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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7.05 21:11 수정 : 2012.06.06 11:13

권태선 편집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의회 개원연설에서 “부르카는 종교적 표시가 아니라, 여성 비하와 종속의 표시일 뿐”이라며 “프랑스에서는 부르카가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해 부르카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눈 부위만 내놓고 온몸을 가리는 부르카는 유목민인 베두인족 전통에서 나왔다. 사막의 모래바람을 막기 위해 남녀가 모두 입었던 이 옷이 여성의 옷이 된 것은, 종족 간 전쟁에서 이긴 쪽이 진 쪽의 젊은 여성들을 빼앗아 가는 일이 빈번해지자 젊은 여성을 쉽게 구별할 수 없도록 하는 방편으로 활용되면서다. <코란>은 부르카 등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공중 앞에 나갈 때 검소한 복장을 하라고 한 마호메트의 가르침에 따라 부르카나 히잡 등이 이슬람 여성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됐다.

부르카에 대한 국제적 논란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이긴 탈레반이 여성들에게 부르카를 강제하면서 비롯됐다. 페미니스트들이 이를 여성의 자기표현을 막는 여성 비하 행위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그 후 유럽 내 이슬람 인구가 늘어나면서 부르카 논쟁은 간간이 이어졌다. 특히 이 문제로 시끄러운 나라는 이슬람 인구가 많은 프랑스다. 프랑스는 2004년부터 학교 안에서 히잡을 쓰지 못하도록 했고, 지난해에는 프랑스에서 프랑스인 남편과 8년 동안 살면서 네 아이를 낳은 여성에게 부르카를 입는다는 이유로 시민권을 주지 않아 논란을 빚었다. 상당수 무슬림은 프랑스의 이런 조처가 이슬람에 대한 또 하나의 차별이라고 주장한다. 개인의 자유를 빙자해 종교적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이슬람 여성들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것이다. 양쪽의 주장은 각각 일면적 진실을 담고 있지만, 종교나 국가를 내세워 여성의 옷차림조차 강제한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로 한계도 있다. 해결책은 양쪽 모두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주는 게 아닐까?

권태선 논설위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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