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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0.01 16:23 수정 : 2009.10.01 16:24

정의길 국제부문 선임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돌아오자마자 30일 특별 기자회견을 열어 “변방적 사고에서 중심적 사고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한국이 금융위기 극복은 물론이고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유치하는 등 강대국의 반열에 속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나, 한국의 ‘중심’과 ‘변방’의 문제는 더 꼬이고 있다. 그는 중심적 사고를 얘기하면서도 세종시 문제에 대한 질문은 원천봉쇄했다.

이 대통령이 목에 힘을 주었던 지난주 G20 정상회의를 즈음해, 세계경제는 다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지난 3월 이후 증시를 중심으로 한 자산시장이 주춤하고 있다. 한국의 증시와 부동산 시장 역시 주춤하는 기세다. 지금까지의 경기회복세는 유례를 찾기 힘든 글로벌 경기부양책에 힘입었다는 것은 모두가 동의한다.

전세계의 주요 국가가 동시에 나서서 국가재정을 퍼부은 이런 식의 경기부양은 인류 역사상 처음이다. 그야말로 글로벌 경기부양이다. 금융회사 구제를 위한 약 1조달러를 제외하고도 추가로 1조달러가 넘는 미국의 경기부양책을 포함해, G20만 거의 10조달러가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 파탄 난 금융기관 회생을 위해 쏟아부은 돈도 이와 비슷하다.

이제 이런 고강도 앰풀주사는 더 쓸 수 없다. 지금까지의 앰풀주사를 맞고 일어설 수 있냐 없냐를 가늠해야 하는 것이 현시점의 상황이다. 경기부양책의 약발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험할 시기인 것이다.

이런 때에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에 이어 수도권에 보금자리주택이라는 1990년대 초반 5대 새도시 건설에 버금가는 토목사업을 발표했다. 반면 한국의 변방 문제인 세종시는 송도식으로 개발해야 하느니 기업복합도시로 만들어야 하느니 하면서 사실상 거의 고사시키고 있다.

90년대 초반 일본은 부동산 거품이 꺼지자, 필사적으로 이를 부양하기 위해 92년부터 95년까지 거의 72조엔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을 폈다. 그 대부분은 건설토건 사업이었다. 그 결과 사람이 다니지 않는 도로와 다리가 일본 전역을 뒤덮었을 뿐, 퇴출돼야 할 건설회사와 건설업 종사자는 오히려 늘었다. 정부의 재정투입이 끊기자 건설토목 거품은 더 잔인하게 꺼졌다. 일본은 그래도 수도권이 아닌 지방을 개발하려고 했으나, 이명박 정부는 오로지 수도권에만 올인하고 있다. 혹자는 ‘세종시 수정’이 건설회사를 위한 또다른 일감이라는 지적을 한다.

자산거품으로, 특히 부동산 거품이 핵심이던 금융위기 이후에도 부동산이 반등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중국도 부동산값이 올랐다고는 하나, 중국에서는 금융위기 이전에 부동산 거품이 심각하게 빠졌고 지금 다시 조정중이다.


G20을 말하는데, 변방으로 수도의 일부를 옮기자는 문제는 그에게는 변방적 사고일 수 있다. 그는 이번 회견에서 어느 때보다도 자신감을 과시했다. 그가 제창한 북핵 해법인 ‘그랜드 바겐’에 대해 미국 당국자가 모르는 일이라고 한 것에 대해 “미국의 아무개가 모르겠다고 하면 어떠냐”고 했다. 일국의 대통령이 다른 나라의 일개 차관보가 한 얘기에 대해 즉답을 하는 것이 외교적 품위가 있는 것인지, 요즘 말하는 ‘국격’인지는 잘 모르겠다. 사람에 따라서는 변방에서 탈피한 중심적 사고의 내공이 느껴지기도 하겠다. “반미면 어떠냐”고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철없는 반미주의자’라고 몰매를 때렸던 조중동 보수언론이 조용한 것 보면 그렇다.

하지만 자기 나라의 변방 문제를 회피하면서 중심적 사고를 하기는 힘든 것이 아닌가? 이는 ‘변두리적 사고’이다.

정의길 국제부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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