주의 영화 <건국대업>에서 장제스(장개석) 국민당 총통은 “국민당의 부패는 이미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이를 고치려면 당이 망하겠고, 이를 고치지 않으면 국가가 망하겠다”며 탄식한다. 역설적으로 현재 중국 공산당의 고민을 드러내는 대사로 들린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11일 “앞으로 다가올 중국의 60년은 사람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평론을 실었다. “중국의 위대한 성취를 이뤄낸 주요 요소는 권위주의 체제가 아니라 사람의 해방”이라며 “이제 새로운 이익집단이 국가정책을 좌우하고 사람의 해방을 막고 있다. 해방이 멈추면서 부패가 만연하고 빈부격차가 심화됐으며 정책이 점점 더 소수의 이익을 위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60년 동안 중국인들은 곡절이 많았던 역사의 풍랑 속을 헤쳐 나왔으나, 국가의 권력이 개인의 권리를 압도하는 흐름은 한 번도 변하지 않고 계속 강해져 왔다. 60년 전 마오쩌둥이 말했다는 “중국 인민이 떨쳐 일어섰다”는 이제 ‘중국의 부상’을 보여주는 가장 유명한 애국주의 구호가 됐다. 그러나 중국인 개개인의 권리와 자유는 아직 일어서지 못했다. 중국의 개혁적 언론 <남방주말>은 지난 1일 사설에서 “이제는 모든 중국 인민도 떨쳐 일어서게 하라”고 호소했다.

박민희 특파원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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