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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6.12 19:38 수정 : 2008.06.12 19:38

강태호 남북관계 전문기자

한겨레프리즘

‘쇠고기’ 문제로 청와대 대통령실장과 수석비서관들, 내각이 모두 사의를 표명했다. 대통령 빼고 다 그만두겠다고 한 상황이니 가히 ‘정변’이라 할 만하다. 영어로 말하면 쿠데타인데 그 주체가 ‘총’(군부)이 아니라 ‘촛불’(시민)이라니 세계가 주목할 만하다. 내각제라면 불신임과 총선으로 이어져 정권교체로 넘어갈 일이다.

그런데 쇠고기 문제와 지금의 남북관계를 보면 그 궤적이 크게 다르지 않다. 첫단추가 잘못돼 막히고 꼬이더니 진퇴양난 막다른 골목에 이른 것이다. 광화문 대로의 컨테이너 ‘장벽’은 그걸 상징한다.

우선 거듭되는 악수를 뒀다. 느닷없이 통일부 폐지론을 내놓고 고집하다 거둬들이고, 자질이 의심되는 남주홍 경기대 교수를 통일부 장관에 임명하더니 이번엔 6·15 공동선언을 폄하하다 못해 이적문서로까지 부정하는 홍관희 박사를 통일교육원장에 내정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는 국책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에 있을 때 ‘6·15 선언의 반민족성과 무효화를 위한 과제’라는 글을 썼다. 제목부터가 어이가 없다. 6·15 공동선언이 그동안 북한의 대남 친북반미 선전선동의 논리적 준거로 활용돼 왔다는 것인데, 한 개인의 견해, 학자의 소신은 그렇다 하자. 정부는 그런 소신에 바탕해 앞으로 통일교육을 하겠다는 것인가.

오락가락하고 손발이 안 맞고 국민을 이해시키지 못하는 것도 비슷하다. 국민 의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통일부 존폐를 내세워 내부에서도 오락가락하더니 결국 연명시키긴 했는데 제 목소리는 간 데 없게 만들었다. ‘실용’을 내세웠으나 대북 식량지원에선 ‘명분’에 집착했다. 굶어 죽는다는데 북한의 요청이 있어야 한다고 하고, 납북자 문제 해결 등 북도 인도적 문제에 호응해야 한다며 상호주의를 내세웠다. 결과적으로 국민정서는 무시됐다. 또 주무 장관들은 6·15 공동선언을 존중한다고 태도를 바꿨다. 그러나 통일교육원장 인사도 그렇고, 청와대 일부 참모들이나 고위정책 협의에선 김대중 정부의 포용정책을 대북 퍼주기로 비하하는 분위기가 지배한다. 앞과 뒤가, 겉과 속이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최근 통일 관련 국책 연구기관의 장이 ‘짤렸다’. 이명박 정부 들어 비일비재한 일이다. 그런데 들리는 얘기로는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에서는 유임될 거라고 얘기했단다. 누가 어떻게 인사를 하려는 것인지 그 배경을 알아보니 ‘오겠다는 사람’이 있어서란다. 과거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던 한 여당의원의 말 그대로 ‘권력 사유화’, 자리 나눠먹기가 심각하다.

쇠고기도 남북 문제도 결국 대통령한테서 비롯된 것이다. 결자해지로 대통령이 바로잡아야 한다. 남북관계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한-미 관계보다 더 정상 사이의 신뢰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7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쇠고기의 답을 찾아야 하고, 그런 자세로 남북관계도 정상회담에서 풀어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 신뢰를 쌓지 않고는 회담 논의 자체가 불가능하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말했듯이 김대중 정부 때도 북은 햇볕정책을 ‘뒤집어 놓은 흡수통일 전략’이라며 불신했다. 북이 신뢰의 자세로 정상회담에 나온 데는 화해협력의 일관된 자세로 1년 반 이상을 민간 교류협력을 활성화하고 김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 북-미 관계 개선을 지원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그 정상회담은 출구가 아니라 입구에 있어야 한다. 남북문제를 풀기엔 4년 반은 너무 짧다. 게다가 임기말 정상회담의 한계는 노무현 정부가 보여주지 않았는가.


강태호 남북관계 전문기자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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