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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11 17:54 수정 : 2019.12.12 02:37

카를 마르크스는 사회체제의 토대를 ‘생산력’과 ‘생산관계’에서 찾았다. 생산력이란 재화를 창출하는 데 사용되는 모든 능력을 말한다. 인간의 정신적·육체적 노동능력과 기계·설비·토지 같은 생산수단의 결합이 생산력을 구성한다. 생산관계는 생산수단의 소유관계를 말한다. 누가 생산수단을 소유하느냐가 생산관계를 규정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가가 생산수단을 소유한다. 마르크스주의 이론의 핵심은 생산력과 생산관계가 서로 조응하는 관계에 있으며 생산력의 발전에 맞춰 생산관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생산관계가 생산력을 발전시키지 못하고 질곡으로 작용할 때 그 질곡을 깨뜨리는 것이 사회혁명이다. 억압적 생산관계를 혁파해 생산력을 해방하면 이상사회가 도래하리라는 것이 마르크스주의의 믿음이었다.

그러나 20세기 사회주의 실험은 이런 믿음의 파산으로 끝나고 말았다. 사회주의 혁명을 통해 생산관계를 바꾸었지만 생산력 발전은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국 자본주의 체제에 패배했다. 덩샤오핑 집권 이후 중국의 거대한 실험은 이 실패에 대한 반성 위에서 일어난 일이다. 덩샤오핑은 사회주의적 생산관계의 틀을 고수한 마오쩌둥 노선을 비판하고 생산력 우선주의를 제창했다. 유명한 ‘흑묘백묘론’이 말하자면 생산력 중심주의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생산력을 키울 수만 있다면 자본가든 무엇이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노선에 따라 중국은 지난 30여년 동안 놀라운 생산력 발전을 이뤘다. 덩샤오핑 노선의 성공은 생산관계 우선주의에 대한 생산력 우선주의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새 책 <제재 속의 북한 경제>에서 김정은 시대의 북한의 변화를 ‘생산력 중심 발전 노선’으로 설명한 것은 그래서 눈길을 끈다. 북한이 사회주의적 생산관계 고수 전략에서 생산력 중심 전략으로 발전 노선을 새로 정립했으며 이 노선은 70년 역사상 가장 폭넓은 구조적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전 장관은 워싱턴이 북한의 이 큰 변화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면서 경제제재로 압박함으로써 김정은 시대 북한의 개혁·개방 의지를 좌절시켜서는 안 된다고 충고한다. 미국 조야가 깊이 경청해야 할 말이다.

고명섭 논설위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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