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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22 19:34 수정 : 2008.07.22 19:34

정세라 사회정책팀 기자

한겨레프리즘

“이명박 정부는 국민여론 무시하는 낙하산 인사 중단하라!” “원칙없는 정형근 이사장 내정 철회하라!”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염리동 국민건강보험공단 정문 앞에는 20여명의 성난 시위대가 펼침막을 들고 모여들었다. 정 전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자, “정형근 낙하산을 반대한다”며 몰려든 것이다.

엥?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정 전 의원 내정설에 ‘낙하산 논란’ ‘도덕성·전문성 시비’가 이는 것이야, 예상된 일이다. 하지만 시위대 면면이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다. 라이트코리아, 자유북한운동연합, 자유개척청년단 등인데, 이들은 좌파 청산을 외치며 ‘애국 보수’를 자처하는 단체들이다. 정 전 의원과는 오히려 가까울 만한 이들이다.

사연인즉슨 이러하다. 대표적 대북 강경파였던 정 전 의원은 지난해 비교적 유화적인 신대북정책 마련을 주도하며 변신을 시도했다. 덕분에 ‘보수의 변절자’로 미운 털이 박혔고, 우익단체의 낙하산 비난에 휩싸인 것이다.

현재 공공기관들은 인사 홍역이 한창이다. 내각 인선에서 고소영·강부자 논란을 빚은 게 엊그제였는데도, 공공기관에서 ‘끼리끼리 나눠먹기’와 ‘보은 인사’는 거침이 없다. 청와대 뒷산에 올라 끝없는 촛불을 바라보며 자책했다던 대통령의 뼈저린 반성은 실종된 지 오래다.

보건복지가족부 산하 기관들도 잡음에서 예외는 아니다. 장애인개발원장은 이봉화 차관의 인사 개입 논란이 벌어졌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은 낙하산 논란에 자질 시비가 계속되고 있다. 건보공단 이사장 공모는 개중 볼썽사나운데, 보은 인사 헛발질로 웃음거리가 됐다. 총선 낙천자인 김종대 전 보건복지부 실장을 내정했지만, 당사자가 선거법 위반 유죄로 임명 자격을 잃어버려 재공모를 하는 사태에 이른 것이다. 덕분에 노인 장기요양보험 출범 등 현안이 수두룩한데도 이사장 자리는 넉 달째 공석 중이다.

여기에 공공기관 노조들의 원칙없는 처신과 조직 이기주의까지 낙하산을 부추기고 있다. 기관의 분할 경쟁이나 업무 통합 등 구조조정 사안이 밀려들면서 힘 있는 낙하산을 바라는 논리가 득세를 하는 것이다. 통폐합 불안으로 신용보증기금 노조가 ‘안택수 낙하산’을 환영했던 풍경이 대표적이다.

건보공단 노조도 모양새는 비슷하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사회보험지부는 첫 공모에서 김종대 카드가 나오자 ‘낙하산·보은 인사’를 거론하며 맹비난했지만, 정형근 카드에는 침묵할 뜻을 비쳤다. 사회보험지부 관계자는 “정 전 의원이 전문성이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공식적으로 찬성할 뜻도, 반대할 뜻도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힘 있는 정치인이 올 경우 부처에 덜 휘둘리고 조직 보호도 가능하리란 기대가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낙하산 대신 우산을 바라는 셈이다. 한국노총 산하의 직장노조는 아예 대놓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덕분에 우익단체가 건보공단 노조에 낙하산 반대를 다그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정 전 의원은 여권 실세로 통하지만 한나라당 공천조차 탈락한 인사이고, 전문성과 도덕성에서도 자격 미달 인사다. 이런 사람을 산하기관장으로 하는 것은 국민건강을 해친다. 이런 사람이 온다고 공단에 힘이 실리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노조 등에 전해달라.”(봉태홍 라이트 코리아 대표)

하지만 불사조는 괜히 불사조가 아닌 모양이다. 18대 총선의 공천 쇄신 와중에 오래 지켜온 선거구를 잃고 엉뚱하게 보수단체에서 욕을 먹는 정형근 전 의원에게 손을 내미는 곳이 있다니 …. 그 생명력 참 길기도 하다.

정세라 사회정책팀 기자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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