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복기 노드콘텐츠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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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프리즘
기는 흐르는 성질을 갖고 있다. 한자 기(氣)의 위에 있는 세 개의 획은 흘러가는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다. 기가 잘 흘러 기가 골고루 나뉘어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건강하다. 기가 막히면 문제가 생긴다. 몸이 그렇다. 사회에서도 기가 잘 흘러야 한다. 교통도 기의 흐름으로 볼 수 있다. 각각의 지역에서 모인 기운이 서로 오가야 한다. 교통이 막히면 문제가 생긴다. 부의 흐름도 마찬가지다. 특정한 계층에 부가 모이면 그 나라는 건강하지 못하다. 부의 집중은 고인물처럼 부패를 낳기 마련이다. 사람 사이에 기의 흐름은 소통이다. 말이나 글로 대화를 해야 한다. 부부나 가족이나 직장 동료 사이에 기의 흐름이 끊기면 소통이 단절되고, 오해와 불신이 생기며, 종국에는 대립을 낳는다. 지금 우리나라는 기가 점점 막히고 있다.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을 얘기하지만 말뿐이다. 개각만 봐도 그렇다. 국민과 소통했다고 보기 힘든 결과다. 국민들은 면피성 개각에 기가 막힌다. 사회 곳곳에서 기의 흐름을 막으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검찰과 경찰이 앞장서고 있다. 촛불집회를 원천봉쇄하기 시작했고, 종교 행사에도 사법적 잣대를 들이대려 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전문가들의 의견조차 무시한 채 누리꾼들의 입에 재갈을 물렸다. 검찰은 조·중·동을 대상으로 한 광고 중단 압박 게시글을 올린 누리꾼에 대한 수사를 펴고 있다. 피디수첩 수사도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소통을 통해 우리 사회의 기가 고루 나뉘는 데 이바지해야 할 언론사마저 기의 흐름을 막고 있다. 기가 막힌다. 조·중·동은 광고 싣지 말기 운동이 언론자유 침해라며 검찰에 수사를 촉구했다. 이들 신문사는 지면을 통해 조·중·동 반대의 본거지인 아고라가 자리한 포털사이트 ‘다음’을 공격하더니 마침내 기사 제공을 중단했다. 우리 몸은 기가 막히면 이를 위기로 인식한다. 기가 막히면 당장 혈액순환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경련이나 마비가 오고 심해지면 해당 부위가 썩기도 한다. 그러다 기가 완전히 끊어지면 어떻게 될까. 기절한다. 다시 기가 통하면 깨어날 수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기가 끊어져 있으면 사람 구실을 못하게 된다. 식물인간이 되는 것이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기가 끊기면 곳곳이 썩어 든다. 기는 소통이라고 했다. 기가 흐르지 않으면 소통이 사라지는 것이다. 사회에서 소통이 중단되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가 없다.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음에도 감지하지 못한다. 그러다 마침내 곪아 터지고 만다. 촛불집회는 우리 사회의 막힌 기를 뚫고자 하는 집단적 노력이다. 우리나라의 기가 막히다 못해 끊겨 곳곳이 썩어 들어가는 그런 곳이 되지 않도록 하려는 충정에서 나온 행위다. 이는 또한 ‘고소영’과 ‘강부자’ 내각을 구성한 뒤에도 일만 잘하면 된다는 기막힌 논리를 펴는 대통령에 대한 경고다. 대통령은 일도 못하는 경제부처 장관을 유임시킴으로써 자신의 말조차 뒤집었다.한의학에서 기가 막힐 때 혈자리를 뚫는 처치를 한다. 침을 놓거나 뜸을 뜨는 행위다. 촛불집회는 우리 사회의 소통을 위한 침과 뜸이다. 조금 아프고 뜨겁지만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자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우리 사회의 기를 막는 일을 그만둬야 한다. 우리 사회 각 분야의 의견이 소통되도록 해야 한다. 나라의 부가 골고루 나눠지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기똥(氣通)찬 나라가 될 수 있다. 권복기 노드콘텐츠팀 기자bokk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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