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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1.28 22:17 수정 : 2010.01.28 22:17

김경애 사람팀장

‘아이티 아이들의 진흙과자에 가슴이 아려 나도 모르게 구호단체의 모금 계좌를 클릭했다… 아수라장이 따로 없는 여권의 세종시 뒤집기쇼와 ‘피디수첩 무죄판결’ 분풀이춤에 짜증이 나 피시를 껐다… <아바타>의 ‘천만 흥행 고지’ 달성에 한 표를 보태고 돌아와 환상에서 깨고 싶지 않아 다시금 접속했다… 아이폰에 ‘이메일 주소록 한 번에 입력하기’를 따라하려다 아이튠스의 미로에 빠져 날밤을 꼬박 새우고 말았다.’

지난 주말의 내 동선을 되짚어보니 이채롭다. ‘아’자 돌림이 뜨는구나, 잠시 허튼 생각도 들었지만 요즘 주변의 대세는 단연 스마트폰이다. 사실 난 일찍이 ‘삐삐’로부터 시티폰을 거쳐 휴대폰으로 진화해온 십여년 동안, 단 한 번도 제값 주고 최신 기종을 사본 적이 없다. 그러니 나 같은 아날로거들에게 아이폰은 ‘아바타의 판도라 행성’처럼 신세계의 경지가 아닐 수 없다. 국내 정보통신(IT)업체들이 보호장벽으로 3년 가까이 수입을 막아준 덕분에, 난생처음 ‘얼리어답터’ 대열에 끼게 됐으니 고마움의 인사라도 해야 할까. 날마다 새로 익힌 기능이나 프로그램을 자랑하듯 서로 가르쳐주는 재미에 ‘아이폰 열공 현상’은 ‘아바타 중독 현상’과 더불어 당분간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사실 새로운 제품을 가장 먼저 구해 써봐야 직성이 풀리는 ‘얼리어답터’는 초고속 인터넷망과 함께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소비시장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새 제품을 한국에서 가장 먼저 선보여 반응을 살피는 다국적기업들이 생겨나더니 이제는 필수 마케팅 전략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기질과 강한 호기심이 새 제품은 물론 새로운 문화를 거침없이 받아들이게 한다’며, 외국의 유력 언론들은 ‘한국의 얼리어답터’를 심층분석한 보도를 앞다퉈 내놓기도 했다.

그렇다면 ‘정치 얼리어답터’들은 누굴 골랐을까? 2007년 대선 직후 어느날, 유효기간이 지난 선거 포스터를 무심히 지나치다가 이처럼 엉뚱한 질문을 해본 것은 아마 그런 분석 보도들이 그럴싸하게 들려서였나 보다. 발을 멈추고 후보 12명의 면면을 새삼 들여다보니 ‘기호 2번 이명박 후보’에서 시선이 멈췄다. 그나마 알려진 브랜드(정당)에서 출시한 후보 중에서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신상’은 바로 그였다. 유력 경쟁 후보도 대선 시장엔 첫선이었지만 브랜드 선호도가 워낙 안 좋았다.

실제로 지지층의 성향이나 표 분포도 등을 따져본 정치공학 전문가들의 결론은 모르겠다. 다만, 당시 유권자들이 그에게 새로운 정치를 주문한 것만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설사 그를 지지하지 않았을지라도, ‘경제전문가 대통령’을 표방한 만큼, 최소한 독재를 넘어 3김 시대로 이어진 권위주의 정치만은 청산할 것으로 기대했으니까.

그런데 임기 중반이 채 안 된 지금, 그와 그의 정치는 이미 너무 낡아 보인다. 포장과 디자인만 살짝 바꿨을 뿐 첨단 기능은커녕, 이미 시장에서 퇴출된 구형 버전과 한물간 기능들을 끌어모은 ‘중고품’이랄까. 공권력·검찰권·사법권·임명권 같은 위력으로 비판 여론을 막고 반대 세력을 찍어내려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듯’ 제대로 작동이 안 되자 애꿎은 판사들까지 잡도리할 태세다. 좌니 우니 해묵은 앙금마저 다시 일어나 갈등의 소음만 거세지고 있다.

아이폰의 제조사인 애플은 불량 제품을 수리해주는 대신 무조건 바꿔주고 있단다. ‘불량 정치’는 반품교환이 안 될까? 스스로 고치지 못하면 유권자가 바꿀 수밖에 없을 터, ‘6·2 지방선거전’은 이미 시작됐다.

김경애 사람팀장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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