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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2.17 18:41 수정 : 2009.12.17 18:41

오철우 기자

살포시 내려 온통 하얀 세상을 만드는 눈송이는 자연의 아주 작은 세계를 들여다보려는 사람들한테 오랫동안 신기한 관찰 대상이었다. 1637년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는 <기상학>에 갖가지 눈송이 결정 구조의 삽화를 남겼으며, 19세기 사진기 발명 이후엔 눈송이를 인화지에 남기려는 사진도 계속 이어졌다. 요즘엔 원자·분자가 어떻게 질서 정연한 자연의 결정 구조를 만드는지 보여주는 단서로서 눈송이 결정 연구가 이뤄지기도 한다.

얼음핵에 물 분자들이 잇달아 달라붙어 생성되는 눈송이 결정은 모양도 가지가지다. 잔가지가 무성한 나무를 빼닮고 속이 차거나 빈 기둥을 닮거나, 다이아몬드나 바늘 모양을 띠기도 하고 길죽하고 납작한 투명 결정들은 땅에 내리는 동안 온도와 습도, 압력, 바람 따위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다. 기기묘묘한 눈송이 결정을 일러, 미국 과학자 케네스 리브레히트는 <눈송이의 비밀>에서 ‘하늘에서 내려오는 신성한 문자’라 이르기도 했다.

그중에서 제일로 치는 것은 육각 결정이다. 인터넷에서 눈송이 사진을 검색하면 완벽한 대칭을 이룬 육각 결정을 흔히 볼 수 있다. 육각 모서리에 물 분자들이 달라붙어 이뤄진 대칭의 기하학은 탄성을 자아낼 만하다. 인기는 덜하지만 삼각 결정도 있다. 그동안 삼각 눈송이는 관찰자들한테 수수께끼를 던져줬다. 육각형은 원자·분자 배열의 속성 때문에 생긴다고 설명되지만 삼각형은 그렇게 해명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리브레히트 연구팀이 삼각 눈송이가 생기는 과정을 실험실에서 재현했다. 육각 눈송이에 먼지 입자가 붙어 교란을 일으키고 항공 역학 등 일정 조건이 가해지면 육각이 점차 삼각을 닮은 구조로 바뀐다는 것이다. 돋보기와 인내심만 있다면 자연이 빚어내는 눈송이 결정의 화려한 기하학을 감상하는 행운을 얻을 수 있다고 리브레히트는 말한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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