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2팀 기자(환경 담당) 몰랐다. ‘최종 심급’, 아니 ‘끝판왕’이 기후일 줄은. “기후변화 주장은 거짓(hoax)”이라고 떠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같은 이들의 선동이 솔직히 쉽게 떨쳐지지 않았다. 관련 자료나 책을 보면서 ‘온난화가 오히려 빙하기나 소빙하기를 막아주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근질거리듯 떠올랐다. 빙하기와 간빙기가 교차한다고 하니 지금이 간빙기면 다시 빙하기가 될 텐데 그걸 막으면 좋은 것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이미 전세계 가장 권위 있는 기후학자들이 모여(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작성한 과학적 합의(‘IPCC 1.5℃ 특별보고서’)가 있었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올라가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이 온다는 게 결론이다. 한데 이미 1도가 올랐다. 여기에서 최종적으로 0.5도가 더 오르게 되는 시기는 2040년, 앞으로 21년 뒤다. 특히 극지방이 문제다. 얼어 있을 땐 거울처럼 햇볕을 반사해 온도 상승을 막는 구실을 하는 빙하가, 녹고 나면 오히려 태양의 열을 흡수하게 된다. 일정 시점을 넘어서면 그렇게 지구 스스로 기온을 끌어올리는 현상이 벌어진다. 이후론 인류의 힘만으로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을 뿐, 결국 “미래의 유일한 상수는 기후변화”(조천호, <파란하늘 빨간지구>)였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는 명제만큼 앞날과 관련해 확실한 명제는 기후변화였다. 지구는 점점 더 더워진다. 그것도 급격하게. 5억4천만년 전 고생대 이후 대부분의 기간은 지금보다 따뜻했다. 그러다 275만년 전부터 빙하기와 간빙기가 교대로 출현했고, 90만년 전부터 빙하기 주기가 10만년 단위로 바뀌었다. 현생인류가 출현한 건 20만년 전이다. 빙하기였던 7만년 전 아프리카를 벗어나기 시작한 인류는 빙하기 말기인 2만년 전 아시아 대륙까지 진출했다. 바닷물이 온통 얼어 있어 육지가 모두 연결돼 있던 덕이다. 1만2천년 전부터 기온이 현재 수준으로, 일정하게 유지됐다. 7천년 전에야 비로소 해수면 상승이 멈췄고 메소포타미아에서 처음 문명이 등장했다. 장구한 시계열에서 보면 문명의 등장은 오로지 기후 조건 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던 기온이 최근 100년 동안 뚜렷하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500만년 동안 지구 기온이 이렇게 급격히 상승한 적이 없었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시속 100㎞로 달리던 차가 갑자기 이상해져서 시속 2천㎞ 이상으로 질주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했다. 극한 기온도 점점 잦아진다. 지구 평균기온이 가장 뜨거웠던 열여덟번의 해 가운데 열일곱번이 2001년에서 2018년 사이에 몰려 있다. 가장 뜨거웠던 다섯 해는 2016년, 2015년, 2017년, 2018년, 2014년 순서다. 온실가스 배출을 멈추지 않는 한, 한여름 최고 기온 경신은 앞으로도 계속된다는 얘기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해 405ppm을 넘어섰다. 이 정도 농도는 인류가 존재하지 않던 300만~500만년 전에나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당시 기온은 지금보다 1~2도 더 높았다. 인류는 이런 조건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다. ‘드레이크 방정식’이란 게 있다. 서로 교신이 가능한 고등 문명권이 우주에 몇이나 될지를 추정한 것인데, 미국의 천체물리학자인 칼 세이건은 자신이 쓴 책 <코스모스>에서 이 방정식을 적용해 “인류가 당장 몰락한다면 방정식이 얻는 값은 수백만에서 고작 10 정도로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를 통해 인류가 지구라는 천혜의 공간을 유지하는 데 관심을 갖고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지적 생명체로 진화한 호모 사피엔스는 지금의 75억명에서 2050년께 90억~100억명으로 불어난다. 올해 태어날 내 아이는 2040년에 22살, 2050년에 32살이 된다. 아이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그려지질 않는다. xeno@hani.co.kr
칼럼 |
[한겨레 프리즘] 우린 지속할 수 있나 / 박기용 |
전국2팀 기자(환경 담당) 몰랐다. ‘최종 심급’, 아니 ‘끝판왕’이 기후일 줄은. “기후변화 주장은 거짓(hoax)”이라고 떠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같은 이들의 선동이 솔직히 쉽게 떨쳐지지 않았다. 관련 자료나 책을 보면서 ‘온난화가 오히려 빙하기나 소빙하기를 막아주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근질거리듯 떠올랐다. 빙하기와 간빙기가 교차한다고 하니 지금이 간빙기면 다시 빙하기가 될 텐데 그걸 막으면 좋은 것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이미 전세계 가장 권위 있는 기후학자들이 모여(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작성한 과학적 합의(‘IPCC 1.5℃ 특별보고서’)가 있었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올라가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이 온다는 게 결론이다. 한데 이미 1도가 올랐다. 여기에서 최종적으로 0.5도가 더 오르게 되는 시기는 2040년, 앞으로 21년 뒤다. 특히 극지방이 문제다. 얼어 있을 땐 거울처럼 햇볕을 반사해 온도 상승을 막는 구실을 하는 빙하가, 녹고 나면 오히려 태양의 열을 흡수하게 된다. 일정 시점을 넘어서면 그렇게 지구 스스로 기온을 끌어올리는 현상이 벌어진다. 이후론 인류의 힘만으로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을 뿐, 결국 “미래의 유일한 상수는 기후변화”(조천호, <파란하늘 빨간지구>)였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는 명제만큼 앞날과 관련해 확실한 명제는 기후변화였다. 지구는 점점 더 더워진다. 그것도 급격하게. 5억4천만년 전 고생대 이후 대부분의 기간은 지금보다 따뜻했다. 그러다 275만년 전부터 빙하기와 간빙기가 교대로 출현했고, 90만년 전부터 빙하기 주기가 10만년 단위로 바뀌었다. 현생인류가 출현한 건 20만년 전이다. 빙하기였던 7만년 전 아프리카를 벗어나기 시작한 인류는 빙하기 말기인 2만년 전 아시아 대륙까지 진출했다. 바닷물이 온통 얼어 있어 육지가 모두 연결돼 있던 덕이다. 1만2천년 전부터 기온이 현재 수준으로, 일정하게 유지됐다. 7천년 전에야 비로소 해수면 상승이 멈췄고 메소포타미아에서 처음 문명이 등장했다. 장구한 시계열에서 보면 문명의 등장은 오로지 기후 조건 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던 기온이 최근 100년 동안 뚜렷하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500만년 동안 지구 기온이 이렇게 급격히 상승한 적이 없었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시속 100㎞로 달리던 차가 갑자기 이상해져서 시속 2천㎞ 이상으로 질주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했다. 극한 기온도 점점 잦아진다. 지구 평균기온이 가장 뜨거웠던 열여덟번의 해 가운데 열일곱번이 2001년에서 2018년 사이에 몰려 있다. 가장 뜨거웠던 다섯 해는 2016년, 2015년, 2017년, 2018년, 2014년 순서다. 온실가스 배출을 멈추지 않는 한, 한여름 최고 기온 경신은 앞으로도 계속된다는 얘기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해 405ppm을 넘어섰다. 이 정도 농도는 인류가 존재하지 않던 300만~500만년 전에나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당시 기온은 지금보다 1~2도 더 높았다. 인류는 이런 조건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다. ‘드레이크 방정식’이란 게 있다. 서로 교신이 가능한 고등 문명권이 우주에 몇이나 될지를 추정한 것인데, 미국의 천체물리학자인 칼 세이건은 자신이 쓴 책 <코스모스>에서 이 방정식을 적용해 “인류가 당장 몰락한다면 방정식이 얻는 값은 수백만에서 고작 10 정도로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를 통해 인류가 지구라는 천혜의 공간을 유지하는 데 관심을 갖고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지적 생명체로 진화한 호모 사피엔스는 지금의 75억명에서 2050년께 90억~100억명으로 불어난다. 올해 태어날 내 아이는 2040년에 22살, 2050년에 32살이 된다. 아이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그려지질 않는다.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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