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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30 17:25 수정 : 2019.12.31 02:39

현대 언어학의 거두이자 비판적 지식인으로 잘 알려진 노엄 촘스키는 자본주의 언론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1988년 촘스키와 에드워드 허먼이 함께 집필한 <여론조작―매스미디어의 정치경제학>은 권력과 자본이 어떻게 5개의 ‘여과장치’를 통해 뉴스를 왜곡하는지 보여주는 이른바 ‘프로파간다 모델’을 제시했다.

촘스키는 5개의 여과장치로 소유, 자금 지원, 정보 제공, 비판과 압력, 이데올로기 공세를 들었다. ‘소유’란, 족벌언론에서 보듯 미디어를 소유함으로써 뉴스를 통제하는 것이다. ‘자금 지원’은 거대기업이 광고나 협찬을 매개로 언론을 주무르는 것이다. ‘정보 제공’은 특정 언론에 정보를 흘려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말한다. ‘비판과 압력’의 경우 권력과 자본이 시민단체 등을 동원해 언론에 압력을 가하는 것인데, 이젠 트럼프처럼 트위터로 언론을 직접 공격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이데올로기 공세’의 경우 촘스키는 반공을 주로 들었지만 현재는 반난민, 반이슬람, 반동성애 같은 이념으로 언론을 공격하는 것까지 확대할 수 있다.

촘스키의 여과장치 중 우리 언론에서 가장 심각한 건 ‘자금 지원’, 즉 광고를 통한 기업의 언론 통제다. 제정임과 이봉수는 2000년대 중반 광고를 통한 재벌의 언론통제 사례를 분석했다. 현대자동차는 정몽구 회장 비자금 사건이 최초로 불거진 2006년 4월부터 6월 사이와, 정 회장의 항소심 공판이 진행된 2007년 3~5월 다른 기업에 비해 신문 광고량을 크게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은 광고를 ‘채찍’으로 활용했다. 이건희 회장의 삼성 비자금 사건 직후인 2007년 10월부터 12월 사이 <한겨레> <경향신문>의 삼성 광고량은 14분의 1까지 격감했다. 사건을 적극적으로 보도한 데 대한 일종의 ‘광고 탄압’이었던 셈이다.

최근 <경향신문>에선 경영진이 특정 기업에 불리한 기사를 삭제하는 조건으로 협찬을 요구한 것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광고를 매개로 기업과 언론이 유착한 사례에 속한다. 상당수 한국 언론에서 이런 거래는 매우 은밀하면서도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우리 언론이 제대로 서려면 기업, 광고로부터의 독립이 절실하다는 언론계 안팎의 탄식이 극에 달한 지 오래다.

백기철 논설위원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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