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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0.22 17:56 수정 : 2017.10.22 19:03

박병수
통일외교팀 선임기자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지난달 23일 미군의 장거리폭격기 B-1B가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가 무력시위를 한 것을 정부가 미리 알고 있었는지를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은 “정부가 B-1B 폭격기의 작전을 미리 알고 있었느냐. 미군이 한국 정부에 알리지도 않고 작전을 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미군이 한반도에서 한국 정부를 따돌리고 단독으로 전쟁할 가능성을 보여줬는데 정부의 대책이 무엇이냐고 추궁한 것이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미군의 사전 통보를 받고 긴밀히 협의했다”고 방어막을 쳤지만, 논란의 불씨는 남아 있는 것 같다.

야당이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끄집어낸 데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의 동의 없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결정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을 겨냥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렇더라도 야당의 문제 제기를 정치적으로 편향됐다고 폄훼할 수만은 없다. 미군이 한반도에서 한국 정부와 협의 없이 독단으로 대북 선제공격 등 전쟁을 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는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는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 땅에서 수십만명 또는 수백만명이 희생될 전쟁의 참극이 우리의 뜻과 무관하게 벌어질 수도 있는 일이다.

미군이 단독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을 결정할 수 있느냐 여부는 미묘한 구석이 있다. 주한미군을 움직여 북한을 공격하는 것은 한국과 미국 양국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주한미군사령관이 겸직하는 한미연합사령관은 양국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의 전략지침을 받아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한반도 밖의 미군은 이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견해가 많다. 북한이 미국 본토 공격을 위협할 경우 미국의 자위권 행사는 국제법적으로 용인돼 있다는 것이다.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얼마 전 “미국이 북한으로부터 분명한 위협을 받을 때 해외에 있는 군사 자산을 이용해 북한을 타격할 때는 한국의 승인이 필요없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최근 한반도의 전쟁 위기설은 “북한 완전 파괴”와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 등 북-미 최고권력자의 가시 돋친 설전과 맞물려 있다. 여기에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B-1B 폭격기의 무력시위에 “쏘아 떨굴 권리”를 주장했고, 미국에선 ‘대북 군사옵션 검토’ 이야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렇더라도 실제 군사행동이 쉽지 않으리란 것은 1994년 1차 북핵위기 당시 빌 클린턴 행정부가 한때 북폭을 검토하다 포기한 사실에서도 짐작된다. 그래도 북-미 대결구도가 강화되는 상황이 방치되고, 남한이 방관자처럼 비치는 현실은 유감이다.

60여년 전 6·25를 앞두고, 전쟁이 나면 ‘점심은 평양에서 먹고 저녁은 신의주에서 먹는다’고 호언했다고 한다. 1950년 6월부터 3년간 지속된 전쟁은 그런 장담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망상이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지금이라고 사정이 얼마나 다르랴 싶다. 누군가는 남북간 힘의 균형추가 그때완 사뭇 다르다고 말하고 싶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6·25 전쟁이 수많은 사람들의 무고한 희생만 낳고 한반도의 허리를 자르고 지나간 분단선을 지우지도 못한 건 당시 남북 역학관계와 무관하다.

그때 한반도 통일을 가로막은 분단의 지정학은 지금도 건재하다. 불행하게도 한반도는 미-중 대결구도, 또는 한·미·일과 북·중·러 두 세력의 냉전적 대결구도에 여전히 포섭돼 있다. 어느 쪽도 한반도에서 세력기반 또는 완충지대를 잃고 싶어하지 않는다. 전쟁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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