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복기 노드콘텐츠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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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프리즘
여름, 휴가철이다. 모두들 이곳저곳으로 떠난다. 휴가는 쉼이다. 평소 하던 일을 멈추고 쉬는 때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일터나 일상에서 떠나기만 할 뿐 제대로 쉬지 못한다. 휴가를 마친 뒤 더 피곤해서 돌아오기도 한다. 제대로 된 쉼이란 몸은 물론 마음과 정신까지 함께 쉬는 것이다. 우리는 몸 안의 에너지를 쓰면서 활동한다. 활동은 몸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마음과 정신을 쓸 때도 에너지가 든다. 마음은 감정을 주관한다. 감정이 격해지면 쉽게 허기가 진다. 너무 기뻐하거나 슬퍼한 뒤에 많이 먹는 것은 감정에 에너지를 많이 쓰기 때문이다. 정신도 비슷하다. 정신은 우리의 의식과 생각을 주관하고 외부의 감각을 받아들이고 판단한다. 머릿속이 복잡해 생각이 많은 사람은 움직임이 적다. 몸 안의 에너지가 생각에 많이 쓰이기 때문에 다른 데 쓸 여유가 없어서다. 그런 사람은 활동적이지 않음에도 살이 찌지 않는다. 체격이 바싹 마른 사람이 많다. 따라서 몸뿐 아니라 마음과 정신까지 함께 쉬는 게 제대로 된 휴가다. 하지만 몸, 마음, 정신을 모두 함께 쉬기는 쉽지 않다. 산사 체험이나 명상 캠프 등이 그에 가깝지만, 가족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 경우 그런 기회를 갖기는 어렵다. 에어컨 나오는 호텔이나 숲 속 휴양림에서 책을 읽으며 보내는 것도 좋은 휴가지만 혼자일 때나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몸 쉬기를 포기하고 마음과 정신의 쉼을 택하는 게 현실적이다. 마음과 정신은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놀 때 쉴 수 있다. 그러니 몸의 쉼은 포기하라. 산이나 계곡에 가면 익숙한 풍경이 있다. 지금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눈에 띄는, 식사 뒤의 풍경이다. 아이들은 물놀이를 하고 엄마는 그 옆에서 남은 음식을 정리하고 설거지를 한다. 아빠는? 그늘에서 잠을 잔다. 평소 직장생활을 하면서 얼마나 피곤했으면 그러랴 싶지만 그런 쉼은 쉬는 게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양심이 있다. 배우자가 열심히 일하는데 누워서 자면 양심에 찔린다. 발 뻗고 잘 수 없다. 그러던 사람이 저녁 때 숙소에 돌아오면 리모컨을 손에 든다. 아내는 아이들을 재우기에 앞서 방을 청소하고 이불을 펴는데 소파에서 리모컨을 돌리며 텔레비전을 본다. 휴가, 절대 아니다. 양심이 쉬도록 해 주지 않는다. 그렇게 보낸 시간은 ‘쉬는 것’도 ‘안 쉬는 것’도 아니다. 마음과 정신이 쉬려면 텔레비전이나 인쇄 매체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의 마음과 정신은 외부로부터 정보가 들어오면 쉴 새 없이 움직인다. 판단하고 계획하고 결정하려 한다. ‘정보 단식’을 하라. 푹 쉴 수가 있다.휴가 기간에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라. 몸을 많이 쓰면 쓸수록 마음과 정신은 저절로 쉬게 된다. 아이들과 열심히 놀아주고, 부부가 함께 음식을 장만하고 설거지도 함께 하라. 방 청소도 함께 하고 아이들과 부모님의 잠자리도 펴라. 몸이 조금 힘들더라도 얼굴에 밝은 웃음을 띠고 해 보라. 낮에 그렇게 열심히 움직이면 밤에 푹 자게 된다. 피곤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몸은 피곤하더라도 마음과 정신을 제대로 쉴 수 있다면 성공한 휴가가 될 것이다. 예전에 사람들이 자주 부르던 노랫말이 생각난다. 휴가를 잘 보내는 방법을 이보다 더 잘 요약한 말은 없는 것 같다. ‘걱정을 모두 벗어 버리고서 스마일 스마일 스마일’. 권복기 노드콘텐츠팀 기자bokk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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