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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2.15 19:07 수정 : 2011.02.15 19:07

김의겸 정치부문 선임기자

김의겸
정치부문 선임기자

어리거나 젊었을 땐 무조건 이수일 편이었다. 젊고 잘생긴데다 경성제대까지 다니니, 이수일의 사랑만이 진짜배기고, 김중배는 그저 천박한 배금주의자일 뿐이었다. 그러나 머리 빠지고 배 나오는 나이가 돼보니, 김중배가 측은해진다. 불타는 마음은 이수일 못지않은데, 자신의 순정을 표현할 길은 돈밖에 없으니, 김중배의 가슴은 얼마나 스산했겠는가. 그러니 김중배의 다이아반지도 사랑이다.

민주당은 김중배를 닮았다. 박주선 의원이 지난해 연 ‘스무살의 눈으로 바라본 민주당’ 토론회를 보면, 민주당은 젊은이들에게 그저 ‘늙고 촌스러운 꼰대’로만 비친다. 국민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매력도, 다른 야당들을 끌어안을 활력도 없다. 가진 거라고는 호남에서의 배타적 지지뿐이다. 그러니 호남은 민주당의 다이아반지다.

지난 13일 밤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4·27 재보선 공천 문제가 논의됐다. 이인영 최고위원이 ‘순천 양보론’을 조심스레 꺼냈다. 하지만 지도부는 우물쭈물했고, 호남 출신 의원들은 발끈하고 있다.

호남 의원들의 반발 논리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순천 주민들의 선택권을 박탈하니 예의가 아니라는 거다. 하지만 호남의 민주당 지지자들은 가깝게는 경기 출신의 손학규를, 멀리는 부산 출신의 노무현을 택했다. 작은 지역 연고에 연연하지 않고, 큰 싸움에서 이길 구도를 원했다. 예의와는 상관없다.

둘째, 공천을 하지 않더라도 결국 민주당 출신들이 무소속으로 뛰쳐나가 당선될 거라는 이유를 댄다. 그러나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 지난 7·28 재보선에서 광주 남구의 경우, 민주당 후보는 민주노동당 후보를 56% 대 44%로 겨우 이겼다. 게다가 순천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노당이 17%의 지지율을 얻었다. 근처 광양과 여수로 출퇴근하는 노동자층이 두텁다. 농민회 세력도 강하다. 꼭 민주당이 아니더라도 승산이 있는 셈이다. 설사, 무소속이 당선된들 무슨 대수겠는가. 민주당으로서는 야권 연대를 위한 진정성을 보인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오히려 이런 논리보다는 순천에서 시작된 양보론이 내년 총선 ‘호남 물갈이론’으로 번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밑바닥에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요즘 개혁특위 등 민주당 모임에서는 호남 얘기가 나오면 “호남 의원이 무슨 죄인가”, “3선 의원이 무슨 전과 3범인가”라는 반응이 튀어나와 다들 말조심을 하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 지도부는 다른 이유에서 엉거주춤한 자세다. 어떤 이는 순천의 예비후보와 특수관계여서 야박하게 내칠 수가 없고, 어떤 이는 호남을 기반으로 큰 꿈을 꾸고 있어, 이곳 의원들의 정서를 무시할 수가 없다. 게다가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될 성싶으니, 많은 출마 희망자들이 민주당 지도부에 줄을 대고 있다. 제 자식도 건사하지 못하는 ‘무능한 지도자’로 평판이 나서는 당 대표나 대선 후보 경선에서 득 될 게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저 호남 맹주 자리에 안주할 게 아니라면, 자기희생과 결단이 필요하다. 아까워하지 말고 통 크게 양보할 때, 국민들의 마음이 덥혀지고, 다른 야당들도 손을 내밀 것이다. 설사 다른 야당들이 곶감 빼먹듯, 민주당의 양보만 받아내려 한다면 그건 국민들이 심판할 몫이다.


몇년 전 가본 순천은 아름다운 곳이었다. ‘순천에서 인물 자랑 말라’고 했듯이, 선남선녀가 넘친다. 끝없이 펼쳐진 갈대밭 사이를 휘감아돌다 순천만에서 뒤척이며 몸을 푸는 강줄기와 그 위로 떼지어 나는 두루미는 꿈결인가 싶었다. 심순애의 마음을 뒤흔들기에 부족함이 없는 큼지막한 다이아몬드인 셈이다.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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