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현/선임편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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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프리즘
너새니얼 호손의 소설 <주홍글씨>의 여주인공은 간통을 했다는 벌로 가슴에 ‘에이’(A) 자를 붙이고 살아야 했다. 영문학을 전공한 교수인 남주홍 장관 후보자의 부인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남 후보자의 가슴에도 지금 부동산 투기의혹, 자녀의 미국 국적, 병역면제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져 있다는 것을. 그리고 소설의 주홍글씨가 17세기 미국의 청교도 사회에서 억압된 양심의 상징이었던 것처럼, 남 후보자 가슴의 주홍글씨도 스스로 한 점 부끄러움 없도록 양심을 지키려는 가혹한 잣대여야 한다는 것을. 먼저 그의 양심과는 별도로 학자로서의 신념을 들어보자. “6·15 공동선언은(중략) 단순한 대남 통일전선 전략용 정치문서에 불과하다.”(남주홍 지음 <통일은 없다> 268쪽) “통일부가 ‘가자 북으로’ 하고 남북경협을 해도 국방부에서는 ‘때려잡자 공산당’ 이래야 된다. 국방부는 간첩 때려잡는 기관이지 햇볕정책 홍보기관이 아니다.”(2004년 11월5일 <월간조선> 주최 강연회) 통일정책을 담당할 남주홍 장관 후보자는 아쉽게도 간첩을 때려잡을 기회를 가질 수 없었다. 오른쪽 눈이 약시여서 병역을 면제받았기 때문이다. 군사문제 전문가로서 군대에 가지 않았다는 것은 약점이지만, 군 출신을 뺀 12명의 남성 장관 후보자 중 5명이 미필자라는 점에서는 그리 부끄러울 것도 없다. 오히려 평소 그의 말과 글들로 볼 때 군대에 가지 못한 것을 스스로 굉장히 원통해할 것으로 보인다. 병역을 면제받는 국민은 겨우 6.4%이기 때문이다. 그는 ‘신의 아들’이 아니라 국방의무를 다하지 못해 고뇌하는 ‘사람의 아들’일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 한편으로 그는 지아비요 아버지다. 부인은 장관 임명을 앞두고 미국 영주권을 포기했지만, 딸과 아들은 시민권과 영주권을 갖고 있다. 평소 그의 ‘불타는 애국심’에 견줘볼 때 의아한 일이다. 민주당은 “한반도 전쟁이 나면 도망갈 준비를 해 놓은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되레 “영주권을 가진 게 죽을 죄인가”라며 인사청문회에서 ‘일전 불사’를 벼른다. 얼마나 억울했으면. 그러나 안을 들여다보면 ‘억울한 처지’를 이해하고픈 인내도 마침내 지친다. 미국 시민권자인 딸은 오산시에 있는 건물의 일부를 사들였다. 누구 소유인지 코흘리개도 알 만하다. 영주권을 가진 부인은 미국에 거주하면서 수원의 상가를 매입했다. 부인 명의의 포천 논밭은 연고가 없는 지역이어서 투기의혹이 짙다. 미국 국적과 투기의 절묘한 결합이다. 고단수 ‘홈 앤드 어웨이’ 전술이다. 또 오산시 외삼미동 일대의 땅값을 올리려 형질을 변경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남 후보자 답변은 뜻밖이다. “부부가 교수 25년 하면서 재산 30억이면 다른 사람과 비교해도 양반 아니냐?” ‘고농축 부적격’과 ‘신고 불이행’보다 더 큰 허물은 자신을 돌아볼 줄 모른다는 점이다. 투기의혹과 병역 면제와 미국 국적과 상관없이 살아온 대다수 국민들도 진실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국민들은 ‘남주홍의 주홍글씨’를 두고 어떻게 말할까. “그렇습니까? 투기입니다. 그렇습니까? 병역 면제입니다. 그렇습니까? 미국 국적입니다. 그렇습니까? ‘통일은 없다’입니다. 그렇습니까? 장관으로서 절대 부적격입니다.” 이렇게 대답하지 않을까. 남 후보자는 대북문제의 그 단호한 잣대를 자신에게도 엄정하게 들이대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국민을 섬기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민을 섬긴다는 표현이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면, 대불공단 전봇대 말고도 뽑을 것이 많다. 그 전봇대가 여기 있다.손준현/선임편집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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