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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06 19:49 수정 : 2008.03.06 19:49

권복기/노드콘텐츠팀 기자

한겨레프리즘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눈높이로 세상을 본다. 예외가 있다면 소외된 이들을 섬기는 성직자와 다른 이를 돕는 데서 행복감을 느끼는 자원봉사자들일 것이다.

언론인의 시각과 관련해 농담처럼 하는 이야기가 있다. 1960년대 기자들이 버스를 타고 다닐 때 언론은 ‘콩나물 시루 같은 만원 버스’라는 기사를 자주 보도했다. 70년대 기자들이 택시를 타면서 언론은 택시를 잡기 힘든 현실과 택시 기사들의 불친절을 많이 다뤘다. 80년대 기자들에게 자가용이 생기자 주차 문제가 언론에 등장했다. 90년대 기자들이 골프를 치기 시작하면서 골프장 부킹 문제가 ‘사회문제’가 됐다.

그래서 나는 가끔 글이나 영상으로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직업인 기자나 프로듀서는 중산층보다 조금 낮은 수준의 월급을 받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적어도 중산층의 눈높이로 세상을 볼 수 있겠기에 하는 말이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강조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눈높이는 어떨까.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자영업자에 대한 발언을 전해 듣고는 걱정이 됐다. 이 대통령은 한 식당을 찾아가 대통령이 찾아간 집이기 때문에 장사가 잘된다는 말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덕담이라면 모르지만 나라를 이끌 대통령이 할 말은 아니다. 자영업자들이 어려운 이유가 마케팅 부족 때문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치열한 경쟁 탓이 크다. 2006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 비율은 26.5%로 선진국들보다 10% 포인트 가량 높다.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사오정’이나 ‘삼팔선’으로 기업에서 조기에 퇴출된 사람들과 취직을 못 한 이들이 창업 대열에 뛰어들고 있어서다. 대기업의 대형 유통매장 증가도 자영업자들의 목줄을 죄고 있다. 그런 점에서 자영업자를 돕는 근본 대책은 기업의 고용 확대·유지와 대기업 유통매장의 확산 방지일지도 모른다. ‘기업 프렌들리’라는 눈높이를 가진 대통령이 자영업자를 위해 ‘기업 언프렌들리’ 정책을 펼 수 있을까.

대통령이 지명한 공직자들의 면면을 보면서 대통령의 눈높이에 대한 걱정은 더욱 커졌다. 이명박 정부의 국무회의에는 ‘여의도는 사람이 살 곳이 못 되어 다른 곳에 아파트를 장만했다’는 장관과 ‘여름집과 겨울집이 따로 있다’는 장관이 참석하게 될 예정이다. 2006년 기준으로 수도권 주택보급률이 96.5%나 됨에도 집값이 내리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들 때문이라는 논의가 가능할까.

표절 의혹을 받는 비서관, 고용 문제에는 발언할 실력이 없다는 노동부 장관, 논문 중복 게재와 표절 의혹을 “복지에 대한 열정”이라고 변명하는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후보가 대통령의 눈높이로 보면 ‘일 잘하는 사람’에 포함된다.

이명박 정부는 틈만 나면 국민을 섬기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통령과 공직자 후보들이 살아온 내력을 알게 되면서 그들이 과연 자신들이 섬기겠다는 국민들이 바라는 게 무엇인지 알기나 할까 의문이 든다. 억대의 골프회원권을, 살 때 값이 4천만원밖에 안 되는 싸구려라고 말하는 장관의 눈에 몇 백만원 싼 전세를 구하기 위해 산비탈 동네를 헤매고 다니는 서민들의 아픔이 눈에 들어올까.


자녀를 외국에 유학 보낸 장관은 영어가 서툴러 외국에서 고생하는 유학생들의 아픔을 잘 이해할 수 있을 터이다. 하지만 그가 부에 이어 학력마저 세습되는 나라의 서민층 자녀들이 느끼는 절망감에는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고소영’과 ‘강부자’로 상징되는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는 적어도 공직자의 정직과 청렴도는 물론 서민들의 살림살이에 대한 이해도라는 점에서도 국민들의 눈높이와는 한참 거리가 있어 보인다.

권복기/노드콘텐츠팀 기자 bokk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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