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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6.11 21:52 수정 : 2009.06.11 21:53

정의길 국제부문 선임기자

북한의 2차 핵실험이 몰고 온 한반도의 안보 위기는 변곡점에 올라서는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의 대외정책 환경과 맞물리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시기는 어쩌면 이를 노린 것일 수도 있다.

오바마 정부 대외정책에서 최우선 대상은 최근 역대 미국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중동이다. 그들이 정부 출범과 동시에 팔레스타인, 이란,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에 3명의 ‘풀타임’ 거물급 특사를 파견한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터프츠대학교 플레처국제대학원장인 스티븐 보즈워스를 ‘파트타임’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임명한 데서 잘 드러난다. 오바마 정부가 중시했던 대로 지금 중동의 정세는 요동중이다.

먼저 파키스탄이다. 파키스탄은 이제 내전의 갈림길에 섰다. 미국은 파키스탄 정부와 군에 탈레반 소탕작전을 북서변경주 전역으로 확대하라고 밀어붙이고 있다. 파키스탄군이 최근 탈레반의 이슬람 율법 통치지역인 스와트계곡 지역을 점령하자, 내친김에 탈레반의 뿌리를 뽑으려 하고 있다. 작전 확대는 내전을 의미한다. 아프간 전쟁은 곧 ‘아프팍’(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합성어) 전쟁으로 바꿔 불러야 한다.

둘째, 이란이다. 12일 치러지는 이란 대선은 30년간 정체된 미국-이란 관계를 어떤 형식으로든지 바꿀 것이다. 대미 강경론자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이 재선돼도 양국은 이제 핵문제를 비롯해 국교 정상화까지 양국의 현안을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이란을 제쳐놓고는 중동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이란 역시 미국의 봉쇄 속에서 계속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셋째, 이스라엘이다. 오바마 정부는 최근 역대 미국 정부 중 이스라엘에 가장 냉랭하다. 정착촌 건설을 중단하라고 압박하고,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받아들이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제 이란 위협론으로 맞서고 있다. 이란의 핵개발을 막기 위해 공습도 불사하겠다며 미국을 으르고 있다.

미국은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한다. 탈레반을 막고 파키스탄을 생존시키기 위해서는 아프팍 확전도 불사해야 한다고 보는 미국은 이란과 이스라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란과 빨리 관계 정상화를 이뤄 아프팍전의 서부전선과 보급로를 확보해야 한다. 이는 이스라엘의 이란 위협론을 일축하는 동시에 이란의 후원을 받는 헤즈볼라와 하마스 등 이슬람 무장세력을 통제하는 길이다. 그래서 오바마는 지난 4일 카이로에서 미국과 무슬림의 화해를 촉구하는 역사적인 연설을 했다.

오바마 정부의 전략은 ‘1.5 평화전략’이었다고 할 수 있다. 즉 중동에서 평화를 달성하고, 동북아에서는 전쟁을 억제하는 수준으로만 두는 것이다. 한 곳에서 전쟁을 완승하고, 다른 한 곳에서는 전쟁을 억지한다는 미국의 세계전략 중 하나이던 ‘1.5 전략’에 빗댄 것이다.

1997년말 북한과 미국의 국교 정상화는 난파하는 중동평화협상에 발목이 잡힌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의 방북이 취소되고, 부시가 당선되면서 무산됐다. 중동 정세가 한반도의 평화 기회를 막은 것이다. 갈 길 바쁜 오바마 정부에 북한은 2차 핵실험으로 응수했다. 북한의 핵실험은 오바마 정부를 중동과 동북아 두 곳에서 동시에 현안을 타결하려는 2.0 전략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인가?


유엔 안보리 제재안 등을 정점으로 한 대북 제재 국면에 이어 북한이 중형을 선고한 미국 여기자 석방 등을 놓고 교섭 국면이 열릴 것이다. 이때는 이란 대선이 끝나고 미국이 이란과 협상을 시작할 때다. 오바마가 2.0 전략으로 선회할지 두고 보자.

정의길 국제부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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