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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2.06 18:54 수정 : 2007.12.07 09:03

장정수/온라인 영문판 편집장

한겨레프리즘

검찰의 비비케이(BBK) 수사 발표대로라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무결점 상품’이다. 그동안 언론과 정치권이 한 점의 의혹도 없는 그를 악의적으로 음해했던 셈이다. 그만큼 검찰의 발표는 이 사건과 관련해 여러 의혹을 받았던 이 후보에게 ‘완벽한’ 면죄부를 안겨줬다.

검찰 수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법리적 판단의 대상이 아닌 도덕적 논란의 문제들까지 충분한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서둘러 무혐의라는 판정을 내린 데 있다. 불과 20일이란 짧은 조사를 통해 수사를 종결처리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거짓말 논란의 핵심 사안인 ㈜다스의 실소유자, 그리고 도곡동 땅 주인 문제의 처리가 대표적이다. 이 부분에 대한 검찰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도곡동 땅 주인이 아닌 이명박 후보의 형 이상은씨가 남의 땅 판 돈을 다스에 갖다 쓴 것이 된다. 검찰은 지난 8월 도곡땅 주인이 이상은씨가 아닌 제3자라고 판단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신의 땅도 아닌 제3자의 돈을 자신의 증자 대금으로 집어넣었는데, 제3자가 누군지를 밝히지 않는 게 말이 되는가?

하지만 검찰은 도곡동 땅 주인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끝내 비켜갔다. 이 후보의 다스 소유 의혹에 대해서도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다른 의혹들에 대해서는 화끈하게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검찰이 왜 유독 이들 부분에서는 어물쩍 넘어갔는지 궁금하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장춘 전 필리핀 대사는 이명박 후보로부터 이 후보가 비비케이의 대표라고 적힌 명함을 직접 받았다고 증언했지만 검찰은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또 이 후보는 7년 전 비비케이 사업을 시작했을 무렵,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비비케이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지만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눈을 감았다.

검찰 수사의 신뢰성에 대한 논란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민감한 대형 사건의 경우 사소한 실수 하나가 일 전체를 그르치게 하기 쉽다. 의혹은 불신을 낳고 불신은 의혹을 키운다. 정치 쟁점으로 떠오른 의혹의 경우 검찰이 어떤 결론을 내더라도 어느 정도의 정치 공방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엔 검찰이 이 후보에게 성급하게 완벽한 면죄부를 발급해 줌으로써 예상되는 정도 이상의 불신을 자초했다.

검찰 수사의 생명은 공정성과 신뢰 확보에 있다. 특히, 대통령 선거의 흐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검찰은 이번 사건 수사에서 법적인 책임과 도덕적 책임 부분을 명확하게 가려서 판단을 해야 했다. 그래야 최소한의 공정성과 신뢰를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직무 영역을 넘어 도덕성과 관련된 부분까지 섣부른 판단을 내리는 바람에 법적 판단마저 의심을 받게 됐다.

검찰은 더 나올 게 없다고 봐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고 했지만, 과연 그게 최선이었는지는 의문이다. 증거가 불충분한 부분은 결론을 유보한 채 추후 보강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신중한 결론을 내려야 했다. 그랬더라면 수사 결과 전반에 대한 신뢰 문제로까지 번지지 않았을 것이다.

검찰이 도덕적 논란을 포함해 모든 의혹들에 대해 결론을 내리려 했다면 적어도 이 후보와 그의 형 이상은씨를 불러 충분한 조사를 해야 했다. 의혹의 당사자인 이 후보에 대한 서면 조사 두 차례로 그가 직면하고 있는 도덕적 논란들이 모두 무혐의라고 결론을 내린다면 누가 그것을 믿겠는가?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유력한 대권주자의 호감을 얻었을지는 모르지만 가장 중요한 국민 신뢰는 잃는 어리석음을 저질렀다.


장정수/온라인 영문판 편집장 jsj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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