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1팀 선임기자 “제주지검 관계자에게 불법행위 떼쓰기에 대해 엄격한 법 집행을 요구하겠다. 외부 개입 세력에 대해서는 찬성 쪽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국정원과 경찰이 측면에서 지원하겠다.”(국정원) “반대쪽 주장을 논리적으로 반박하기 쉬운 내용으로 신문 광고를 지속해서 해야 한다. 제주도에서 조그만 것이라도 고소·고발해 줘야 경찰도 조처가 가능하다. 인신구속 등이 있어야 반대 수위가 낮아진다.”(제주경찰청) “(젊은층과 장년층의) 분열은 좋은 상황이다. 공세적 법 집행이 필요하다. 이제는 추진 단계이므로 걸림돌은 제거하고 가야 한다.”(제주도 환경부지사) 2008년 9월17일 제주시 탑동의 한 식당에서 열린 국정원과 해군, 경찰, 제주도 등의 유관기관 대책회의에서는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주민과 단체들을 사실상 ‘제압’ 대상으로 간주한 발언이 이어졌다. 지난 5월 말 발표된 경찰청 인권침해 진상조사위원회의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 사건 심사 결과’는 지난 10여년 동안 ‘국책사업’을 명분으로 한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사례가 고스란히 들어 있다. 조사 결과를 보면, 2007년 6월 정부가 제주해군기지 건설 지역을 강정마을 해안으로 결정한 뒤부터 주민 공감대 속에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해온 정부와 해군 등의 약속이 얼마나 공허한 것이었는지를 보여준다. 조사 결과, 제주도의 해군기지 최종 후보지 결정을 위한 여론조사(2007년 4월11일)는 이상한 표본 추출을 통해 해당 지역의 의사가 배제되는 비민주적 방식으로 이뤄졌다. 특히 그해 6월19일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유치 찬반을 결정하기 위한 임시총회와 주민투표 진행 과정에서 벌어진, 찬성 쪽에 의한 이른바 ‘주민투표함 탈취 사건’은 당시 해군 제주기지사업단장이 마을회장에게 주민투표 저지를 부탁했고, 해군 담당자가 (찬성 쪽) 사업추진위원회 사전회의에 참석해 주민투표를 막아야 한다고 분명히 함에 따라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은 이런 행위에 대해 제지하거나 경고를 하지 않았고, 주민들이 112신고를 몇차례나 했는데도 경찰은 ‘출동한다’는 말만 하고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투표함 탈취 직후 서귀포시청 직원들은 자기들끼리 “성공했다”고 했다. 강정마을회가 2007년 8월10일 임시총회에서 윤아무개 마을회장을 해임하고 강동균씨를 새 마을회장으로 선출한 뒤 8월20일 주민투표에서 해군기지 유치 반대를 결정했다. 그러나 해군은 이날 주민들에게 투표 불참을 독려하는 전화를 하고, 투표 당일 오전 강정마을 노인회 소속 100여명을 해군 버스 2대에 태운 뒤 관광에 나섰다가 밤늦게 귀가하도록 했다. 해군은 또 보수단체의 해군기지 건설 촉구 집회에 사용할 음향장비와 식수를 지원하고, 현역 장교는 보수단체의 집회 펼침막을 직접 설치하기도 했다. 육지 경찰이 대거 파견된 것도 제주4·3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위원회는 국정원과 기무사가 해군기지 반대 활동에 강경한 입장이었고, 경찰에 압박을 가해 해군기지 반대 활동을 적극적으로 제압하도록 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당시 제주도 관계자와 국정원, 기무부대 등에 대한 조사 권한이 없어 진상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강정 주민들의 인권은 물론 민주주의 기본원칙마저 파괴됐다. 마을 주민들과 여러 시민단체는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와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조사 결과가 나온 지 한달여가 지났지만 관련 국가기관들은 입을 닫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 1일 민선 7기 취임 1주년 기자회견문을 통해 “공식으로 사과한다”고 한마디 하고 넘어갔을 뿐이다. 10여년 동안 강정마을은 갈등의 회오리에 내몰렸고, 큰 생채기를 입었다. 정부와 제주도가 나서서 진상조사와 진정한 사과를 해야 할 때다. 그러지 않으면 “이게 나라인가”라는 주민들의 불신은 계속될 것이다. hojoon@hani.co.kr
칼럼 |
[한겨레 프리즘] 강정, 국가폭력의 상처 / 허호준 |
전국1팀 선임기자 “제주지검 관계자에게 불법행위 떼쓰기에 대해 엄격한 법 집행을 요구하겠다. 외부 개입 세력에 대해서는 찬성 쪽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국정원과 경찰이 측면에서 지원하겠다.”(국정원) “반대쪽 주장을 논리적으로 반박하기 쉬운 내용으로 신문 광고를 지속해서 해야 한다. 제주도에서 조그만 것이라도 고소·고발해 줘야 경찰도 조처가 가능하다. 인신구속 등이 있어야 반대 수위가 낮아진다.”(제주경찰청) “(젊은층과 장년층의) 분열은 좋은 상황이다. 공세적 법 집행이 필요하다. 이제는 추진 단계이므로 걸림돌은 제거하고 가야 한다.”(제주도 환경부지사) 2008년 9월17일 제주시 탑동의 한 식당에서 열린 국정원과 해군, 경찰, 제주도 등의 유관기관 대책회의에서는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주민과 단체들을 사실상 ‘제압’ 대상으로 간주한 발언이 이어졌다. 지난 5월 말 발표된 경찰청 인권침해 진상조사위원회의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 사건 심사 결과’는 지난 10여년 동안 ‘국책사업’을 명분으로 한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사례가 고스란히 들어 있다. 조사 결과를 보면, 2007년 6월 정부가 제주해군기지 건설 지역을 강정마을 해안으로 결정한 뒤부터 주민 공감대 속에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해온 정부와 해군 등의 약속이 얼마나 공허한 것이었는지를 보여준다. 조사 결과, 제주도의 해군기지 최종 후보지 결정을 위한 여론조사(2007년 4월11일)는 이상한 표본 추출을 통해 해당 지역의 의사가 배제되는 비민주적 방식으로 이뤄졌다. 특히 그해 6월19일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유치 찬반을 결정하기 위한 임시총회와 주민투표 진행 과정에서 벌어진, 찬성 쪽에 의한 이른바 ‘주민투표함 탈취 사건’은 당시 해군 제주기지사업단장이 마을회장에게 주민투표 저지를 부탁했고, 해군 담당자가 (찬성 쪽) 사업추진위원회 사전회의에 참석해 주민투표를 막아야 한다고 분명히 함에 따라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은 이런 행위에 대해 제지하거나 경고를 하지 않았고, 주민들이 112신고를 몇차례나 했는데도 경찰은 ‘출동한다’는 말만 하고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투표함 탈취 직후 서귀포시청 직원들은 자기들끼리 “성공했다”고 했다. 강정마을회가 2007년 8월10일 임시총회에서 윤아무개 마을회장을 해임하고 강동균씨를 새 마을회장으로 선출한 뒤 8월20일 주민투표에서 해군기지 유치 반대를 결정했다. 그러나 해군은 이날 주민들에게 투표 불참을 독려하는 전화를 하고, 투표 당일 오전 강정마을 노인회 소속 100여명을 해군 버스 2대에 태운 뒤 관광에 나섰다가 밤늦게 귀가하도록 했다. 해군은 또 보수단체의 해군기지 건설 촉구 집회에 사용할 음향장비와 식수를 지원하고, 현역 장교는 보수단체의 집회 펼침막을 직접 설치하기도 했다. 육지 경찰이 대거 파견된 것도 제주4·3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위원회는 국정원과 기무사가 해군기지 반대 활동에 강경한 입장이었고, 경찰에 압박을 가해 해군기지 반대 활동을 적극적으로 제압하도록 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당시 제주도 관계자와 국정원, 기무부대 등에 대한 조사 권한이 없어 진상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강정 주민들의 인권은 물론 민주주의 기본원칙마저 파괴됐다. 마을 주민들과 여러 시민단체는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와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조사 결과가 나온 지 한달여가 지났지만 관련 국가기관들은 입을 닫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 1일 민선 7기 취임 1주년 기자회견문을 통해 “공식으로 사과한다”고 한마디 하고 넘어갔을 뿐이다. 10여년 동안 강정마을은 갈등의 회오리에 내몰렸고, 큰 생채기를 입었다. 정부와 제주도가 나서서 진상조사와 진정한 사과를 해야 할 때다. 그러지 않으면 “이게 나라인가”라는 주민들의 불신은 계속될 것이다.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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