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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13 17:38 수정 : 2020.01.14 02:38

최근 정계 복귀를 선언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대체로 ‘보수’라는 말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곤 했다. 2018년 6·13 지방선거 때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해 관훈토론회에 나왔을 때도 그랬다. 당시 기자와의 문답 중 한 대목이다.

―안 후보가 보수의 대표주자를 꿈꾼다는 시각이 있다.

“진보 할 거냐, 보수 할 거냐고 규정하는 것 자체가 잘못돼 있다. 바른미래당은 개혁 정당이다.”

―개혁 정당도 보수, 진보 구분은 있다.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고들 얘기한다. 안보를 먼저 생각해야 나라가 존립한다. 경제는 의사로서 의료봉사할 때부터 약자를 따뜻하게 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다.”

―우리 현실에선 외교안보 정책으로 보수, 진보를 구분해야 하는 것 같다. ‘개혁 보수’로 보면 되나.

“아니다. 중소기업 하면서 우리 경제의 문제점을 뼈저리게 느꼈다. 빽 있으면 이기는 구조다. 공정하게 경쟁하고 실력있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다.”

이념적 좌표로서 ‘보수’에 대한 안 전 대표의 거부감은 바른미래당 안에서 논쟁거리였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노선을 ‘개혁 보수’로 하자는 유승민 의원 쪽과 ‘보수는 아니다’라는 안 전 대표 쪽이 충돌했다. 바른미래당 창당 때 두 사람은 합당 선언문에서 “개혁 보수와 합리적 중도”를 명시했지만 정강정책에선 논란 끝에 이념적 표현을 모두 뺐다. 최근 유승민계가 ‘새로운보수당’ 당명을 공개했을 때 안 전 대표 쪽은 ‘보수’를 못박아 ‘중도’를 배제했다고 비난했다.

안 전 대표가 추구한 ‘합리적 중도’ ‘개혁 중도’는 실체가 불분명하다. 유럽에서도 중도 보수, 중도 진보는 있어도 그냥 중도 정당은 없다. 그간 안 전 대표 행보에서 보듯 합리적 중도는 손에 잡힐듯 말듯 한 신기루 같은, 허무한 정치 노선이었는지 모른다.

그는 귀국을 앞두고 “미래를 위해 민주당의 확장에 반대한다” “야권 전반의 혁신 경쟁을 통한 새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등의 말을 했다. ‘반문재인’ 기치 아래 야권 혁신에 뛰어들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범야권은 스펙트럼 차이는 있을지언정 ‘범보수’로 묶인다. 1년 넘게 외국에서 은인자중하던 안 전 대표가 이제 ‘보수의 강’을 건너려는 것일까.

백기철 논설위원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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