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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0.17 18:13 수정 : 2017.10.17 19:07

송인걸
충청강원팀장

지난달 13일 새벽 중앙선 원덕~양평역 구간에서 기관차 추돌사고가 나 7명이 사상했다. 안전을 강화하려고 새 신호체계를 설치했는데 시험운전에 나선 베테랑 기관사가 사망한 것이다. 시험운전 기관사가 숨지기는 한국 철도에 유례가 없는 일이다.

새 신호체계는 열차자동방호장치(ATP·Automatic Train Protection)로, 기존 열차자동제어장치(ATS·Automatic Train Stop)를 대신해 설치됐다. 자동방호장치는 궤도에 전기를 흘려보내 열차의 위치를 파악한다. 신호기가 있는 곳에서만 열차 위치를 파악하는 자동제어장치보다 정교하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조사하고 있지만, 신호·운전·통제 모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고 원인은 앞서가던 기관차(제7880호) 위치 신호가 갑자기 사라졌기 때문이다. 앞선 기관차가 사라지자(점유소멸) 관제시스템은 궤도에 장애물이 없는 것으로 인식해 원덕역에서 대기하던 뒤 기관차(제7782호)에 출발 신호를 보내 추돌사고로 이어졌다.

기관차의 안전대응 미흡도 원인으로 꼽힌다. 앞선 기관차는 원덕역을 지나 정차하고 있다는 상황을 뒤따르던 기관차에 알렸다. 이에 따라 뒤 기관차는 원덕역에 정차했다. 그러나 뒤 기관차는 잘못된 신호를 받고 출발하면서 앞선 기관차의 운전 상황을 확인하지 않았다. 로컬 관제실에서 앞선 기관차 신호가 갑자기 궤도에서 사라진 것을 즉시 발견했다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시험운전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주관했고, 기관차 운전 및 관제는 코레일이 담당했다. 철도시설공단은 사고 직후 기관차 운전은 코레일의 몫이라며 책임을 전가했다. 코레일은 시설 문제는 공단이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고 당시 두 기관의 무전기가 달라 운전정보를 교환하지 못한 점이나 레일 위에 있는 기관차 신호가 왜 사라졌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언급하지 않았다.

철도 전문가들은 이 사고는 철도 통합이 필요함을 증명하는 사례라고 주장한다. 철도가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으로 분리되면서 충분한 협력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철도 안전과 효율적인 운영을 도모하려면 기술 도입도 중요하지만, 분야별 기능이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철도는 대륙 진출이라는 숙명을 안고 있다. 또 화물 운송은 영업 거리를 늘려야 흑자를 낼 수 있는데 남한 노선으로는 불가능하다. 국경을 넘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러시아는 한 세기 동안 유라시아를 오가는 시베리아 철도를 운영해 왔다. 중국은 고속철도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에서 한국을 앞선다는 평가다. 한국 철도는 건설·운영·관제·유지·보수가 하나가 돼야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철도를 통합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서민의 이동권 회복에 있다. 코레일은 고속철 영업이익을 일반철도 적자 노선에 교차 보전해 왔다. 그러나 정부가 벽지노선 지원을 크게 줄이면서 일반철도 운행도 감축돼 서민의 이동권이 제한받고 있다. 에스알(SR) 개통도 코레일의 재정을 악화시키고 있다. 코레일의 올해 재무전망을 보면, 영업이익은 지난해 1216억원 흑자에서 49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288.2%에서 324.3%로 치솟을 전망이다.

원덕역에서 앞선 기관차 신호가 사라진 이유는 아직 미스터리다. 정부가 원인을 찾지 못한 채 평창 겨울올림픽 일정에 맞춰 이 노선의 상업운행을 강행한다면 같은 사고가 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또 이런저런 이유로 철도 통합을 미룬다면 한국 철도의 미래는 암담할 뿐이다.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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