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4.16 21:39
수정 : 2009.04.16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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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식 정치부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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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프리즘
4·29 재·보궐 선거전 개막과 함께 민주당이 본격적인 분열의 시기에 접어들려 하고 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전주 덕진 출마에 이어, 전주 완산갑에서도 신건 전 국가정보원장을 비롯한 몇몇 인사들이 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 대열에 가세했다. 정 전 장관 쪽은 다른 무소속 출마자들과의 연대 관계를 공식적으로 언급하기를 피하려 한다. 그러나 정 전 장관을 중심으로 한 ‘디와이(DY) 연대’ 흐름을 부정하긴 어렵다.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인사가 자신의 탈당과 무소속 출마에 이어, 세를 규합해 출신 정당을 분열시키는 데 앞장서는 최악의 모양새다.
정 전 장관 쪽은 4·29 재·보궐 선거에서 전주 두 지역 석권을 자신한다. 정 전 장관 쪽의 일부 인사들은 “정 전 장관이 출마한 전주 덕진의 경우 민주당이 한나라당 후보한테도 뒤지는 3등을 할 수도 있다”며 자신들의 위력을 한껏 과시한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들을 해당 행위자라고 비판하며 방어에 나섰다. 지도부 쪽은 당황하고 허둥지둥하는 기색이다. 어쨌든 이명박 정부 실정 심판 이슈는 사라졌고, 민주당 분열 논쟁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물밑에선 4·29 재·보궐 선거 이후 문제가 벌써부터 거론된다. 정 전 장관 쪽에서 거론하는 유력한 시나리오는 민주당이 전주 덕진, 전주 완산갑, 부평을 세 곳에서 전패하는 상황이다. 이 경우 정 전 장관 공천을 주장했던 비주류 세력은 현 지도부 책임론을 거세게 주장할 게 확실하다. 반면에 현 지도부는 정 전 장관 쪽의 적전 분열 책임론으로 맞서겠지만 선거 결과 전체에 대한 무한책임 때문에 다소 궁색해질 것 같다. 정 전 장관이 무소속으로 당선될 경우 비주류 쪽은 당연히 그의 복당을 주장할 것이며, 현 지도부는 복당 불가로 맞서게 되어 있다.
정 전 장관 쪽은 이번 재·보궐 선거판을 통해 나름의 부활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정 전 장관이 민주당 지지층 안에서, 특히 전주권을 비롯한 호남지역에서 장악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에서 승리하면 모든 것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 그러긴 어렵겠다. 정 전 장관의 행보는 “고향에 선거가 생겼으니” “원내에 반드시 복귀해야” 외에 이렇다 할 공공의 논리를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명분이 취약하다. 따라서 출신 지역에선 지지세가 있지만, 국민 전체 여론은 부정적이다. 자민련, 자유선진당이 충청권에서 보여온 퇴행적 지역주의 행태도 연상된다. 과거 제이피(JP)는 전 국민적 명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충청도가 핫바지냐”라고 외쳐, 텃밭 정서를 자극하곤 했다.
정세균 대표 쪽도 문제는 있다. 명분에서 앞서지만 지지층을 휘어잡고 상황을 추스르는 리더십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들 때문에 민주당은 재·보궐 선거 이후 끝을 알 수 없는 악성 내분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선거 결과가 부진할 경우 정세균 대표가 자리에서 버티긴 힘들 것이라고 비주류 의원들은 벌써 이야기한다. 나아가 임시 전당대회, 분당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 전 장관 공천을 주장했던 일부 의원은 최근 부평을 지원유세 요청을 받고도 거절했다고 한다. 당내 세력 간 심리적 거리감이 이미 꽤 벌어졌다는 이야기다.
지금 민주당은 어디까지 추락할지 알기 어려운 상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태도 재난 요인으로 다가와 있다. 바닥을 칠 때까지 좀더 처절하게 무너지는 게 차라리 낫겠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이 국민들의 걱정을 덜어주긴커녕,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박창식 정치부문 선임기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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