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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1.07 21:35 수정 : 2010.01.08 10:08

김경애 사람팀장





“한마디로 이렇게 드라마틱한 나라가 없다. 같은 민족이고 같은 언어를 쓰는 나라가 남과 북으로 체제만 다르게 살고 있는데 너무나 차이가 크다. 한쪽은 풍요로운데 다른 한쪽은 너무 가난하고, 통제경제와 시장경제, 전체주의와 자유민주주의 등이 이렇게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2005년 당시 도널드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이 ‘한반도 야간 위성사진’을 책상 유리 밑에 놓고 늘 들여다본다고 해 화제가 됐다. 남쪽은 대낮처럼 환한데 북쪽은 평양 말고는 암흑이어서 너무나 대조적인 장면이다.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이라크 침공을 지휘하고 있던 그로서는 ‘미국이 원조한 남한 체제의 우월성을 확인해주는 상징’으로, 볼 때마다 즐거웠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런 땅에 살고 있는 ‘같은 민족’으로서는 결코 즐거울 수만은 없는 ‘비극적 장면’이기도 하다. 사실 그의 말대로 남과 북은 분단 60여년 사이 극과 극으로 달라졌다. 굳이 경제규모나 국방력 같은 수치나 문화현상을 따져보지 않아도 그 차이는 뚜렷해졌다.

가장 단적인 예는 아이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1990년대 이래 나아지지 않고 있는 식량난으로 북녘 어린이들이 만성적인 영양실조와 아사의 위험에 빠져 있는 반면에, 남쪽에서는 ‘3살짜리 꼬마들도 모이면 다이어트 걱정을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비만아들이 늘고 있으니 말이다.

어릴 때부터 제대로 못 먹은 탓에 이미 90년대 말 북한 7살 아이의 평균 키는 남쪽 아이보다 12㎝나 작았고, 지금 청소년으로 자란 그들의 차이는 무려 2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이 상태로 굳어지면 유전형질 자체가 달라질 것이란 믿고 싶지 않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남쪽에서는 살빼기 열풍에 소비가 줄고 ‘자본주의 시장 경쟁에서 뒤처져’ 값마저 폭락한 쌀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남아도는데 대북 강경정책에 막혀 ‘굶주리고 있는’ 북쪽에 보내주지도 못하고 있는 현실은 생각할수록 기막힌 비극이다.

최근 극단의 예가 또 하나 등장했다. 바로 ‘핵 경쟁’이다. 지난 연말 ‘400억달러(약 47조원) 규모 한국형 원전의 아랍에미리트(UAE) 수출’ 뉴스가 도하 언론매체의 머리기사를 장식했다. 직접 현지로 날아가 검은 선글라스 차림으로 계약을 맺고 온 대통령은 마치 ‘개선장군’인 양 찬사를 받았고, 거기에 고무된 듯 그는 “분명 국운을 타고 있다”며 자화자찬을 늘어놓기도 했다. “원전은 모험산업이어서 공산품처럼 수출을 독려하는 것은 위험할뿐더러 냉각수와 폐기물 등으로 다음 세대 건강까지 위협하는 반환경적이고 시대역행적인 에너지원”이라는 <한겨레>의 경고에는 우익단체들의 ‘폐간 위협’이 되돌아오기도 했다.

북한은 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 이후 20년 가까이 ‘핵개발 위협’을 무기로 미국의 공습이라는 일촉즉발의 위험을 넘나드는 벼랑끝 생존술을 구사해 왔다. 중동지역이나 테러집단에 그 기술을 수출했다는 의혹 때문에 ‘악의 축’으로 찍히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코리아 게이트’의 주역 박동선씨는 “78년 한국이 첫 도입한 원전 ‘고리 1호기’는 당시 프랑스의 지스카르 데스탱 대통령 정부가 ‘북한 승인’을 무기로 박정희 정권을 압박해 수출했다”고 한 언론에 ‘비화’를 공개했다. 그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남과 북은 그렇게 체제 경쟁 끝에 모두 ‘극단의 위험’을 안고 사는 나라가 된 셈이다.


언젠가 출장길에 일본 대학생들이 묻던 질문이 떠오른다. “한국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불안한 분단 상황에서 잘 견디며 사는가?” “강심장일까, 불감증일까?” 나는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김경애 사람팀장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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