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07.03 20:14 수정 : 2008.07.03 20:14

강태호 남북관계 전문기자

한겨레프리즘

북핵이 신고란 고비를 힘겹게 넘었다. 남북관계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이 정부 출범 때만 해도 신고가 오히려 불투명했다. 남북은 10·4 정상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다양한 실무접촉을 벌였다. 그러나 남북은 길을 잃었다. 대북 인도적 지원 및 이산가족 상봉, 개성공단 3통(통행·통신·통관) 협상, 조선산업단지 협력, 베이징 남북 공동응원단 사업, 백두산 관광 등이 중단되거나 무산됐다. 북은 “력사적인 6·15 공동선언과 그 실천강령인 10·4 선언이 밝힌 길을 따라 좋게 발전하던 남북관계”를 이명박 정부가 차버렸다고 비난했다. 어떤 이는 “지난 10년의 남북 화해협력의 성과를 지난 100일 동안 잃었다”고 말했다. 반면에 북-미는 제네바·싱가포르 양자협의, 뉴욕 채널과 성 김 무부 한국과장의 방북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타협하고 협력했다.

이제 얽히고 설킨 실타래의 매듭을 풀 때다. 핵 불능화 합의로 남북관계의 문을 열 공간이 열리고 있다. 물론 아직도 이명박 대통령 주변에는 지난 10년을 ‘잃어버린 10년’으로 보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북한의 잘못된 행태를 비판한다. 심지어 햇볕정책이 북핵 개발을 도운 셈이라고 말한다. 대북 협력·지원을 더하기 빼기 셈법에 따라 고비용 저효율의 퍼주기로 비판하고, 지금 대화를 거부하는 건 북한이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잘못된 행동에 대한 보상은 없다”는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가 내세웠던 논리와 다르지 않다. 어그러진 남북관계는 이들의 교조적인 생각에 북한의 극단적인 불신이 어우러진 결과다. 북한이 남쪽을 역도·협잡군·광신자 등 극단적인 언사로 매도하는 건 스스로 발목을 묶는 일이다. 남쪽 정부 내에서 대화론자는 숨죽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말하는 ‘의연한 대처’는 해법은 아니다. 북쪽의 비난을 무시할수록 북은 더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클린턴 행정부 당시 대북특사로 나선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의 측근이었던 필립 윤은 “북한은 약한 모습을 보이면 자신들에 대한 협박이 더 커지는 결과를 낳는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북한을 밀어붙이면 반대로 더 강한 밀어붙이기로 나온다”고 말했다. “북한의 정형화된 협상 패턴이 지루하긴 하지만 인내력을 갖고 참다가 적절한 시점에 유연성을 보이면 통상 북한 쪽으로부터도 상응하는 것들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다행히 긍정적 조짐이 있다. 외교안보 라인의 한 고위당국자는 북핵의 긍정적 진전으로 “남북관계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여지가 다소 생겼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남북이 서로 만나 협의하면 10·4 정상선언 합의를 100% 이행할 수도 있다. 이미 합의한 사안들에 대해서 어떤 것은 되고 어떤 것은 안 되고의 문제를 먼저 정해놓고 있다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완곡 어법이지만 진전된 발언이다. 좀더 중요한 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비로소 제 이름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화해·협력),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 정책에 이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은 상생·공영 정책”이라고 밝혔다. 사실 이는 지난 3월 통일부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 안에서 컨센서스가 이뤄지지 못했다. 비핵·개방 3000이라는 대선용 공약을 넘어서 대북 정책의 방향과 큰틀을 새롭게 정립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제 그에 걸맞은 정책을 공식화하고, 얽힌 매듭을 풀 남북대화에 나서야 한다.

강태호 남북관계 전문기자kankan1@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한겨레 프리즘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