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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29 19:49 수정 : 2008.01.30 09:23

한겨레프리즘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다. 대통령직 인수위가 태웠다. 설익은 정책을 쏟아내 급등과 급락을 반복한다. 한반도 대운하를 물밀듯 밀어붙이고, 통일부와 여성부를 통폐합하며, 전봇대 뽑듯 수도권 규제를 풀고, 영어 몰입교육 도입에 몰입한다. 언론은 그 사안을 쫓아 문제점을 ‘축조심의’하는 데 덩달아 몰입한다. 당하는 느낌이다.

도마뱀처럼 꼬리 자르기는 얼마나 재빠른지. 대운하 사업은 기업이 의지가 있어야 착수하겠다며 한발 빼고, 영어 몰입교육은 반발이 거세지자 “그런 계획을 세운 적 없다”고 발뺌한다. 뒤집혀 달리는 롤러코스터다. 의혹의 부싯돌을 탁탁 쳐본다. ‘풍선을 띄워 여론을 떠보는 한편, 반복된 백신 주사로 앞으로 반발 강도를 누그러뜨리려는 의도는 없는지.’ 이명박 후보에 대한 의혹이 의혹을 덮던 대선 전의 풍경도 겹침화면으로 떠오른다.

말더듬이가 길었다. 몸말로 들어가자. 그렇게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인수위한테 부족한 게 있다면 노동 정책이다. 그래서일까. 이명박 당선인은 28일 ‘법질서 확립’을 강조하며 민주노총과의 간담회를 하루 앞두고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해 집회와 관련해 경찰에 출석하지 않았다는 점을 구실로 내세웠다. 시민단체들은 “특검의 수사 대상인 당선인 자신도 특검에 출두하지 않으면서, 유독 민주노총 위원장의 경찰 출석을 문제 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렇다. 가끔 당선인이 수사대상이란 사실을 잊기까지 한다. 스스로 “비비케이(BBK)는 내가 설립했다”고 밝힌 동영상이 나왔는데도, 인수위의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상태에선 특검 기사가 눈에 쏙 들어오지 않는다. 또 당하는 느낌이다.

새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에 노동계와 대결하는 모습에 우려가 높다. 말끝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되뇌는 새 정부는 이 말이 노사 모두에게 해당된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노동계를 대화 상대로 보지 않는다는 점을 확실히 드러낸 셈이다. 왜 그럴까.

사실 인수위에는 노동전문가가 전무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참여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김대환씨가 인수위에서 경제2분과 간사를 맡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현재 노동부 국장 1명이 전문위원으로 파견돼 있지만, 새 정부한테 노동 정책을 적극적으로 개진할 인물로 평가하기는 힘들다. 이 밖에 이영호 노동관계 티에프 팀장, 최대열 정책연구원 등 한국노총 출신 한나라당 사람들이 실무를 맡고 있고, 최근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1명과 노동부 서기관급 1명이 더 파견되기도 했지만 사실상 중량감 있는 노동전문가라고 보기는 어렵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노동계에 대해서는 ‘언프렌들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선거 기간에 당선인은 비정규직 해결에도 관심을 보였다. 법질서 확립의 원칙만 되풀이하면서 어찌 비정규직 문제를 비롯한 노사 현안의 엉킨 매듭을 풀 수 있을까.

경찰청은 경찰 저지선을 넘는 시위자는 전원 연행하겠다고 밝혔다. 도를 넘은 시위에 대한 엄정 대처는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단순 저지선을 넘은 시위자를 무리하게 연행하다 생길 불상사가 우려스럽고, 목숨을 앗을 수 있는 5만 볼트 전기충격기 도입 검토가 글자 그대로 충격적이다. 어청수 청장 내정자는 전기충격기 도입에 대해서 ‘안전성이 담보될 때까지 유보’한다고 밝혔다. 여론을 더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노동계에 요구하는 법질서 준수는 기업에도 똑같이 엄정해야 한다.

법질서 확립은 정부가 시장과 노동계에 보내는 신호다. 그 정도 했으면 충분히 전달됐다. 지금은 당선인이 먼저 대화와 타협의 자세를 보여줄 때다.

손준현/선임편집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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